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가짜 결혼식 사건으로 본 인터넷 문화

사안마다 네티즌 변덕 죽 끓듯

지역내일 2006-02-17
공중도덕 무시 여대생엔 ‘뭇매’
가짜 결혼식 ‘아름답다’ 찬사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던 ‘지하철 결혼식’ 사건이 결국 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네티즌들은 ‘조작에 속았다’는 사실보다 ‘훈훈한 감동을 느꼈다’는 것에 무게를 뒀다. 이들은 “연기로 밝혀졌지만 돈이 없어도 사랑할 수 있다는 상식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개똥녀’ 사건도 상식을 재확인한 사례로 꼽힌다. 네티즌들은 공중도덕상 해서는 안 될 일을 버젓이 한 여대생에게 뭇매를 가했다. ‘마녀사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네티즌들은 ‘상식 밖의 행동’에 더 크게 반응했다.

◆“연기였지만 감동 줬다” = ‘지하철 결혼식’ 사건이 실제상황이 아니라 한 대학 연극과 학생들의 연기로 밝혀졌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훈훈했다’로 모아지고 있다. ‘amazion2’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뜬 관련기사에 “좋은 연극으로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신 것 감사하구요. 물질적 조건보다 사랑이 우선이라는 내용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죄책감에 갖지 마시고 훌륭한 연기자가 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파이팅!!”이라고 댓글을 남겼다.
‘kjhkjof’는 “예술이 뭡니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입니다. 감정의 정화를 느끼게 하는 게 예술이라면 이들이 한 행동은 최고 형태의 예술입니다.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져 있으면서 또한 현실 속에서 우리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순화시키는 예술. ‘예술은 고등사기’라던 고 백남준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라고 적었다.
‘zephirot69’은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감동받을 일이 없었던가를 생각해 보게 됐다”며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인데도 무척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offsidezealot’이라는 네티즌은 “지금 내가 처한 현실과 똑같아 내 일처럼 가슴 아팠고 공감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비상식적인 행동엔 뭇매 = 비상식적인 것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지난해 6월 지하철에 탄 한 여대생의 비상식적 행동에 대해 네티즌들은 비난과 욕설을 선사했다.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기사에는 등록 5시간 만에 1만3000여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sssjui’라는 네티즌은 사건 당시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준 그녀는 부모·형제도 없는 사람인가. 아!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적었다.
아이디 ‘puruguna111’을 쓰는 한 대학생은 “누군지 끝까지 추적해 집안교육을 다시 받도록 해야 한다. 저런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세상 살기가 싫어질 때가 많다”는 댓글을 올렸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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