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이슬람계 현상: 아랍에서 서구화 바람, 유럽에선 보수화"

지역내일 2005-12-20
''극단적인 이슬람계 현상: 아랍에서 서구화 바람, 유럽에선 보수화"


유럽과 미국에 사는 이슬람인들 사이에서는 이슬람 문화를 지키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반면, 일부 아랍 국가 내에서는 이슬람 문화와 아랍어를 경시하는 풍조가 생겨나고 있다고 알자지라 신문이 보도했다.




◆ 유럽의 이슬람, 소외와 차별로 반사회적 행동 늘어

지난 달 발생한 프랑스 아랍계 이민자들의 폭동의 근본적인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럽의 이슬람 이민자들은 종교-문화적으로 소외감과 인종차별을 느끼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이민자들에 생소한 유럽인들이 이들을 “단순히 ‘임시 노동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미국 워싱턴의 아랍-미국 연구소의 제임스 조그비 소장은 말했다. 사실, 유럽의 이슬람계와 중동 이민자들은 ‘유럽의 주주’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아직 유럽 내에 팽배한 인종차별 때문에 이들은 소외계층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독일의 터키인, 프랑스의 모로코인, 그리고 영국의 파키스탄 인들은 단순노동을 하는 비숙련공이 많기 때문에, 이들은 유럽의 실업률이 높아지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계층이기도 하다. 이슬람계 이민자와 노동자들은 도시와 농촌의 빈민가에 모여 살면서 이민국가에 대한 불만과 고용불안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다.




◆ 유럽 이슬람교도들 점차 보수적 근본주의로 돌아서

또 사라토라타 헤럴드 지는 이슬람 유럽의 이민 1세대들이 유럽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의 이슬람 문화를 지키려고 했던 태도와는 다르게, 2, 3세대 이슬람 이민자들은 유럽 문화를 퇴폐주의로 보고 이슬람 문화와 가치를 고수하는 근본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 2,3세대들은 자신이 태어난 유럽국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유럽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불만과 좌절감으로 이슬람에 심취하거나 보수주의 이슬람교도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사라토라 해럴드 지는 전했다. 그 한 예로 인구 중 3%만이 이슬람교도인 영국에서는 교회에 다니는 사람보다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모이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들었다. 또 많은 독일의 터키 이민자들은 딸들이 학교에서 생물수업과 체육수업 그리고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도록 하고, 터키에 있는 남자와 어린나이에게 결혼시켜 학교를 그만두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 지는 전했다. 또 유럽 내에 극우보수주의 정당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경계로 젊은 이슬람교도들은 도시와 지방의 슬럼지역에서 범죄를 일으키고 과격조직을 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미국 이슬람인들은 사회의 중심으로

그러나 ‘이민자의 나라’라는 명성과 걸맞게 미국에 있는 약 3백만의 이슬람인들은 미국 사회의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시애틀 타임스 지는 전했다. 이슬람인들의 교육정도는 미국 평균보다 높고, 평균나이도 훨씬 젊다. 미국의 1/3이 대학 졸업자인데 반해 이슬람인들의 48%가 대학 졸업자이며, 대부분이 전문직과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다. 미국의 이슬람인들은 미국 사회에 흡수되어 시민권과 새로운 정체성을 빨리 획득하기도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뿌리인 이슬람교와 가치를 잊지 않고, 점점 더 많은 이슬람인들이 사원으로 모여들고 있다. 미국에 있는 이슬람 사원 중 85%가 1970년대 이후에 지어진 것이 그 증거이다.

또 이슬람들의 출산율은 유럽과 미국의 평균보다 최고 3배 이상 높기 때문에, 21세기 말에는 서구 사회 내에 거대한 이슬람 공동체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사라사토 헤럴드 지는 분석했다.




◆ 일부 아랍국가에서는 서구화 바람

유럽과 미국의 이슬람 보수주의 경향과는 다르게, 일부 아랍국가에서는 아랍어를 경시하고 서구문화 추종을 상류계급의 상징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불고 있다. 요르단에서는 ‘아라비지(Arabizi)’라는 단어까지 생겨났다고 알자지라 신문이 전했다. 이 말은 ‘아랍’과 영어의 아랍식 발음인 ‘잉글리지’란 말의 합성어로, 아랍어와 영어를 혼합하여 쓰는 언어 방식을 말하며, 동시에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부유층 젊은 엘리트를 일컫는다. 이들은 아랍어를 ‘따분한 언어’로 생각하고 이슬람 문화와 가치만을 추종하지 않는다. ‘아라비지’ 때문에 아랍어의 순수성과 이슬람 문화도 오염되어 간다고 이 신문은 우려했다.




◆ 영어 사용이 상류계급의 상징

‘아라비지’라는 다큐멘터리 필름을 제작한 올해 25세의 달리아 알쿠리 씨는 “캐나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많은 사람들이 영어와 아랍어를 섞어 쓰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현상은 없었다”고 말한다. 또 “영어로 아랍문화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말하기가 쉽다. ‘성’과 같은 종교-문화적으로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는 모두 영어로 말한다. 아라비지는 이슬람 금기를 깨는 한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아랍 언어학자들은 젊은 요르단 인들이 점점 더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 미국의 대중문화를 아랍 세계에 퍼트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요르단 대학의 언어학자인 하이탐 사르한 교수는 “만약 이런 경향이 계속된다면, 아랍어는 위기에 처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아랍 국가에 퍼지고 있는 지식인들의 위기”라고 평했다. 아랍어와 외국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은 레바논이나 알제리아와 같은 아랍 국가의 엘리트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 상류층과 빈민층의 격차 심화

요르단에서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아라비지’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많은 사회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 때부터 요르단은 경제자유화를 추진하였고, 1991년 걸프 전쟁 중 쿠웨이트에서 온 전문인들이 요르단으로 들어와 새로운 자유 중산층을 형성하였다. 또 영국과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압둘라 국왕이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암만에 있는 부유한 지역에서는 엘리트 학교가 생겨나 영어로 수업을 하며, 서양식카페와 미국식 쇼핑몰들이 들어서고 있다. 물론 이 지역에서는 아라비지를 사용한다. 그러나 노동자 계급이 사는 암만 동쪽에는 ‘아라비지’란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

‘아라비지’는 아랍국가에 등장한 새로운 상유층이며, 부유층과 빈곤층이 언어로 더욱 뚜렷이 구별된다. 과거에는 상류층은 정부 관리들에 한정되었지만, 외국 유학자와 이민자들의 귀국으로 ‘외국어와 외국 문화 향유정도’에 따라 새로운 상류 엘리트층이 형성되고 있다. 새로운 엘리트들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재산, 영어능력을 자랑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랍 국가에서 영어는 계급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증표’가 되고 있다.

최진성 리포터 1004jinny5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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