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초점-은행, 복덕방 되나

지역내일 2005-09-02

큰 손들에겐 “잘 파세요”
작은 손에겐 “이제 사세요”


정부의 8․31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은행들은 고액고객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팔아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반면 실제로 살기 위해 집을 사려는 고객들에게는 “지금이 살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 시장의 소유 재분배가 은행고객들에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강력한 대책은 없었다” = “지금까지 내놓은 정부 대책 중 가장 강력하며 이는 5년내에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일 국민은행 박영선 세무사는 200여명의 PB고객을 모아놓고 이같은 말로 입을 열었다.
박 세무사는 이어 “부동산을 사지 않으면 매입에 따른 이전비용 증가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보유세와 양도세이므로 △비수익자산은 조속히 매각하고 △좋은 주택은 보유하되 남은 주택은 유예기간 중에 팔며 △양도차익이 적은 주택부터 팔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팔되 제대로 팔아야 한다는 것.
벌써부터 토지는 팔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차장은 “팔아야 하는지, 언제 파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많지만 일부 고객들 중에서는 이미 토지들이 팔리지 않는다며 문의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불안한 투자대안들 = 물론 반드시 팔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서 제외돼 있는 사업용 건물과 부속토지는 상대적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어 기존의 비사업용 토지를 사업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그러나 나대지에 상가를 신축하는 등의 방법은 상당한 결단이 필요하다. 상가를 지었을 경우 수익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규제가 강하지 않은 상가빌딩도 투자대안으로 떠오른다. 현재 수익성이 5% 내외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아파트 토지 등에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투자방향이 몰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2007년쯤에는 상가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어 투자시점을 앞당겨 내년쯤에는 매입할 만하다는 게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의 조언이다. 그러나 박 팀장도 “이미 상당히 가격이 올라있어 투자성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하며 추가투자로 임대자 재구성, 리모델링, 재건축 등을 통한 개발이익 쪽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아직 부동산을 팔아서 주식시장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면서 “현재는 보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신경이 몰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팀장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확신있게 투자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로서는 가격조정이 불가피하지만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주요 이유다.


◆집값 10~20% 떨어지고 매물 쏟아져 = 국민은행 박 세무사는 “세금만으로 빠져보면 20%까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팀장도 “강남 분당 등이 20~30평형 소형 주택의 경우엔 10%이상의 가격 하락을 예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매물이 올해부터 쏟아지기 시작해 유예기간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공급물량 감소로 내년 중엔 주택가격이 상승전환할 수도 있으나 내년까지 상당수 물량이 쏟아질 수 있어 내년까지는 가격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실제 거주하려는 고객은 내년말에 임박할 수록 많은 매물이 나올 것이므로 예상했던 지역의 급매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안 차장도 “올해말과 내년 2분기까지가 실수요자에게는 주요한 매입시기”라고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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