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의 자녀는 태어나자마자 불법체류자의 멍에를 쓴다. 어른과 달리 강제출국을 당하지 않지만 자라면서 정규교육의 혜택을 받기는 힘들다. 설령 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피부색과 생김새로 따돌림을 당한다. 이들은 사회의 그늘로만 숨어 다니다 결국 몸과 마음이 지쳐 자포자기하기 일쑤다. 그들의 고단했던 2005년의 이야기와 새해 소망을 들어본다.
영광이(6)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말도 한국어로만 한다. 스리랑카 부모님이 지어준 ‘하노윈’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면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영광이의 아버지 하산뜨(32)씨와 야무나(31)씨는 이국땅에서의 삶이 너무 고단해 고향인 스리랑카로 돌아가고 싶지만 영광이는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영광이는 “내가 태어난 고향을 두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영광이의 부모는 대를 이어 불법체류자의 멍에를 걸머지겠다는 철없는 영광이를 볼 때마다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른다. 정규교육과정을 밟을 수 없는 현재 상태로는 하산뜨와 야무나씨의 시름은 커져만 간다. 야무나씨는 “영광이가 저토록 한국을 좋아하는데, 앞날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며 “2006년에는 아이들만이라도 불법체류의 굴레를 벗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핫산(6·가명)은 스리랑카에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평택의 한 지체아동보호소에 살고 있는 핫산은 엄마 아빠의 얼굴을 모른다.
지난 2000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왔던 엄마가 핫산을 낳자마자 불법체류로 적발돼 스리랑카로 강제추방됐기 때문이다. 산업연수생이 임신을 하면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다. 그리고 바로 강제출국된다.
아이도 불법체류자 신분을 이어받는다. 핫산도 강제출국이 될 운명이지만 당시 생사를 넘나드는 병으로 몸이 너무 허약했기 때문에 한국에 남겨졌다. 복지시설도 한국인만 가능했기 때문에 핫산은 2~3일 머물다 다른 시설로 옮겨 다니기 일쑤였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대표는 “핫산의 어머니가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한국에 오려 해도 강제추방 전력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불법체류자로 규정하지 말고 영주권을 줘 18세가 될 때까지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8년 스리랑카인 ‘산주’씨와 결혼한 한국인 지옥희(29)씨. 지씨는 대한(5)이와 대성(2)이를 두고 있다. 코시안의 집 마스코트로 불리는 대한이는 생김새는 엄마를 닮았지만 성격은 아빠를 닮아 수줍음을 많이 탄다. 대성이는 반대로 씩씩하고 활달하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부부와 달리 이들은 아이들 교육문제는 한 시름 던 상황이다. 아이들이 한국국적이기 때문에 정규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배타성은 피해갈 수 없는 난관이다.
대한이는 내년 코시안의 집을 떠나 동네 놀이방에 다녀야 하는 나이가 된다. 지씨는 벌써부터 동네아이들이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며 대한이를 따돌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지씨는 “아이들을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은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해부터는 편견과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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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이(6)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말도 한국어로만 한다. 스리랑카 부모님이 지어준 ‘하노윈’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부르면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영광이의 아버지 하산뜨(32)씨와 야무나(31)씨는 이국땅에서의 삶이 너무 고단해 고향인 스리랑카로 돌아가고 싶지만 영광이는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쓴다. 영광이는 “내가 태어난 고향을 두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영광이의 부모는 대를 이어 불법체류자의 멍에를 걸머지겠다는 철없는 영광이를 볼 때마다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른다. 정규교육과정을 밟을 수 없는 현재 상태로는 하산뜨와 야무나씨의 시름은 커져만 간다. 야무나씨는 “영광이가 저토록 한국을 좋아하는데, 앞날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며 “2006년에는 아이들만이라도 불법체류의 굴레를 벗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핫산(6·가명)은 스리랑카에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평택의 한 지체아동보호소에 살고 있는 핫산은 엄마 아빠의 얼굴을 모른다.
지난 2000년 산업연수생으로 한국에 들어왔던 엄마가 핫산을 낳자마자 불법체류로 적발돼 스리랑카로 강제추방됐기 때문이다. 산업연수생이 임신을 하면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다. 그리고 바로 강제출국된다.
아이도 불법체류자 신분을 이어받는다. 핫산도 강제출국이 될 운명이지만 당시 생사를 넘나드는 병으로 몸이 너무 허약했기 때문에 한국에 남겨졌다. 복지시설도 한국인만 가능했기 때문에 핫산은 2~3일 머물다 다른 시설로 옮겨 다니기 일쑤였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대표는 “핫산의 어머니가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한국에 오려 해도 강제추방 전력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한국에서 태어난 이주노동자 자녀들은 불법체류자로 규정하지 말고 영주권을 줘 18세가 될 때까지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8년 스리랑카인 ‘산주’씨와 결혼한 한국인 지옥희(29)씨. 지씨는 대한(5)이와 대성(2)이를 두고 있다. 코시안의 집 마스코트로 불리는 대한이는 생김새는 엄마를 닮았지만 성격은 아빠를 닮아 수줍음을 많이 탄다. 대성이는 반대로 씩씩하고 활달하다.
불법체류 이주노동자 부부와 달리 이들은 아이들 교육문제는 한 시름 던 상황이다. 아이들이 한국국적이기 때문에 정규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배타성은 피해갈 수 없는 난관이다.
대한이는 내년 코시안의 집을 떠나 동네 놀이방에 다녀야 하는 나이가 된다. 지씨는 벌써부터 동네아이들이 피부색과 생김새가 다르다며 대한이를 따돌리지 않을까 걱정한다.
지씨는 “아이들을 한국인으로 키우고 싶은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해부터는 편견과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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