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단 사칭 ‘카사노바’ 구속

명문대 출신 연구원 알고 보니 고졸 무직자

지역내일 2006-01-06
국내외 명문 의대 출신의 의사로 신분을 속이고 미혼 여성에게 접근, 결혼을 미끼로 성관계를 갖고 돈을 뜯어낸 혐의(사기 등)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성동경찰서가 5일 구속한 박 모(34)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ㄹ(여)씨에게 “명문대병원 신경외과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내년에 미국으로 유학 갈 예정이니 결혼해서 함께 가자”고 유혹해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박씨는 ㄹ씨와 ㄹ씨의 모친으로부터 결혼비용 등의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260여만원을 받아 챙겼고 지난해 8월에는 서울 모처에서 돈을 주고 가짜 하객을 동원해 결혼식까지 그럴 듯하게 올렸다.
그러나 박씨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ㄹ씨가 해당 대학병원에 근무 여부를 조회하면서 정체가 발각되자 집을 나와 또 다른 범행 상대를 물색했다.
이후 박씨는 10월부터 ㄱ(여)씨, 11월부터 ㅈ(여)씨 등 다른 여성들을 만나 비슷한 수법으로 결혼을 빙자해 44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특히 ㅈ씨를 만나 “하버드 의대를 나와서 지금은 황우석 사단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속인 뒤 수시로 ㅈ씨의 집에 드나들며 명품 가방과 벨트, 액세서리 등 700여만원 어치의 금품을 턴 혐의(절도)도 추가로 적발됐다.
조사결과 박씨는 고졸 출신의 무직자이지만 명문대 총장의 직인을 위조해 가짜 졸업증명서와 성적표, 장학금 수령영수증 등을 만들어 갖고 다니며 자신의 신분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씨의 수첩에 여성 40여명의 이름이 적힌 사실로 미뤄 피해자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들 대다수가 고소를 꺼리고 있어 수사 확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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