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정신장애인의 소박한 꿈 외면하지 말기를

지역내일 2006-02-07
정신장애인의 소박한 꿈 외면하지 말기를
최 성 남 (중랑한울지역정신건강센터 센터장)

나는 정신장애인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는 사회복지사다. 정신장애인은 정신지체자는 아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을 정신장애인이라고 하는데 속칭 사회에서는 ‘미친 사람’이라고 부른다.
내가 근무하는 시설은 ‘회원’이라고 부르는 정신장애인 50명이 이용을 한다. 남자가 80%쯤 되고, 나이는 20·30대가 많다. 지난 설날에 회원들하고 떡국도 만들어 먹고 윷놀이도 하는 행사를 가졌다. 새해 소원들도 서로 이야기하고 덕담도 나누었다.
이들의 새해 소원은 무엇일까? 대체로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직장을 얻고, 이성 친구를 사귀거나 결혼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소박한 것들이다.
새해에는 부자가 되겠다거나 대박 맞겠다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작은 평화와 일자리 그리고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이성을 원했다.
새해 소원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것 같냐고 물어 보았다. 대부분이 풀이 죽고 어두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지난 해에도 그리고 그 전에도 이들은 비슷한 소망을 가졌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을 했으나 그 작은 소원을 성취한 회원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다.
무엇이 그런 소원을 이룩하는데 가장 커다란 어려움이냐고 물었다. 대부분이 자신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는 사회에서 편견을 가지고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이들의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20여명의 회원들은 보호작업장에서 일을 한다. 이들이 하루 8시간 주 5일을 꼬박 일해도 한 달 월급은 20만원을 넘지 못한다. 단순조립 말고는 일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원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200만 명에 이르는 정신장애인들이 대부분 이런 처지에 놓여있다. 우리 사회는 이들이 주위에서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정신장애인들의 어려움을 ‘그들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정신장애인과 가족들은 절망 속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
이분들은 운전면허를 발급받는데도 제한을 받는다. 우리 사회는 운전면허를 제한하는데는 매우 신속하나 운전면허 없이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는데는 느려터졌다. 우리 회원들은 일반인의 편견처럼 위험하지 않다.
사고를 치는 정신장애인의 경우는 이들에게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세상을 너무나 무서워하는 것이 문제다.
조금만 기다려주고 조금만 이해해 주면 아무런 문제없이 자신이 맡은 일을 충분히 해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런 기회를 갖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회원들은 배달, 청소, 간단한 전산업무, 서류정리 같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새해에는 이들에게 일거리를 맡겨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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