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테러평화정책 놓고 국론 분열

테러희생자단체·야당 대규모 시위로 좌파정부 비난

지역내일 2006-03-03
스페인 좌파정부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의 평화적인 대테러정책이 도전에 직면했다. 사파테로 정부가 바스크 분리주의 단체 ETA에 대해 타협 정책을 펴자 여론이 심상치 않은 것.
<르몽드> 통신은 사파테로 총리 사임을 주장하는 ‘테러희생자협회’ 및 야당 주도 시위로 스페인 사회가 양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파테로 총리는 집권하자마자 이라크 철군 등 개혁을 단행해 한때 지지가 한껏 올랐다.
하지만 ETA에 대해 ‘협상을 통한 조직해체를 시도’라는 평화안을 제시하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기에 일관된 반미정책으로 스페인의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가입 과정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지난 주말 수도 마드리드 시내 광장에서는 사파테로 총리의 ETA 정책을 규탄하는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교회 지지를 받고 있는 ‘테러희생자협회’와 우파 야당 국민당의 주축으로 이뤄진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살인자” “사파테로 사임하라”를 외쳤다. 시위에는 국민당 마리아노 라호이 총수와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 전 총리, 앙젤 아세베스 전 내무장관이 참가했다.
시위대는 “ETA와 어떤 협상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사파테로 총리의 반테러정책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에서 가장 뿌리 깊은 ‘테러희생자협회’는 지난해 6월 4일에도 수십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를 조직, ETA 정책 변경을 요구했다.
당시 이들은 관광버스 200대와 T셔츠 2만4000장, 2만개 플랫카드를 준비하는 조직력을 보였으며 가톨릭교회는 “테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주장이 정당하다”면서 시위를 지지했다.
스페인 교회는 그동안 동성애자의 결혼 및 자녀 입양 합법화와 교육개혁 등 정부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이에 사파테로 정부는 교회에 대한 재정지원을 전면 삭감하겠다고 응수해 양측 간 대립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다.
<르몽드>는 “ETA와 타협 정책으로 스페인 여론은 완전히 양분됐다”며 “지난달부터는 반대파와 찬성파의 골이 한층 깊어졌다”고 보도했다.
ETA는 1959년 바스크 지역 학생들이 스페인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요구하면서 창설됐다. 이들의 암살과 테러로 1968년 이후 800명이 희생됐다. 사파테로 총리는 북부 바스크지방의 평화를 가져오는 것을 재임 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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