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제2의 대우사태 예방위한 제언

<신문로 칼럼>

지역내일 2001-02-09
<신문로 칼럼="">제2의 대우사태 예방위한 제언
김 근 배 / 몬덱스코리아 대표이사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1997과 1998년 2년동안 대우그룹 분식회계 총액이 41조원 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 금액은 그룹 전체 자산(96년 초 기준)의 1.3배에 해당한다. 이러한 회계장부 조작을 통해 경영상태가 양호한 것처럼 속여 10조원 정도의 자금조달이 이뤄졌다고 하는데, 이는 그룹 전체 자본금의 2.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세계경영’기치 아래 무모하게 벌여 놓았던 해외사업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쌓였고, 때마침 외환위기 사태를 맞이하면서 부도 지경에까지 몰린 나머지 대우는 이와 같이 장부조작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대우사태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
대우사태의 책임은 분명 김우중 회장에 있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이나 회계법인들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우그룹의 부도로 한국경제를 동반 부실케하고 20조원의 공적자금투입과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대우 자동차 매각은 과거를 털어 버리고 새로운 기업구조의 큰 틀을 마련하고자하는 기업구조조정 노력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와 같이 대우그룹의 파산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경제국난을 초래한 책임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미시적으로도 한 기업 및 기업집단을 부조리와 회계분식, 불법자금운용, 차입경영으로 망쳐버려 실업자를 양산하고 공급업체 등 연관산업을 일거에 부도위기로 몰아넣은 대우사건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다. 그래서 언론, 국민, 정부 모두가 돌팔매를 하고 검찰이 수사의 칼을 뽑은 것이다.
그러나 과연 누가 간음한 여자를 돌팔매로 정죄할 수 있는가? 여기서 우리는 대우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핀 다음 그 교훈으로 또 다른 대우사태의 재발을 방지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선, 대우사태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정부가 사업의 인허가를 독점해왔던 과거의 관행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사업의 진입을 정부가 규제하므로써 각종 비리와 정경 유착이 필연적으로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진입의 장벽은 완전히 철폐하되 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의 구축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즉 정부는 공정 경쟁의 기준을 보장하고 불공정 기업과 부실기업의 퇴출을 감시하는 감시인의 역할로 전환되어야 한다. 미국이 AT&T의 해체를 명령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을 판결한 것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둘째로 국가의 산업구조조정 정책이 과거에는 산업합리화라는 강제규정에 의해서 교통정리가 되어왔고 지금도 빅딜처럼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빅딜이나 정부 주도 산업조정이 자칫 특혜와 보복의 의도와 연계될 수도 있다는 정이다. 따라서 산업 구조조정은 원칙적으로 시장원리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하며 정부는 그 원칙을 일관성 있게 견지해야 한다.
셋째는 비자금의 수요에 관한 문제이다. 상식적으로도 비자금의 가장 큰 수요자가 정치권이었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돈 많이 드는 정치, 특히 선거제도와 합법적인 모금제도의 부재가 각종 부조리와 비리를 유발시켜왔다.

회계표준 등 준수하는 관행 정립돼야
또한 우리 사회문화구조 자체가 비자금의 조성을 부추겨 왔던 것도 사실이다. 경조사의 부조금 관행이나 정치나 경영의 리더십을 격려금으로 표현하는 왜곡된 사고방식, 각종의 준조세 관행이 비자금을 조성케하고 있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사회구조를 개혁함으로서 비자금의 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한다.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을 막을 길은 없다.
넷째, 표준이나 가치관의 부재다. 회계분식으로 재무제표를 부풀릴 수 있었던 것도 엄격한 회계 표준이나 공시의무 그리고 그것을 준수하는 합리적 판단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기업을 확장하고 기업이 부실화될 경우 ‘배 째라’는 배짱으로 정부에 압력을 가한다든지 채권은행의 동반 부실을 볼모로 하는 것을 볼 때 표준이나 가치관의 정립이 시급하다. 하지만, 말보다는 그 실행이 더욱 어렵다. 그러나 그 작업이 몇 년이 걸리든지 지금부터라도 착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우 사태가 주는 교훈은 참으로 심각하다. 경제 재건을 위해서 모두가 노력하는 가운데 각종 정부 규제가 풀리고 공정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 경제가 정착되어 산업의 합리화가 시장원리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비자금의 수요가 원천적으로 소멸되고 엄격한 회계 표준과 사회의 가치관이 정립되는 사회를 위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는 돌팔매로 부조리와 비리를 자유롭게 정죄할 수 있을 것이다.
김 근 배 / 몬덱스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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