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에게

지역내일 2005-10-28
주례사를 많이 듣게 되는 계절, 가을이다. 친척이나 지인들의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들을 때면 가끔 법륜 스님의 주례법문이 떠오른다. 주례사 하면 형식적이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그 분의 말씀은 세대를 뛰어넘어 큰 공감을 얻었다. 요즘 세태를 잘 꼬집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하객들을 모아놓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며 살겠다’고 맹세하고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못 살겠다’며 갈라서는 부부가 많다. 이런 부부의 불행은 ‘서로 상대의 덕만 보려 하고 결코 손해 볼 마음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는 법륜 스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 전에는 대단히 현명하게 행동한다. 상대의 객관적인 조건과 양가의 조화, 서로의 취향까지 고려하여 까다롭게 상대를 고른다.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결혼상대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서로 많은 것을 알고 결혼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결혼 후의 생활에서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배우자를 위해 자신이 조금 더 손해보겠다는 마음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일단 결혼을 한 뒤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의 단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이 보이더라도 슬쩍 눈감아 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이혼율의 증가에 따라 재혼 희망자들도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외로움이 밀려올 때나 새로운 상대를 찾는 과정에서 이혼을 후회하기도 한다. 부부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감수하며 살기보다 섣부르게 이혼을 선택한 후유증이리라. 이혼 사유 중에는 성격 차이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두 사람의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가 단기간에 고쳐질 문제는 아니지만 서로의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를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두 사람이 싫어 이혼하는데 무슨 참견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이혼은 두 사람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신중하기를 권고하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부라면 더욱 그렇다. 이혼 경험자들도 자녀가 있다면 가능한 헤어지지 말고 해결점을 찾으라고 말한다.
서구 선진국들의 경우 이혼이 오래 전부터 보편화 되었고,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이혼율이 증가하더라도 큰 사회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아직까지 이혼자와 그 자녀를 바라보는 눈이 차가울 뿐만 아니라 정책과 복지시스템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부모의 이혼으로 겪게 되는 자녀의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쉽게 지워질 수 없다. 지금 그 어떤 이유로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가 있다면 자녀의 눈을 한번 들여다보길 권한다. 그 맑은 눈망울에 세상에 대한 원망과 냉소가 가득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서.
형 남 규
결혼정보회사 듀오
상담회원관리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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