제작비 적고 시청률 높아 너도나도 ‘리얼리티 프로그램’
극적효과 위해 선정성 높여 … 윤리지침 마련돼야
영화 ‘나쁜남자’ 주인공은 여인을 사창가에 가두고 반투명 거울을 통해 여인의 ‘사창가 생활’을 훔쳐본다. 관객들은 훔쳐보는 주인공을 엿보는 구조다. 표현의 도구로 ‘극대화한 관음증’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케이블TV 등 뉴미디어는 물론 기존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른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개인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적은 제작비로 손쉽게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시청자들은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는 이유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즐겨 찾는다. 그러나 이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확산속도에 아직 사회적 합의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선정적 언론을 뜻하는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에 빗대 ‘타블로이드 TV’라고까지 부르기도 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 한국언론재단이 최근 발간한 ‘텔레비전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구서에 따르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전문배우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겪은 실제 사건들을 인위적인 극화 없이 담고 있는 것을 말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인간시대’나 ‘인간극장’ 같은 휴먼다큐멘터리에서부터 토크쇼와 같은 ‘리얼리티 쇼’, MBC의 ‘몰래카메라’, KBS의 ‘VJ 특공대’ 등과 같은 프로그램,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일반인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이른바 ‘솔루션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케이블방송을 중심으로 비슷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면서 노골적인 스킨십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이성찾기 프로그램이나 성형을 보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등 보다 자극적인 내용의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로맨스와 결혼, 타인들과의 관계 맺기, 보통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애환, 성공담과 실패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일정한 보상을 유인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케이블의 경우 현재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이 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왜 급격히 늘고 있나 = 리얼리티 프로그램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제작비 또한 늘고 있지만 여전히 드라마 보다는 제작 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방송사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배우를 섭외하지 않아도 되는 등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 구조라는 것이다. 언론재단 보고서는 “시청률 대비로 볼 때 최고 10분의 1 정도까지 저렴하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매체 수도 급격히 늘면서 콘텐츠 수급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연예인들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미디TV 한 PD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서로 비슷한 내용으로 그만그만한 스타를 동원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또 일반인들이 출연해 일상적인 감정이나 내용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청자의 공감대를 더욱 크게 얻을 수 있다. 대리만족이나 다른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심리도 한몫 한다는 얘기다.
◆ “관음증 부추긴다” 부작용 많아 =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출연자와 제작자는 계약을 통해 자신의 변신과정을 보여주거나 사생활을 보여주는 것에 동의를 한 상태. 게다가 출연 대가로 상당한 보수가 지불되기 때문에 출연자에 대한 윤리성은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부분 제작자의 시각이다. 또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자극하거나 사생활 엿보기가 기본 바탕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사생활 침해라고 하기도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역시 상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선정적일 수 밖에 없다.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극의 재미를 위해 편집기술을 동원, 드라마틱한 요인들을 강조하기도 한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이기형 교수는 “타인의 삶 속으로 초대받지 않은 상황에서 마구잡이식으로 타인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그들의 삶을 관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주인공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현실의 극적 순간을 볼거리로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부분, 선정적인 내용을 과도하게 노출한다는 점도 문제다. 충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수정 교수는 “관음성과 몰래보기 욕망을 담은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양산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며 “상호 배려의 문화 소양을 잃고 인간 품성을 저급화하는 방향으로 시청자들이 경도될 수 있다는 점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문화적 악영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민단체 등 제3자가 이같은 부작용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최소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윤리적 기준 또는 지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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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효과 위해 선정성 높여 … 윤리지침 마련돼야
영화 ‘나쁜남자’ 주인공은 여인을 사창가에 가두고 반투명 거울을 통해 여인의 ‘사창가 생활’을 훔쳐본다. 관객들은 훔쳐보는 주인공을 엿보는 구조다. 표현의 도구로 ‘극대화한 관음증’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케이블TV 등 뉴미디어는 물론 기존 지상파 방송에서도 이른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개인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형식의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적은 제작비로 손쉽게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시청자들은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다는 이유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즐겨 찾는다. 그러나 이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확산속도에 아직 사회적 합의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프로그램들을 선정적 언론을 뜻하는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에 빗대 ‘타블로이드 TV’라고까지 부르기도 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 한국언론재단이 최근 발간한 ‘텔레비전 리얼리티 프로그램’ 연구서에 따르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란 전문배우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겪은 실제 사건들을 인위적인 극화 없이 담고 있는 것을 말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인간시대’나 ‘인간극장’ 같은 휴먼다큐멘터리에서부터 토크쇼와 같은 ‘리얼리티 쇼’, MBC의 ‘몰래카메라’, KBS의 ‘VJ 특공대’ 등과 같은 프로그램, SBS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일반인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이른바 ‘솔루션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케이블방송을 중심으로 비슷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면서 노골적인 스킨십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이성찾기 프로그램이나 성형을 보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등 보다 자극적인 내용의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대부분 로맨스와 결혼, 타인들과의 관계 맺기, 보통사람들의 개인적인 이야기와 애환, 성공담과 실패담 같은 주제를 가지고 일정한 보상을 유인책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케이블의 경우 현재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이 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왜 급격히 늘고 있나 = 리얼리티 프로그램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제작비 또한 늘고 있지만 여전히 드라마 보다는 제작 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방송사들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배우를 섭외하지 않아도 되는 등 이른바 ‘저비용 고효율’ 구조라는 것이다. 언론재단 보고서는 “시청률 대비로 볼 때 최고 10분의 1 정도까지 저렴하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매체 수도 급격히 늘면서 콘텐츠 수급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연예인들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코미디TV 한 PD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서로 비슷한 내용으로 그만그만한 스타를 동원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또 일반인들이 출연해 일상적인 감정이나 내용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청자의 공감대를 더욱 크게 얻을 수 있다. 대리만족이나 다른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심리도 한몫 한다는 얘기다.
◆ “관음증 부추긴다” 부작용 많아 =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출연자와 제작자는 계약을 통해 자신의 변신과정을 보여주거나 사생활을 보여주는 것에 동의를 한 상태. 게다가 출연 대가로 상당한 보수가 지불되기 때문에 출연자에 대한 윤리성은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부분 제작자의 시각이다. 또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자극하거나 사생활 엿보기가 기본 바탕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사생활 침해라고 하기도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역시 상업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선정적일 수 밖에 없다.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극의 재미를 위해 편집기술을 동원, 드라마틱한 요인들을 강조하기도 한다.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이기형 교수는 “타인의 삶 속으로 초대받지 않은 상황에서 마구잡이식으로 타인의 사생활에 개입하고 그들의 삶을 관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주인공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현실의 극적 순간을 볼거리로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부분, 선정적인 내용을 과도하게 노출한다는 점도 문제다. 충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수정 교수는 “관음성과 몰래보기 욕망을 담은 프로그램이 무분별하게 양산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며 “상호 배려의 문화 소양을 잃고 인간 품성을 저급화하는 방향으로 시청자들이 경도될 수 있다는 점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문화적 악영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 교수는 “시민단체 등 제3자가 이같은 부작용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최소한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대한 윤리적 기준 또는 지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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