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주부, 할인점 경쟁에 행복한 비명”

유통과 지역 경제 - 할인점 빅3 격전지, 경북 구미시

지역내일 2006-01-03
할인점, 지역 주거환경 개선 효과
과다한 경품·지역상권 붕괴 우려

이제 할인점은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한 축이 됐다. 지난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출점 경쟁을 벌이면서 올해는 지역별 할인점 경쟁이 더 치열해지 전망이다. 특히 최근 경북 구미시 사례는 할인점 삼국시대의 표본이라고 불린다. 38만 인구의 구미에 기존 이마트에 이어 지난 12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빅3 경쟁 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내일신문은 생활인 기자들인 주부리포터와 함께 대형할인점과 지역 상권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각 리포터들은 각 업체 매장을 직접 방문한 것은 물론 지역 상인들과 소비자 반응을 취재했다.

사회: 일단 지역사회에서 할인점 3개가 잇따라 들어선 것에 대한 평가는.
권복자(이하 권) : 전체적으로 주부들은 즐거운 비명이던데.
이주현 (이하 이): 다양하게 즐길만한 문화적 시설이 부족한 지역상황에서 대형할인점은 이제 하나의 놀이터인 셈이지.
홍정아(이하 홍) :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도 할 수 있지.
김정하(이하 김) : 각 업체의 선물공세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소비자들도 많고 과소비를 조장하는 데 할인점들이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던데.

사회: 업체마다 가격 면에서 최저가선언을 외치는데.
이: 업체마다 내놓는 기획 상품이 다 다르니까 기준이 되는 상품이 없어서 가격비교는 좀 어렵던데. 홈플러스의 경우 처음 개장 시 농산물이 좀 싼 것 같아. 그런데 농산물은 신선도 등 품질이 더 중요하니까 가격만 가지고 식품을 선택하기도 모호하고.
홍: 원 플러스 원 제품으로 섬유유연제를 사러갔는데 막상 구입하려고 보니까 평소 잘 알고 있는 브랜드제품이 아니라 바이오업체의 제품이라서 왠지 불안해서 그냥 왔어.
김: 몇몇 기획 상품을 제외하고는 물건 값이 많이 싸다는 느낌은 안 들던데. 개인적으로 아파트입주를 앞두고 인테리어용품을 사러 갔는데, 전반적으로 가격 면에서 그다지 저렴하지 않았어.
사회: 하지만 모회사의 커피믹스 100개가 9900원인데, 200개에 12900원(김치통 1개 부상)에 판매하던 날은 없어서 못 팔았다는 담당자의 얘기를 들었는데.
김: 실제로 기획 상품의 값은 정말 싸. 한 다발에 1980원 하던 바나나가 880원이고 계란10개에 490원이니 오히려 영세 상인이 사다가 되판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되지. 가격차이가 엄청나니 그동안 바가지 써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홍: 그동안 이마트가 독점적 지위 속에서 호시절을 누리며 영업해 온 것은 사실이잖아.

사회: 홈플러스와 롯데마트가 지역에 개점하며 부대시설에 있어서도 고품격과 백화점급의 시설을 강조하고 나섰는데 실제로 쇼핑하기에도 편리한가.
홍: 푸드 코드의 경우 두 업체 모두 음식모형이 있어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게 한 점은 좋았어. 하지만 어느 코너에서는 토요일 오전 11시 30분에 한참을 줄서서 주문했더니 재료가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하고, 평일 저녁 8시 30분에 40분이나 기다렸는데 재료 없어서 못 판다고 하면서 안내공고도 하나 없었어.
권: 두 업체 모두 개점한 지 얼마 안 되어 여러 면에서 미숙한 점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안내원에게 물어보면 초보라면서 고객을 세워놓고 서울서 내려왔다는 지원업무팀의 직원을 부르던데.
김: 부대시설은 롯데마트가 제일 나은 것 같아. 특히 키즈 사이언스는 가격도 비싸지 않고 시설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다양하게 고루 잘 갖춰 놓았더라고. 매장 1층과 3층에 보니까 까페 테이블처럼 쉴 수 있는 쉼터도 있어서 편리했어.
홍: 홈플러스는 주차라인 간격도 넉넉하고 진입금지표시 같은 것도 전광등으로 표시해주니까 주차하기 편리한 것 같아.
이: 개인적으로 홈플러스의 방학특강 단기강좌를 수강했는데 대도시에 있을 때 원했던 강좌들을 똑같이 지역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만이라도 대만족이야.

사회: 대형할인점의 잇따른 개점으로 정주여건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던데 발전적인 측면이 있다면.
이: 롯데마트에 유아용 자동차가 장착된 카트가 등장하자 이마트에서도 유아용 의자가 접목된 카트를 내놓았더라고. 역시 소비자입장에서는 경쟁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 각 업체의 전단지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신풍속도인 것 같아. 그만큼 꼼꼼하게 따져보고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자의 현명한 판단이 존재한다는 거지.
권: 서비스 면에서는 홈플러스 직원이 인사를 제일 잘하는 것 같아. 이마트에서도 타임별로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아직은 형식적이어서 그런지 진정성이 별로 안 느껴지더라고. 그래도 나름대로 모든 업체가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은 발전적이라고 봐.
홍: 전체적으로 고객중심의 사고방식을 지향한다는 점이 중요하지. 주부들이 쇼핑할 때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하니까 3사 모두 경쟁적으로 유아휴게실의 인테리어나 실용성을 고려해 개선점을 찾는다는 거야.
김: 젊은 엄마 입장에서는 육아와 쇼핑과 교육이 이제는 한곳에서 이뤄지게 된다는 점이 좋다고 생각해.

사회: 소비자 입장에서 재래상권의 경쟁력 확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권: 동네 슈퍼의 경우도 기획상품 형태로 반액세일이라든가 ‘원 플러스 원’처럼 묶음판매를 해도 영 썰렁하더라고. 시내 중앙시장 쪽을 둘러보았는데 아예 가게 문조차 열지 않은 곳도 많았어. 대형할인점 2곳이 개점하기 전에도 점포 가동율이 70%도 안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더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느껴지던데.
김: 재래시장은 거의 폐점상태야. 더군다나 요즘은 날이 추워서 더욱 재래시장이용은 부진하고. 또 가격도 요즘 할인점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내 놓아서 재래시장이 오히려 비싼 물건도 많고. 그러니 누가 이 추위에 재래시장 가겠어? 작은 동네 슈퍼도 마찬가지구. 대형할인점의 영향이 예상보다 큰 것 같아.
홍: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 주차문제는 고사하고 아직도 가격이나 원산지표시도 없던데.
이: 거기에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정신도 부족하고. 재래시장의 장점이 뭐야. 최대한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줄 수 있는 점이라고 봐.‘더 달라’고 하면 ‘안 팔아요’ 하는 식의 배짱 튀기기 식이 일부에서는 남아있으니.
홍: 아직도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거지. 신문지 조각이 그대로 붙어 있는 채 생선을 토막 내 그대로 싸주는 것은 현시점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김: 재래시장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장 재정비 사업에 들어갔고 각 상권들도 나름의 특성을 살리는 등의 자구책을 고심 중이라고 들었어. 하지만 무엇보다 내 일 아니면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시대에 상인들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노력이 절실하지 않을까.

사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누가 얼마만큼 고객만족에 다가가느냐 따라서 살아남느냐 무너지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게 분명해.

사회·정리 : 홍혜경 리포터
대담: 김정하 이주현 홍정아 권복자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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