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事後藥方文)’ 조차 없는 구미교육계

지역내일 2000-09-25
태풍 ‘사오마이’가 지역을 휩쓸었던 지난 16일.

경북도교육청은 강풍과 폭우로 인해 학생들의 등교길 안전이 우려된다며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학생들의 안전’,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교육청의 ‘늑장 휴교령’과 비상연락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실제 많은 학생들이 등교한 뒤에야 비로소 휴교령 소식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이미 많은 언론이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많은 일선 교사들은 휴교령을 내린 교육청의 취지마저도 무색하게 만들 ‘생각 없는 교육행정’의 표본을 보았다고 한다.

우선 학생들의 안전이 철저히 무시됐다는 것.

이미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한 뒤에야 휴교령 소식이 학교에 도착한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

그런데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까지 나온 학생들을 태풍이 그치지도 않았는데 다시 돌려보내야 했을까.

휴교령이 정말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면 집에 돌아가기 위해 폭풍이 몰아치는 거리로 나가는 아이들을 붙잡았어야 되지는 않았을까.

이번 휴교령은 여러모로 보나 분명 ‘실패작’이었다.

물론 휴교령이라는 경험이 거의 전무한 교사들이나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의도했던 바가 제대로 이뤄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음 번에도 이런 경우가 생기면 어떡할 것인지에 대해 교육청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그저 ‘비상연락망이나 잘 기능 하도록 주의를 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휴교령이 내려지는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행동방침과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고 했다.

하지만 이를 가르쳐야 할 교육청이 정작 자신들은 배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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