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달력을 구해 왔을 때 아내가 “1월 17일 날이 무슨 날이지요?”라고 물었다. 수요일이라고 대답했더니 “그래요?”라고 반문하며 그냥 밖으로 나갔다. 아니 도대체 그 날이 무슨 날인데? 음력 섣달 초열흘인 할머님 제삿날인가? 잠시후 다시 방문을 열더니만 “당신! 우리 결혼 기념일이 언제인가 알기나 해요?”라고 했다. 아차 또 한방 먹었구나. 그러나 당당해야지 “여보! 스무해를 살면서 농담하는 것도 모르나? 올해는 어디로 가던지 여행이라도 가자. 당신 가고 싶은 데로 계획을 한번 세워봐. 그럼 가자는 데로 갈 테니까”라고 하며 간신히 한고비를 넘겼다.
도대체 나는 결혼생활 몇점짜리 남편일까? 작년 결혼 기념일에도 모임이 있어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다가 밤늦게 되어 아내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맏고 반쯤 취한 상태에서 오늘 미국
사람 만나서 술 한잔한다고 했더니 그 길로 사흘동안은 고전을 치르지 않았던가? 음력으로
는 섣달 열 이튿날이어서 초창기에는 1월 12일로 착각해서 구박 당하기도 했다. 올해는 잊
어버릴까 두려워 아예 달력에 결혼 기념일이라고 적어 두었다. 남세스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는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나는 첫날밤을 당신이 만들어온 이불을 덮고 우리 집에서 자는
것이 좋다고 했고 착한 당신은 내 말을 따라주었지만 실제로 그때 내 형편으로는 어려운 살
림에 신혼여행가는 돈이 아까워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때 여행 경비로 우리는 찬장을 샀
지? 지금은 많이 었어졌지만 당신이 장만해온 사기그릇을 찬장 가득히 넣어놓고 바보처럼
둘이서 흐뭇해 했었잖아. 그리고 남들은 신혼여행 사진 들여다보며 즐거워 할 때 우리는 방
을 드나들며 찬장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하지 않았나? 지금도 형편이 좋아 남들보다 경제적으
로 잘사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하고 착한 원호, 선미, 민호가 있고 양식할 논 있고 생활비 마
련해 주는 사과밭 있고 어머님 모시고 살며 당신과 나 사이에 사랑 있으니 당신 믿는 하나
님께나 어머님이 믿는 부처님께 우린 복 받고 사는게 아닐까?
내일이면 당신이 말하던 20주년 결혼기념일인데 신혼여행도 못 다녀왔는데 대신 어디로 갈
래? 처음에는 망설이든 당신에게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동남아시아 쪽으로 가자더니
벌써 마음이 변해 농촌이 이렇게 어려운데 꼭 외국까지 갈 일이 무어 있느냐며 제주도나 울
릉도로 가자고 했지? 그러다가 어제는 애들 데리고 동해안에 회나 먹으로 가자고 했지? 그
러다가 내일이 되면 추운데 그냥 집에 있자고 하지나 않을까? 내 머리카락에 흰 새치가 한
두 개씩 보이더니 벌써 반백이 가까워오고 키가 커서 늘씬해 보이는 당신이지만 실속은 옆
구리 살이 한 움큼씩 쥐여질 때가 되니 당신도 이제 겁나는 게 없어지는가 보다. 오늘은 십
년 전에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고란동까지 삼십리길 밤나들이도 갔잖아. 전화가 오면 당
신을 데리러 갈테니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는 추운데 집에 있자고만 하지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 보자. 결혼 20주년 기념여행을.
도대체 나는 결혼생활 몇점짜리 남편일까? 작년 결혼 기념일에도 모임이 있어 친구들과 술
한잔을 하다가 밤늦게 되어 아내에게 걸려오는 전화를 맏고 반쯤 취한 상태에서 오늘 미국
사람 만나서 술 한잔한다고 했더니 그 길로 사흘동안은 고전을 치르지 않았던가? 음력으로
는 섣달 열 이튿날이어서 초창기에는 1월 12일로 착각해서 구박 당하기도 했다. 올해는 잊
어버릴까 두려워 아예 달력에 결혼 기념일이라고 적어 두었다. 남세스러운 이야기지만 우리
는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나는 첫날밤을 당신이 만들어온 이불을 덮고 우리 집에서 자는
것이 좋다고 했고 착한 당신은 내 말을 따라주었지만 실제로 그때 내 형편으로는 어려운 살
림에 신혼여행가는 돈이 아까워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때 여행 경비로 우리는 찬장을 샀
지? 지금은 많이 었어졌지만 당신이 장만해온 사기그릇을 찬장 가득히 넣어놓고 바보처럼
둘이서 흐뭇해 했었잖아. 그리고 남들은 신혼여행 사진 들여다보며 즐거워 할 때 우리는 방
을 드나들며 찬장을 들여다보며 즐거워하지 않았나? 지금도 형편이 좋아 남들보다 경제적으
로 잘사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하고 착한 원호, 선미, 민호가 있고 양식할 논 있고 생활비 마
련해 주는 사과밭 있고 어머님 모시고 살며 당신과 나 사이에 사랑 있으니 당신 믿는 하나
님께나 어머님이 믿는 부처님께 우린 복 받고 사는게 아닐까?
내일이면 당신이 말하던 20주년 결혼기념일인데 신혼여행도 못 다녀왔는데 대신 어디로 갈
래? 처음에는 망설이든 당신에게 해외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동남아시아 쪽으로 가자더니
벌써 마음이 변해 농촌이 이렇게 어려운데 꼭 외국까지 갈 일이 무어 있느냐며 제주도나 울
릉도로 가자고 했지? 그러다가 어제는 애들 데리고 동해안에 회나 먹으로 가자고 했지? 그
러다가 내일이 되면 추운데 그냥 집에 있자고 하지나 않을까? 내 머리카락에 흰 새치가 한
두 개씩 보이더니 벌써 반백이 가까워오고 키가 커서 늘씬해 보이는 당신이지만 실속은 옆
구리 살이 한 움큼씩 쥐여질 때가 되니 당신도 이제 겁나는 게 없어지는가 보다. 오늘은 십
년 전에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고란동까지 삼십리길 밤나들이도 갔잖아. 전화가 오면 당
신을 데리러 갈테니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는 추운데 집에 있자고만 하지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 보자. 결혼 20주년 기념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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