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 21, 기획예산처, 교육부, 대학간 혼선

서울대 대학원 전용시설 구축비 둘러싸고 잡음

지역내일 2000-09-19

'두뇌한국(BK) 21' 사업 예산 중 대학원 전용시설 구축비를 둘러싸고 정부측 사업시행 주체
인 교육부와 예산당국인 기획예산처, 그리고 지원대상인 서울대간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고급 두뇌인력 양성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오는 2005년까지 7년간 추진키로 한 BK
21 사업은 도입과정에서부터 교수들의 거리 시위를 불러일으키는 등 대학가의 심한 반발을
샀으나 사업시행 2년째를 맞는 최근까지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기획예산처가 서울대에 지원키로 한 예산을 일부 삭감한 데서 비롯됐다. BK
21 사업 계획에 따르면 총 예산 1조4천억원 중 대학원 전용시설 구축비 명목으로 서울대에
만 매년 5백억원씩 7년간 총 3천5백억원을 지원키로 돼 있으나 최근 기획예산처가 사업시행
3년째인 2001년도 예산 5백억원 중 3백억원을 삭감, 2백억원만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
서울대 기획실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예산 삭감은 BK 21 사업 출범 당시 이기준 총
장과 김덕중 전 교육부장관 사이에 합의됐던 사항을 파기하는 것"이라며 "사업시행 초기부
터 정부가 약속했던 예산을 줄인다면 당장 2001년과 2002년에 계획된 사업을 진행시키기가
곤란하며 BK 21 사업의 본래 취지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따르면 이번 정부재원을 바탕으로 슈퍼컴퓨터 등 기자재를 도입, 전산망을 확충해
국내 모든 대학들이 해외의 연구결과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종합학술정보시스템을 구축하
고 대학원 정원 확대에 따라 필요한 연구동과 정원 내에 포함되는 외국인과 타대학 연구진
을 위한 기숙사 등을 건립할 방침이었으나 이에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이달초부터 국회 교육위원회 및 예결산위원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BK
21 사업의 지원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한편, 정부 관계들을 대상으로 한
설득 작업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예산 5백억원이 12월말에 가서야 뒤늦게 서울대에 지급됨에 따라 부지선정, 공사설계, 착공 등의 작업이 덩달아 지연돼 올해까지 지급되는 예산 1천억원을 모두 집행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 예산을 축소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서울대는 아직까지 지난해 예산도 다 소요하지 않은 것으로 안
다"며 "내년 예산의 축소는 정부의 예산 사정을 고려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올해 예산이 내년으로 이월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예산을 지원하
기는 정부의 예산 사정상 곤란하다는 것이 예산당국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BK 21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교육부는 기획예산처와 다른 입장을 보여 정부
부처간에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김화진 교육부 대학원지원과장은 "현정부의 핵심사업인 BK 21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으로
세간에 알려져 명분이 훼손되거나 BK 21 사업에서 소외된 서울대 교수들의 저항을 불러일
으킬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약속대로 예산을 지급해야만 하는 게 교육부의 처지"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또다른 관계자도 "서울대가 올해 안에 1천억원 분량의 사업을 모두 발주할 수 있
도록 추진 중"이라며 "교육부는 정부의 중기재정계획에 명문화 돼 있는 BK 21 예산이 원안
대로 지급되기를 바라지만 기획예산처의 논리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
다.
한편 기획예산처는 서울대측에 지난해 말 지급한 예산 5백억원과 올 하반기 지급 예정인 5
백억원 등 총 1천억원의 세부 지출내역(또는 계획)과 2001년도 BK 21 사업 예산운용계획을
보고토록 요구했다. 이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에 따라 내년 예산의 증액 여부를 다시 결정한
다는 것이 기획예산처의 설명이다. 기획예산처는 또한 서울대의 공사 진척 상황과 자금소요
의 흐름에 따라 7년의 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약속된 예산 3천5백억원을 모두 지급할 방침임
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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