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회갑연 영수증 꼭 챙기세요”

국세청, 예식업체 조사위해 납세자에 협조공문 발송 … ‘행정편의주의’ 지적도

지역내일 2006-01-26
결혼식과 회갑연 등을 위해 예식업체를 찾는 시민들은 영수증을 오랜 기간 보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예식업체 세무조사를 위해 이용객에게 증빙서류 협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서 모(59)씨는 지난 19일 서울지방국세청 명의의 협조공문을 받았다.
공문에는 ‘귀하가 모 예식장을 사용하신 사실이 있어 자료제출 협조를 요청하오니 확인서를 작성하신 후 팩스 또는 우편으로 송부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거래사실 확인서에는 △예식의 종류 △예식의 주체·성별 △현금·카드 지불 △금액 등에 대한 항목을 묻고 있다.
또한 현금 결제의 경우 거래증빙영수증을 동봉해 반송해달라는 요구와 관련 문의를 위한 담당자 이름과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서씨는 “국세청에서 공문을 처음 받았기에 깜짝 놀랐다”며 “전화로 문의해보니 지난해 4월 아들이 결혼식을 치렀던 예식장이 매출 누락을 했기에 조사하는 것이라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최근 결혼식장과 회갑연장 등 매출 누락이 의심되는 예식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3과 4반 김영균 조사관은 “조사 내용은 비밀이라 말할 수 없으며 공문을 보낸 사실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국세청의 조치가 ‘행정편의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협조공문이라지만 조사항목이 자세하고 관련증빙 서류를 이용객에게 동봉해 반송하라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서씨는 “국세청이라면 무서운 기관이라는 생각에 기한에 맞춰 공문을 반송했다”며 “결혼식장을 이용한 시민이 한둘이 아닐텐데 그 많은 사람이 영수증을 찾아야 하고, 없으면 식장에 가 다시 떼 와야 한다는 것은 행정기관의 편의만을 고려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어떻게 협조대상을 선정해 공문을 보냈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협조대상의 선정과정’에 대해 “몇 명에게 협조공문을 보냈는지, 조사대상 업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인지는 공무상 비밀”이라고 답변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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