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일하는 여성과 보육시설

지역내일 2005-12-05
일하는 여성과 보육시설
한 병 환 (부천시의회 의원)

일하는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을 안고 산다. 그 중 첫째가 육아문제이다. 예전이라면 집안 어른께서 아이들을 돌봐주시겠지만, 핵가족제도가 보편화된 현실에서는 아이들을 어딘가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무척 바빠졌다. 엄마의 출근시간 전에 눈을 떠야 하고, 어떤 날은 보육시설에서 제공하는 오전간식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며 종일 부모와 떨어져 놀고 공부하고 활동하다 부모 퇴근시간에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집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잠자기 전까지인 서너 시간이 고작이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여성은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수준 높은 보육시설이 있기를 원하게 된다.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안정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의 요구를 실현하는 곳이 바로 직장보육시설이다. 그러나 직장보육시설은 법으로 300인 이상 상시 여성고용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되어 있기에, 대다수가 중소 규모 사업장인 우리나라에선 그야말로 그림 속 떡에 불과하다. 부천의 경우를 보아도 직장보육시설은 시청과 각 구청의 시설 외에 겨우 두 개가 더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일하는 여성은 아이들을 일반 보육시설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직장여성이 늦어도 7시까지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는 것은 정말 힘겨운 일이다. 차라도 막혀 늦어지면 퇴근 못하고 기다리는 교사를 대하기가 미안하다.
여타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서 여성이 일한다는 것은 벅차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인지 출산율이 세계최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결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통해 목민관의 임무 중에서 중요한 것이 전답과 인구수의 증대라고 하였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 생산성을 높이고 인구수를 늘리는 것이 정부와 지방자치체의 책무임을 말한 것이다.
일하는 여성에게 필요한 보육시설은 다양한 보육형태의 시설이다. 잔업과 교대근무, 불규칙한 퇴근시간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시간만큼 맡길 수 있고, 영아만을 위한 영아전담보육시설 등. 물론 비용은 저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하는 여성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정책이 바로 사업장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 공립보육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개별 기업들이 능력부족으로 설치하지 못하는 직장보육시설을 대신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복지수요가 증대하는 만큼 현대사회에서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역할은 날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행정에 있어 수요자 중심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의 자녀들이 보다 훌륭하게 자라도록 하는 것은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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