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신용회복지원에 휴면예금 활용을…(한복환 2005.12.01)

지역내일 2005-12-01
신용회복지원에 휴면예금 활용을…


… “남편(이혼)의 사업실패로 빚을 지게 되었으나 신용회복위원회의 도움으로 채무조정(개인워크아웃)을 받아 10개월째 갚아오던 중, 어머니의 질병(암)으로 병원비 부담과 생활비가 급증한데다가 다니던 회사에서 실직하여 더 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개인파산을 신청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렵게 마련한 농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신용불량자가 되었다가 신용회복위원회와 주변 친지들의 도움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였으나, 생산물의 유통부진과 거래처 부도로 자금압박을 받아 더 이상은 조정 받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형편입니다.”…

신용카드 남용과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급증한 신용불량자 문제가 ‘신용불량정보등록제도 폐지’와 ‘생계형 금융채무불이행자 구제대책’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신용회복위원회를 비롯한 각계의 노력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이제는 안정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회복위원회의 상담센터에는 요즈음 위와 같이 채무조정 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이 적지 않게 들려온다. 왜 그럴까? 이는, 신용회복위원회나 한마음금융 등에서 조정 받은 채무를 모두 갚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내지 8년 동안 안정적으로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만일 이 기간 중 실직 또는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발생하게 되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끊기게 되는데다 따로 저축해둔 여유자금이 거의 없고 제도금융권으로부터의 대출도 불가능하여 생활비나 치료비 마련조차 어렵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채무감면과 상환기간연장 외에도 최장 1년까지 상환을 유예해주고, 때에 따라서는 채무자의 형편을 감안하여 채무를 한 번 더 조정해줌으로써 상환부담을 완화해주는 한편, 실직자에게는 신속하게 취업을 알선해주는 등의 긴급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병원진료비 등 필요한 현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급하게 돈이 필요한 경우 이들은 고금리의 사채를 쓸 수밖에 없어 단 한 번의 재난으로도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매우 높다. 또한, 영세 급여생활자는 대부분 잦은 이직이나 재취업을 위한 지식과 정보의 부족 등으로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구하기가 어려운 데다가 출산, 육아, 교육 등 생활비 증가요인이 자주 발생하여 대체로 채무변제여력이 점차 저하되는 경향이 있고, 영세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사업운영자금, 시설개보수자금 등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영업활동이 위축되어 회생노력이 좌절되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50만 명의 금융채무불이행자에게 채무조정을 통해 신용회복을 지원하였으며, 이외에도 부채문제에 관한 상담, 신용관리교육, 무료취업안내 등의 과다채무자 지원업무를 안정적으로 취급하고 있고, 최근에는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 신청자도 매일 약 200~300여명에 달하는 등 공적, 사적 신용회복지원이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채무조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경제적 재기에 성공하여 건전한 경제활동주체가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결코 짧지 않은 채무변제기간 동안 재기의지가 꺾이지 않아야 하고 또, 안정적으로 소득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과다한 금융채무불이행자 문제를 하루속히 해결하고 선진금융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보다 쉽게 실질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구와 법 제도를 통한 다양한 방식의 채무조정을 활성화함으로써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채무변제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채무자에게는 자녀학자금ㆍ병원비 등 긴급자금을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영세자영업자의 경영개선 또는 전업 등 구조조정을 적극 유도하는 입체적 지원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과거, 신용불량이라는 어둠과 질곡 속에서 신음하던 많은 과다채무자들이 새로운 희망을 갖고 재기를 향해 힘차게 새출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 금융권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은행, 보험회사 등이 보유한 휴면예금의 활용방안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자체적으로 잡수익 처리한 후 자율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하던 휴면예금을 공익법인을 설립하여 공동출연하고 이를 사회공헌활동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휴면예금을 정부기금화 하고 이를 정부가 관리하면서 사회소외계층 지원에 활용토록 하는 법안의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휴면예금으로 인한 수익이 금융이용자로부터 발생한 것임을 감안할 때, 정부출연금으로 조성되어 운영되는 여타의 기금처럼 사용되기보다는, 금융권에 의해 금융권에서 소외된 금융채무불이행자의 생활안정자금과 시설개보수 등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마이크로 크레딧’과 신용관리교육의 활성화 등 선진신용사회 구축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휴면예금을 가장 뜻 깊게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어려운 여건에서도 채무조정을 받아 열심히 일하며 빚을 갚아오다 뜻밖의 사고나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신용회복지원확정자들을 생각할 때, 휴면예금이 이들에게 재기의 용기와 희망이 되고 도약의 발판으로 사용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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