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

재테크 상담을 하면서 인생을 배운다

지역내일 2005-10-20
대다수의 사람들이 재테크는 돈을 남보다 빨리 많이 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보면 재테크는 인생설계와 같은 것이다. 즉 한 사람의 라이프 사이클(life-cycle)에 맞춘 일생을 되새겨 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영업 할 땐 돈 있는 VIP고객을 주로 상대하였기 때문에 “나도 저 나이가 될 때 00정도의 자산을 소유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돈 버는 방법만 연구 하곤 했다. 그러나 부자들에겐 ‘돈 버는 방법’이나 노하우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절약하는 태도’까지 배울 수 있다. 부자들의 공통점은 단돈 10원이라도 자신이 인정하지 않으면 돈을 쓰지 않고 절대 낭비가 없다는 것이다. 도리어 먹고 살만한 정도의 자신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돈을 더 헤프게 쓴다.
요즘엔 인터넷이나 전화로 재테크상담을 하면서 재테크나 재정설계를 해 주기도 하지만 때론 도와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며 내 자신을 뒤돌아보곤 한다.
한 순간 소비충동을 이기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취직하게 돼 그 수입으로 빚도 갚고 돈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는데 최대한 대출을 빨리 상환하라는 답밖에 줄 수 없을 때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매월 120만원의 월급으로 생활비 20만원을 떼고 100만원을 저축하려는데, 적당한 상품을 추천해 달라는 상담을 받고는 ‘우리집 한달 생활비보다 적은 수입으로도 저축하려 하는 구나’하며 나의 소비습관을 반성하고 천원짜리 한 장도 남달리 보였던 적도 있었다. 또 예비신랑이 앞으로 5년 안에 내 집을 장만하겠다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결혼하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다면 내 집을 조금 더 일찍 장만할 수 있었을 것이며, 또 ‘맞벌이라는 핑계로, 작은 외식 등으로 필요 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었을 텐데…’하는 후회를 하면서 나의 경험을 곁들여 상담해 주기도 했다.
재테크 상담을 하면서 상담자의 인생을 함께 고민하면서 돈의 소중함도 알게 됐고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됐다.
명심보감에 ''대부유천(大富由天), 소부유근(小富由勤)''이라는 말이 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들어주는 것이고 작은 부자는 근면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인데, 요즈음 여러 고객들을 상담하면서 되새겨지는 재테크의 의미는 기회를 잘 잡아 일확천금을 만드는 것 이라기보다, 부지런하게 일하여 모으고, 낭비요소를 줄이면서 바라던 꿈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과정이라는 게 평범하지만,’행복한 재테크’가 아닌가 싶다.
김 은 정
조흥은행 재테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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