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국가는 서구화 바람 불고
미국·유럽은 근본주의로 치달아
유럽·미국 등 서구지역에 거주하는 이슬람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문화를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반면, 일부 아랍 국가 내에서는 이슬람 문화와 아랍어를 경시하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고 알자지라 신문이 보도했다.
◆유럽의 이슬람, 반사회행동 늘어 = 프랑스 소요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럽의 이슬람 이민자들은 종교·문화적으로 소외감과 인종차별을 느끼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유럽인이 이슬람인을 “단순히 ‘임시 노동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워싱턴의 아랍·미국 연구소의 제임스 조그비 소장은 말했다.
사실 유럽에서 이슬람계와 중동 이민자들은 상당한 경제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팽배한 인종차별의식 때문에 이들은 소외계층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독일의 터키인, 프랑스의 모로코인, 그리고 영국의 파키스탄인 등 유럽 내 이슬람인은 단순노동을 하는 비숙련공이 많아 유럽의 실업률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이기도 하다. 또 이들은 도시와 농촌의 빈민가에 모여 살면서 국가·고용불안에 대한 불만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유럽 이슬람교도 보수적 근본주의로 돌아서 = 사라토라타 헤럴드지는 이슬람 유럽의 이민 1세대들이 유럽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문화를 지키려고 했던 태도와 달리 2·3세대는 유럽 문화를 퇴폐주의로 보고 이슬람 문화와 가치를 고수하는 근본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 2·3세대들은 자신이 태어난 유럽국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유럽 사회에서 배태됐다는 불만과 좌절감으로 이슬람에 심취하거나 보수주의 이슬람교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 예로 영국에서는 전체 인구 중 3%만 이슬람교도인데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보다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모이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들었다.
독일의 터키 이민자들은 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생물수업과 체육수업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수학여행도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고 터키에 있는 남자와 어린 나이에게 결혼시켜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지는 전했다.
또 유럽 내에 극우 보수주의 정당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젊은 이슬람교도들이 슬럼지역에서 범죄를 일으키고 과격조직을 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이슬람인은 사회 주류로 = 그러나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약 300만명의 이슬람인들은 사회의 중심부로 진출하고 있다고 시애틀 타임스지는 전했다.
이들 이슬람인의 교육 수준은 미국 전체 평균보다 높고, 나이도 훨씬 젊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자는 3분의1에 불과한데 반해 이슬람인은 48%가 대학 졸업자고 대부분 전문직과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의 이슬람인은 미국 사회에 흡수돼 시민권과 정체성을 빨리 획득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뿌리인 이슬람교와 가치를 잊지 않고 점점 이슬람 사원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것은 미국에 있는 이슬람 사원 중 85%가 1970년대 이후 지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 이슬람인의 출산율은 유럽과 미국의 평균보다 최고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21세기 말에는 서구 사회에 거대한 이슬람 공동체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사라사토 헤럴드지는 전망했다.
◆아랍어와 영어 혼합해 사용 = 이런 유럽과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슬람 보수주의 경향과 달리 일부 아랍국가에서는 아랍어를 경시하고 서구문화를 추종하는 것이 상류계급의 상징처럼 여기는 경향이 일고 있다.
한 예로 알자지라 신문은 요르단에서 ‘아라비지(Arabizi)’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고 전했다. 이 말은 ‘아랍’과 영어의 아랍식 발음인 ‘잉글리지’란 말의 합성어로 아랍어와 영어를 혼합하여 쓰는 언어 방식을 말할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부유층 젊은 엘리트를 일컫는다. 이들은 아랍어를 ‘따분한 언어’로 생각하고 이슬람 문화와 가치만을 추종하지 않는다.
이렇게 아랍어와 외국어를 섞어 사용하는 것은 레바논이나 알제리와 같은 아랍 국가의 엘리트 사회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알자지라는 이런 ‘아라비지’ 때문에 아랍어의 순수성과 이슬람 문화가 오염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라비지’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한 달리아 알쿠리(25)씨는 “캐나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아랍어를 섞어 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5년 전만 해도 이런 현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랍문화권에서 ‘성’과 같은 종교적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는 영어로 말한다”며 “아라비지는 이슬람 금기를 깨는 한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랍 학자들은 요르단 젊은이들이 점점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미국의 대중문화를 아랍 세계에 퍼트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요르단 대학의 언어학자인 하이탐 사르한 교수는 “만약 이런 경향이 계속된다면 아랍어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이런 경향은 아랍 국가에 퍼지고 있는 지식인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상류층과 빈민층의 격차 심화 = 요르단에서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아라비지’를 사용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 자유화가 추진됐고, 1991년 걸프 전쟁 중 쿠웨이트에서 요르단으로 이주해온 전문인들이 들어와 새로운 중산층을 형성했다. 여기에 영국과 미국에서 교육 받은 압둘라 국왕이 통치하면서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암만에 있는 부유한 지역에서는 엘리트 학교가 생겨나 영어로 수업 하고 서구식 카페와 쇼핑몰이 들어서고 있다. 물론 이 지역에서는 아라비지가 사용된다.
‘아라비지’는 아랍국가에 등장한 새로운 상류층이며 언어로 부유층과 빈곤층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과거에는 아랍권 상류층은 정부 관리에 한정됐지만 요즘은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귀국하면서 ‘외국어와 외국 문화 향유정도’에 따라 새로운 엘리트층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엘리트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재산, 영어 구사 능력을 자랑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아랍 국가에서 영어는 계급을 상징하는 하나의 ‘증표’가 되고 있다.
/최진성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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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은 근본주의로 치달아
유럽·미국 등 서구지역에 거주하는 이슬람인들 사이에서 자신의 문화를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반면, 일부 아랍 국가 내에서는 이슬람 문화와 아랍어를 경시하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고 알자지라 신문이 보도했다.
◆유럽의 이슬람, 반사회행동 늘어 = 프랑스 소요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럽의 이슬람 이민자들은 종교·문화적으로 소외감과 인종차별을 느끼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유럽인이 이슬람인을 “단순히 ‘임시 노동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워싱턴의 아랍·미국 연구소의 제임스 조그비 소장은 말했다.
사실 유럽에서 이슬람계와 중동 이민자들은 상당한 경제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팽배한 인종차별의식 때문에 이들은 소외계층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독일의 터키인, 프랑스의 모로코인, 그리고 영국의 파키스탄인 등 유럽 내 이슬람인은 단순노동을 하는 비숙련공이 많아 유럽의 실업률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이기도 하다. 또 이들은 도시와 농촌의 빈민가에 모여 살면서 국가·고용불안에 대한 불만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유럽 이슬람교도 보수적 근본주의로 돌아서 = 사라토라타 헤럴드지는 이슬람 유럽의 이민 1세대들이 유럽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문화를 지키려고 했던 태도와 달리 2·3세대는 유럽 문화를 퇴폐주의로 보고 이슬람 문화와 가치를 고수하는 근본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 2·3세대들은 자신이 태어난 유럽국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유럽 사회에서 배태됐다는 불만과 좌절감으로 이슬람에 심취하거나 보수주의 이슬람교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 예로 영국에서는 전체 인구 중 3%만 이슬람교도인데도 교회에 다니는 사람보다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모이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들었다.
독일의 터키 이민자들은 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생물수업과 체육수업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수학여행도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고 터키에 있는 남자와 어린 나이에게 결혼시켜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지는 전했다.
또 유럽 내에 극우 보수주의 정당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로 젊은 이슬람교도들이 슬럼지역에서 범죄를 일으키고 과격조직을 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이슬람인은 사회 주류로 = 그러나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는 약 300만명의 이슬람인들은 사회의 중심부로 진출하고 있다고 시애틀 타임스지는 전했다.
이들 이슬람인의 교육 수준은 미국 전체 평균보다 높고, 나이도 훨씬 젊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자는 3분의1에 불과한데 반해 이슬람인은 48%가 대학 졸업자고 대부분 전문직과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의 이슬람인은 미국 사회에 흡수돼 시민권과 정체성을 빨리 획득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뿌리인 이슬람교와 가치를 잊지 않고 점점 이슬람 사원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것은 미국에 있는 이슬람 사원 중 85%가 1970년대 이후 지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 이슬람인의 출산율은 유럽과 미국의 평균보다 최고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21세기 말에는 서구 사회에 거대한 이슬람 공동체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사라사토 헤럴드지는 전망했다.
◆아랍어와 영어 혼합해 사용 = 이런 유럽과 미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슬람 보수주의 경향과 달리 일부 아랍국가에서는 아랍어를 경시하고 서구문화를 추종하는 것이 상류계급의 상징처럼 여기는 경향이 일고 있다.
한 예로 알자지라 신문은 요르단에서 ‘아라비지(Arabizi)’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고 전했다. 이 말은 ‘아랍’과 영어의 아랍식 발음인 ‘잉글리지’란 말의 합성어로 아랍어와 영어를 혼합하여 쓰는 언어 방식을 말할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부유층 젊은 엘리트를 일컫는다. 이들은 아랍어를 ‘따분한 언어’로 생각하고 이슬람 문화와 가치만을 추종하지 않는다.
이렇게 아랍어와 외국어를 섞어 사용하는 것은 레바논이나 알제리와 같은 아랍 국가의 엘리트 사회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알자지라는 이런 ‘아라비지’ 때문에 아랍어의 순수성과 이슬람 문화가 오염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라비지’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한 달리아 알쿠리(25)씨는 “캐나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아랍어를 섞어 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5년 전만 해도 이런 현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랍문화권에서 ‘성’과 같은 종교적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는 영어로 말한다”며 “아라비지는 이슬람 금기를 깨는 한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랍 학자들은 요르단 젊은이들이 점점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미국의 대중문화를 아랍 세계에 퍼트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요르단 대학의 언어학자인 하이탐 사르한 교수는 “만약 이런 경향이 계속된다면 아랍어는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이런 경향은 아랍 국가에 퍼지고 있는 지식인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상류층과 빈민층의 격차 심화 = 요르단에서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아라비지’를 사용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 자유화가 추진됐고, 1991년 걸프 전쟁 중 쿠웨이트에서 요르단으로 이주해온 전문인들이 들어와 새로운 중산층을 형성했다. 여기에 영국과 미국에서 교육 받은 압둘라 국왕이 통치하면서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암만에 있는 부유한 지역에서는 엘리트 학교가 생겨나 영어로 수업 하고 서구식 카페와 쇼핑몰이 들어서고 있다. 물론 이 지역에서는 아라비지가 사용된다.
‘아라비지’는 아랍국가에 등장한 새로운 상류층이며 언어로 부유층과 빈곤층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과거에는 아랍권 상류층은 정부 관리에 한정됐지만 요즘은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귀국하면서 ‘외국어와 외국 문화 향유정도’에 따라 새로운 엘리트층이 형성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엘리트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재산, 영어 구사 능력을 자랑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아랍 국가에서 영어는 계급을 상징하는 하나의 ‘증표’가 되고 있다.
/최진성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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