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경상남도 고영진 교육감

지역내일 2005-11-07
평준화 유지 속 특목고 등 수월성 보장
“성적부풀리기 원칙적으로 막겠다”
재일동포 자녀 교육프로그램 준비

경남교육청이 경남에 연고를 가진 재일동포 자녀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희미해가는 민족의식을 다시 심어주기 위해서다.

- 오사카 교포 자녀 모국 체험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 6월 한일교류차원에서 일본 오사카를 방문했을 때 현지 경남도민회 관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 재일동포 2~3세들로서 자녀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자라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한일전 축구경기가 있으면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아들 손자는 일본대표팀을 응원한다고 한다. 또 일본인과의 결혼이 늘어나면서 민족의식은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남도민회 등에서 고국 특히 경남교육청이 동포 자녀 모국 방문 체험프로그램을 실시해 주기를 희망했다.
우리 도교육청에서는 이런 요청에 대해 논의한 결과, 내년 오사카 지역 중학생 30명을 대상으로 9박 10일간의 모국 체험 교육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시범프로그램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개선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중장기 계획으로 2007년도에는 오사카와 도쿄지역, 2008년도에는 일본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 물론 경남교육청에서 추진하는 만큼 경남에 연고를 가진 동포 자녀를 우선해 시행할 것이다.
이런 모국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문화유산답사 등을 통해 모국에 대한 애국심을 키우고, 역사교과서 외곡 독도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이해하는 민간외교사절을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학생의 가정에서 3일간 홈스테이가 포함돼 있어 경남 인재들이 세계 시민의식을 가진 글로벌 지도자로 성장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 학력격차 등 고교 평준화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평준화제도에 대한 견해는.
고교 평준화에 대한 평가는 평가 주체에 따라 너무나 다양한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교육감으로서 분명한 것은 모든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준화든 비평준화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자녀를 보낼 수 있도록 신뢰받는 학교를 만드는데 더욱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도 학연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사회병리 현상을 감안한다면, 평등주의를 지향하는 평준화의 의의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특수한 분야 등에서 특수성을 인정하는 학교 설립을 병행해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 선택 욕구를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경남교육청에서는 평준화 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학교 교육력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학급 규모 감소, 시설여건 확충, 수업 방법 개선, 교육과정의 다양화 등을 통해 신뢰받는 학교를 구현해나가고 있다. 또 선지원 후추첨제 및 특수목적고 운영 활성화를 통한 학교선택권 확대와 수준별 이동수업을 통한 학생집단 이질성으로 인한 문제점 해소, 영재교육 활성화를 통한 수월성 교육 강화 등으로 평준화 정책 보완에도 노력하고 있다.

- 교육의 수월성도 필요하다는 말씀인데 이를 위한 경남교육청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또 몇몇 교육청에서 학력증진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데 경남교육청에서는 이와 관련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공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 보통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는 영재들에게 만족스러운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 것 또한 공교육의 책무다.
우리 교육청에서는 경남과학고의 경남과학영재교육원, 창원교육청 영재교육원 등 22개 영재교육기관을 통해 2444명에게 영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영재교육을 포함한 수월성교육 수요를 고려해 몇 가지 발전방안을 가지고 있다.
먼저 수월성 교육 대상자를 2005년 전체학생의 4.4%에서 2007년까지 5%로 확대할 계획이다. 둘째 영재교육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수학·과학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서 내년부터는 정보 및 문학 영재교육으로, 2008에는 인문사회분야로까지, 2010년에는 예체능분야로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셋째 영재교육 교수·학습 자료의 지속적 개발·보급, 영재교육기관 강사 연수 강화를 통해 영재교육의 질 향상에 노력할 것이다.
이와 함께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 운영도 활성화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학력증진을 위해 ‘교실수업 개선을 통한 학력향상’을 경남교육 역점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학력 책임지도제 운영을 통한 기초·기본 학력 향상, 학습자의 개인차를 고려한 교실수업 개선, e-Learning운영으로 보충학습 기회 확대, 학력평가 방법의 개선을 통한 학업성취도 향상, 교육여건 개선으로 교육의 질 향상 등이다.

- 최근 교육부가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교원단체 들이 반발하고 있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대한 교육감의 견해는 무엇인가.
경상남도에는 현재 분교장을 포함해 100명 이하의 초·중학교 수가 266개에 이른다. 소규모 학교가 많은 것이 인사, 재정 운용에 많은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농어촌에 소재한 학교의 개념은 경제적 효율성만을 따질 수는 없다. 자녀에게 학교교육을 통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부모들의 공통된 소망이며 최고의 가치라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부모님의 교육열을 대단하다. 자녀의 교육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는 삶의 터전으로 더 이상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교육청은 학부모들이 원하는 한 소규모 학교를 그 지역에 존치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학교가 자녀교육에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복식수업, 비전공 교과 수업 등 비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불가피하다.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학습의욕이 저하될 수 있으며, 올바른 사회성과 인격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교육환경 및 재정 운용 측면에서도 교육환경이 영세화되어 기자재 및 시설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으며 교육재정 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된다.
만약 주민들께서 이러한 문제점을 이해하시고 인근 학교와 통합에 동의한다면 통학버스지원은 물론 교육여건 개선을 지원할 것이다.

- 내신 부풀리기 등 대학입시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무엇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또 중등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감의 입장에서 대학사회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일부 대학에서 대입전형 시 평어만 반영하면서 성적부풀리기 현상이 발생하였고, 학교생활기록부 위주의 수시모집 비율이 증가하면서 교사들의 온정주의, 학부모들의 이기주의가 이러한 현상에 부채질하였다고 본다.
성적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지난 2월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합의한 기준을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이를 지키지 못한 학교에 대하여는 상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러한 성적부풀리기 현상은 상대평가에 따른 등급제가 적용되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부터는 사라지고 있다.
대학사회에 바라는 것은 대입전형 시 평어 대신에 학생이 취득한 원점수 석차를 반영해 줄 것과 고등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를 위해 수시 1학기 전형은 재검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또 비교과영역의 평가 내용을 대입전형에 대폭 반영해 주었으면 한다.

- 정치권에서 교육감 선거제도 등 교육 자치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교육감 선거제도에서 주요 이슈는 교육예산 및 조례 등을 심의, 의결할 때 현재 교육위원회와 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를 이중적으로 거치는 것의 문제점이 그 하나이고 교육감 선출방식에서 주민 직선이냐 간선이냐가 또 하나의 이슈다.
첫 번째 이슈인 이중적 심의, 의결 구조는 어느 한 쪽으로 일원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중적 심의, 의결 구조로 인해 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는 의견에는 일반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본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일원화되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두 번째 이슈인 교육감 선출방식은 주민직선과 간선이 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느 한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 어느 쪽이든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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