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3년 동안은 그냥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했어요. 속칭 날나리 설계사였죠. 월급도 많지 않고 의욕도 크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팀장이 되고 책임감이 생기면서 마인드를 완전히 바꿨죠. 승부는 자존에 있는 것이지 알량한 자존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흥국생명 강서지점에서 설계사로 활동 중인 곽상자(44) 팀장 얘기다. 곽 팀장은 학창시절부터 ‘내 꿈은 현모양처’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사회활동보다는 가정에 관심이 컸다. 결혼 후 줄곧 전업주부로 만족했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억대연봉에 보험업에 확신을 갖고 있는 당당한 설계사다. 무엇이 곽 팀장을 현재의 모습으로 바꿔 놓았을까.
◆한 통의 편지가 준 감동 = 곽 팀장이 보험에 첫 발을 디디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당시 영업소장을 하고 있던 남동생의 권유를 거부하지 못해 시작했다. 열의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예전에 보험이 마치 구걸하는 듯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었잖아요. 저도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솔직히 자존심도 상했어요.”
곽 팀장은 보험 입문할 당시 심경을 이렇게 솔직하게 드러냈다. 더욱이 동생이 영업소장으로 근무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일.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지만 한편으론 고맙고 또 한편으론 부담이 되기도 했다. 본인 표현처럼 ‘날나리 설계사’로 지낸 것도 바로 입문 초기인 이때다. 변화의 작은 계기가 된 것은 같은 지점에 근무하는 지점장을 통해서다.
지점장은 유용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했다. 특히 곽 팀장이 받은 자료 가운데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선배 설계사들이 관리했다가 중지된 고객들 데이터베이스였다. 이것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며칠을 두고 고민했다. 지점장은 좋은 자료와 함께 “이렇게 좋은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자극도 동시에 줬다. 오기가 생겼다.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곽 팀장이 선택한 것은 편지였다. 편지봉투와 편지지 고르는 일부터 세심하게 신경 썼다. 그리고 일일이 손으로 정성을 담아 썼다. 고객들에게 새롭게 관리를 맡게 된 설계사라고 소개했다. 성실하게 일할 테니까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라는 내용을 담았다. 한통 한통마다 정성이 담긴 그런 편지였다. 어떤 날에는 하루에 무려 47통을 쓴 적도 있다.
반응이 왔다. 반신반의했던 곽 팀장 스스로도 놀랐다. 편지를 잘 읽었다는 답장부터 손자들 위한 보험을 들고 싶다는 연락까지 왔다. 힘이 났다. 열심히 노력하니까 정말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흥분됐다. 이렇게 탄력이 붙으면서 보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가치관도 함께 변했다. 곽 팀장은 “집에만 있었으면 눈도 좁았을 것이고 귀도 얇았을 것이고 마음도 지금처럼 따뜻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고객들과 만나 얘기하다보면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남편 먼저 설득 했죠” = 보험영업 입문 초기 대충했다고 해서 아예 근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곽 팀장이 초창기에 겪은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편이 곽 팀장의 결심을 처음부터 선뜻 달가워 한 것은 아니다. 이 때 곽 팀장이 결심한 것은 남편부터 보험을 가입시키자는 것. 상품은 종신보험을 선택했다.
첫날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그러나 남편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을 제대로 못했다. 그만큼 상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날 다시 설명했다. 또다시 같은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또 공부했다. 사흘째 비로소 남편이 승낙했다.
또 다른 일화가 있다. 2003년 외국계 경쟁사의 남자설계사와 우연찮게 한 고객을 두고 경쟁을 한 적이 있다. 의사부인으로 고액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그런데 외국계 보험사의 남성설계사가 먼저 설명을 하고 있었다. 외모도 너무 단정하게 정리돼 있었고, 말도 너무 잘했다.
옆에서 듣고 있는 곽 팀장조차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다. 곽 팀장 차례가 됐다.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용기를 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앞에서 먼저 말한 분처럼 능수능란하게 말을 잘 하진 못해 죄송하다. 비슷한 상품이긴 하지만 우리 회사 상품에는 이런 차이와 장점이 있다”고 ….
그리고 두 명이 동시에 문을 나서는 데 그 의사부인이 곽 팀장과 눈을 맞추면서 “내일 연락드릴께요”라고 말했다. 그때의 감격은 잊을 수 없다. 너무 꽉 찬 것보다 약간 비어있는 듯하지만 진솔한 느낌이 되레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 고객은 지금도 좋은 협력자가 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자식보다 든든한 게 보험 =보험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면서 보험에 대한 애정이 생겨났다. 고객들과도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니라 정이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무실 곽 팀장 자리에는 종종 낯선 물건들이 쌓인다. 전국에 걸쳐 있는 계약자들로부터 오는 선물들이다. 참기름 짠 것에서부터 직접 농사지은 사과와 배 등 큰 것은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것이다.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곽 팀장은 이것을 주위 동료들과 나눈다.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생활이 어려운 고객들을 만나러 갈 때는 머리도 풀고, 화장도 지운다. 고객들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계약자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들었는데 혜택도 못 받은 기억들이 많다는 것도 배웠다.
곽 팀장은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걸리지 한 번 마음이 열리면 그때부턴 깊은 신뢰가 생긴다”면서 “나중에 자식보다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보험이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이웃에게 보험혜택 많아지길… = 최근 곽 팀장에게 최대화두는 성공이라는 두 단어다. 단순히 일만을 놓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성공하는 삶인가 고민하고 있다.
아쉬움은 있다. 바깥 일 때문에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예전만큼 신경써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하다.
그래서 남편이 묵묵히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이 늘 고맙다.
보험에 발을 디디게 한 동생은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동생이 맺은 인연을 이제는 누나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젠 날나리 설계사가 아니다.
곽 팀장은 지난해 꽤 좋은 실적을 올려 올해 연도대상 후보에 오른 상태다.
곽 팀장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단돈 몇 만원이 없어서 보험조차 들 수 없는 경우를 자주 봤다. 곽 팀장은 “정말 가난한 사람들도 저렴한 비용으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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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강서지점에서 설계사로 활동 중인 곽상자(44) 팀장 얘기다. 곽 팀장은 학창시절부터 ‘내 꿈은 현모양처’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사회활동보다는 가정에 관심이 컸다. 결혼 후 줄곧 전업주부로 만족했던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그러나 지금은 억대연봉에 보험업에 확신을 갖고 있는 당당한 설계사다. 무엇이 곽 팀장을 현재의 모습으로 바꿔 놓았을까.
◆한 통의 편지가 준 감동 = 곽 팀장이 보험에 첫 발을 디디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당시 영업소장을 하고 있던 남동생의 권유를 거부하지 못해 시작했다. 열의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예전에 보험이 마치 구걸하는 듯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었잖아요. 저도 그런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솔직히 자존심도 상했어요.”
곽 팀장은 보험 입문할 당시 심경을 이렇게 솔직하게 드러냈다. 더욱이 동생이 영업소장으로 근무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 일.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지만 한편으론 고맙고 또 한편으론 부담이 되기도 했다. 본인 표현처럼 ‘날나리 설계사’로 지낸 것도 바로 입문 초기인 이때다. 변화의 작은 계기가 된 것은 같은 지점에 근무하는 지점장을 통해서다.
지점장은 유용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했다. 특히 곽 팀장이 받은 자료 가운데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선배 설계사들이 관리했다가 중지된 고객들 데이터베이스였다. 이것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며칠을 두고 고민했다. 지점장은 좋은 자료와 함께 “이렇게 좋은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자극도 동시에 줬다. 오기가 생겼다.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곽 팀장이 선택한 것은 편지였다. 편지봉투와 편지지 고르는 일부터 세심하게 신경 썼다. 그리고 일일이 손으로 정성을 담아 썼다. 고객들에게 새롭게 관리를 맡게 된 설계사라고 소개했다. 성실하게 일할 테니까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라는 내용을 담았다. 한통 한통마다 정성이 담긴 그런 편지였다. 어떤 날에는 하루에 무려 47통을 쓴 적도 있다.
반응이 왔다. 반신반의했던 곽 팀장 스스로도 놀랐다. 편지를 잘 읽었다는 답장부터 손자들 위한 보험을 들고 싶다는 연락까지 왔다. 힘이 났다. 열심히 노력하니까 정말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흥분됐다. 이렇게 탄력이 붙으면서 보험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가치관도 함께 변했다. 곽 팀장은 “집에만 있었으면 눈도 좁았을 것이고 귀도 얇았을 것이고 마음도 지금처럼 따뜻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고객들과 만나 얘기하다보면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남편 먼저 설득 했죠” = 보험영업 입문 초기 대충했다고 해서 아예 근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곽 팀장이 초창기에 겪은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편이 곽 팀장의 결심을 처음부터 선뜻 달가워 한 것은 아니다. 이 때 곽 팀장이 결심한 것은 남편부터 보험을 가입시키자는 것. 상품은 종신보험을 선택했다.
첫날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그러나 남편의 날카로운 질문에 답을 제대로 못했다. 그만큼 상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날 다시 설명했다. 또다시 같은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또 공부했다. 사흘째 비로소 남편이 승낙했다.
또 다른 일화가 있다. 2003년 외국계 경쟁사의 남자설계사와 우연찮게 한 고객을 두고 경쟁을 한 적이 있다. 의사부인으로 고액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 그런데 외국계 보험사의 남성설계사가 먼저 설명을 하고 있었다. 외모도 너무 단정하게 정리돼 있었고, 말도 너무 잘했다.
옆에서 듣고 있는 곽 팀장조차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흘렀다. 곽 팀장 차례가 됐다.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용기를 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앞에서 먼저 말한 분처럼 능수능란하게 말을 잘 하진 못해 죄송하다. 비슷한 상품이긴 하지만 우리 회사 상품에는 이런 차이와 장점이 있다”고 ….
그리고 두 명이 동시에 문을 나서는 데 그 의사부인이 곽 팀장과 눈을 맞추면서 “내일 연락드릴께요”라고 말했다. 그때의 감격은 잊을 수 없다. 너무 꽉 찬 것보다 약간 비어있는 듯하지만 진솔한 느낌이 되레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그 고객은 지금도 좋은 협력자가 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자식보다 든든한 게 보험 =보험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면서 보험에 대한 애정이 생겨났다. 고객들과도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니라 정이 오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무실 곽 팀장 자리에는 종종 낯선 물건들이 쌓인다. 전국에 걸쳐 있는 계약자들로부터 오는 선물들이다. 참기름 짠 것에서부터 직접 농사지은 사과와 배 등 큰 것은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것이다.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곽 팀장은 이것을 주위 동료들과 나눈다. 고객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생활이 어려운 고객들을 만나러 갈 때는 머리도 풀고, 화장도 지운다. 고객들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계약자 마음도 이해하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들었는데 혜택도 못 받은 기억들이 많다는 것도 배웠다.
곽 팀장은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걸리지 한 번 마음이 열리면 그때부턴 깊은 신뢰가 생긴다”면서 “나중에 자식보다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보험이다”고 강조했다.
◆가난한 이웃에게 보험혜택 많아지길… = 최근 곽 팀장에게 최대화두는 성공이라는 두 단어다. 단순히 일만을 놓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성공하는 삶인가 고민하고 있다.
아쉬움은 있다. 바깥 일 때문에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에게 예전만큼 신경써주지 못하는 것도 미안하다.
그래서 남편이 묵묵히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것이 늘 고맙다.
보험에 발을 디디게 한 동생은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동생이 맺은 인연을 이제는 누나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젠 날나리 설계사가 아니다.
곽 팀장은 지난해 꽤 좋은 실적을 올려 올해 연도대상 후보에 오른 상태다.
곽 팀장에게는 작은 바람이 있다.
단돈 몇 만원이 없어서 보험조차 들 수 없는 경우를 자주 봤다. 곽 팀장은 “정말 가난한 사람들도 저렴한 비용으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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