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사람들 늘어
퇴직후 직급 낮춰 근무하는 사례 많아 … 금융기관 3곳 120명 참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조기퇴직이 일반화되면서 퇴직후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하고 있고 정년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퇴직후 20~30년의 여생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직장에서 직급을 낮춰서 근무하는 임금피크제나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창업이나 취업도 늘어나고 있다. 내일신문은 조기퇴직 사회에서 퇴직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우리에게 은퇴는 없다
2.은퇴후 어디서 살까(상·하)
3.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상·하)
어깨:임금피크제 받아들인 모 은행 김성모 부장
주제목:“밀려난 것이 아니라 일의 성격이 달라진 것”
일자리나누기의 한 형태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 직원 9명으로 시작했던 임금피크제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동참하면서 현재 3개 금융기관, 120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은 해당 기관에서 지점장이나 부장 등 책임자로 근무하다 실무지원을 담당하고 있고, 일부는 후배 지점장 밑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연공서열을 강조되고, 직급과 연봉을 낮추어 근무하는 것은 수치를 여기는 우리나라 기업 풍토에서 임금피크제가 확산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일신문은 지난 17일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인 모 은행 부장 김성모(56 가명)씨를 만났다. 이곳에서 28년째 근무한 김씨는 지난 1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김씨는 자신이 퇴직 전부터 맡고 있던 업무를 신분만 바뀐 상태에서 계속 맡고 있다. 월급은 퇴직 직전에 받던 금액의 80%수준으로 정해졌다. 김씨의 월급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조금씩 하향 조정된다.
“은행을 그만둔 동기들 중에 절반은 사장이지만 나머지는 실업자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나가서 창업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두 아들의 결혼문제도 작용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의 직업은 결혼할 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학 졸업후 고시를 준비하던 김씨는 지난 77년 대학동기들보다 늦게 이 은행에 입사했다. 김씨는 30여년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전직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은행생활 30여년 하면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 이곳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씨도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가족과 주위의 시선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김씨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친구들한테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모두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라고 하더라. 아내와 자식들도 이해를 해줬다.”
김씨는 현재 지원업무인 여신심사업무를 맡고 있다.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행정부장직을 맡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은행에서 배운 것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여신심사나 프로젝트 지원, 각 부서 전문위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은행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김씨는 정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나이 때문에 밀려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늘어난다. 계약직으로 바뀌는 것은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김씨도 나이를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도는 앞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일은 쉬워도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가 있다.”
김씨는 선진국처럼 우리 금융기관도 한 분야의 전문은행 키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양성을 통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나이에 상관없이 근무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개인금융서비스(PB), 여신업무 등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를 육성하고 한다면 나이에 따라 획일적으로 자르는 현상은 극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는 최근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외국어 공부를 통해 퇴직후 직업 선택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4개 외국어 정도 능통하면 퇴직후에 먹고사는 문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위에 보면 법정관리인이나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
기획특집2팀 = 신명식 윤영철 김진명 김은광 기자 msshin@naeil.com
박스기사
어깨:70대에 제2의 인생 개척한 엄원섭·석규관씨
엄원섭 - 71세에 해외에서 창업
석규관 - 71세에 학원강사에 도전
사오정(45세 정년)이나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라는 말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데 70세가 넘어서 새 인생을 개척한 사람들이 있다. 국내도 아니고 해외창업을 통해 국위선양과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엄원섭씨와 40대만 되도 환갑이 지난 것으로 평가받는 학원가에 강사로 나선 석규관씨가 그들이다.
엄원섭(72) 몽골현대씨티대형써비스공장 사장은 5년전에 몽골에 처음 갔다. 엄 사장은 5년 전까지 국내에서 서울경기양돈축협조합장을 지냈다.
“몽골은 잠재력이 많은 나라다. 땅도 비옥해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게는 중요한 농산물 교역상대국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곳에 진출했다.”
엄 사장은 농업쪽의 전망을 보고 몽골에 진출했지만 이미 몽골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아들의 권유로 자동차 정비회사인 몽골현대씨티대형서비스공장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차령이 오래된 버스나 포클레인, 화물차 등 각종 차량부품 정비 등을 맡고 있다.
“몽골에는 오래된 차량이 많이 매연문제가 심각하다. 시장수요도 많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면 사업성공은 물론이고 한국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몽골에는 러시아에서 무상공급하는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현대·기아차가 신차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차 일색이다.
엄 사장은 지난해 아들이 근무하는 몽골현대기아자동차 등이 인수한 울란바트로 제2버스회사 사장을 맡았다. 우리 나이로 71세에 사장에 오른 것이다. 몽골의 평균수명이 65세인데 70세가 넘은 엄 사장의 도전은 현지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엄 사장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쉬지 말고 새로운 직업을 찾을 것을 권했다.
“무슨 일이든 일에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더라도 쉬지 말고 일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좋다.”
40세만 넘으면 원장으로 물러나거나 은퇴하는 학원가에서 70대의 강사로 복귀하는 사람이 있다. 석규관(71)씨는 오는 9월부터 서울YMCA에서 중국어 강좌를 진행한다. 40대 초반이었던 지난 75년 이곳에서 강의를 했다고 하니 30년 만에 같은 자리에 서는 셈이다.
석씨 강의를 맡기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력서를 들고 종로바닥을 돌아다녔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여러 번 퇴짜를 맞았다. 서울YMCA에서도 이사회를 거쳐 어렵게 강의를 맡았다.
“강의실을 꽉 채울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도 자신있다고 하니 강의로 채용하더라.”
석씨는 중국어 전공자가 아니다. 대학(고대)도 정외과를 나왔다. 그러나 석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손문의 삼민주의에 심취해 중국어를 독학했다. 중국어를 배울 데가 마땅치 않아 중국집 주인에게서도 단어를 배웠다.
그는 지난 79년에야 45세의 나이에 대만 유학을 떠났다. 우리나라의 대학원격인 대만대학교 삼민주의연구소를 졸업한 후 귀국해 본격적으로 유명 입시학원과 단과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중국어를 가르쳤다.
이 시기에 석씨는 수업시간에 당시 군부정권을 비판하다 수사기관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석씨는 최근까지 신문사 문화센터 등에서 중국어 강의를 계속했다.
석씨는 퇴직후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외국어공부를 권했다.
“위험부담이 큰 창업보다 어학공부를 통해 취업기회를 넓히는 것이 좋다.”
해외사례-정년제도 없애는 선진국
도요타 “월급 절반만 받아도 일하겠다”
매년 1200명 퇴직자 대상 … 미국 “연령차별 금지를 법으로 명시”
지난 2월 중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자동차가 내년부터 60세 정년을 넘긴 사원들을 재고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를 위해 도요타 노사간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임금 수준과 후생연금 지급 연령 등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타의 정년퇴직자는 매년 1200여명 수준으로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는 2008년 전후가 되면 18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연장되는 정년도 현재 63세에서 65세로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65세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도요타는 현재도 현장기술자를 중심으로 매년 100여명 정도를 1년 단위로 63세까지 재계약하고 있다.
재고용되는 직원들이 받을 급여와 연금은 정년퇴직 당시의 절반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가 정년사원 재고용 방침을 결정한 데에는 일본내 수요증가로 인한 생산과 개발부문 인력 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내 직원만 6만4000여명으로 최대 제조업체로 도요타가 정년사원 재고용을 실시할 경우 일본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요타 외에도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인 닛산이나 혼다 등이 정년퇴직사원의 일부를 재고용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 정년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나이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6년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한데 이어 86년에는 ‘정년제도’를 폐지했다.
호주의 경우 기업이 노인을 채용할 때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있고 나이를 이유로 해고할 때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어께:고령자 고용에 대한 정부·정치권 대응
주제목:노동부, 정년낮은 업체에 ‘시정 권고’ 수준
부제목:정치권, 공무원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법안 추진
지난달 노동부는 300인 이상 고용 기업 1660개의 ‘고령자 고용 및 정년현황’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체의 단일정년을 채택하고 있는 1177개의 평균 정년은 56.8세로 지난 2000년보다 0.4세나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우리 국민 평균수명이 남성 73.3세, 여성 80.4세임을 고려하면 평균 정년 56.8세는 평균 수명과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단일 정년 채택 기업중 55세를 정년으로 정한 기업이 43.6%인 513개로 가장 많고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정한 기업은 15.2%(179개)에 불과했다.
정부차원의 노령자 고용대책은 정년연장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정년이 54세 미만이 업체 대해서 정년연장계획서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지난 90년 정부는 정년을 60세로 권고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IMF를 겪으면서 이 법은 사문화된 상태다.
정치권에서 공무원 정년연장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이 공무원 정년연령을 60세로 통일하는 국가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공무원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을 골자로 한 ‘지방공무원법’ 재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60세인 공무원 정년(현재 )을 2018년까지 65세로 늘리고 55세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퇴직후 직급 낮춰 근무하는 사례 많아 … 금융기관 3곳 120명 참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조기퇴직이 일반화되면서 퇴직후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평균수명이 80세에 육박하고 있고 정년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퇴직후 20~30년의 여생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직장에서 직급을 낮춰서 근무하는 임금피크제나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창업이나 취업도 늘어나고 있다. 내일신문은 조기퇴직 사회에서 퇴직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우리에게 은퇴는 없다
2.은퇴후 어디서 살까(상·하)
3.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상·하)
어깨:임금피크제 받아들인 모 은행 김성모 부장
주제목:“밀려난 것이 아니라 일의 성격이 달라진 것”
일자리나누기의 한 형태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금융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 직원 9명으로 시작했던 임금피크제는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동참하면서 현재 3개 금융기관, 120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은 해당 기관에서 지점장이나 부장 등 책임자로 근무하다 실무지원을 담당하고 있고, 일부는 후배 지점장 밑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
연공서열을 강조되고, 직급과 연봉을 낮추어 근무하는 것은 수치를 여기는 우리나라 기업 풍토에서 임금피크제가 확산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일신문은 지난 17일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인 모 은행 부장 김성모(56 가명)씨를 만났다. 이곳에서 28년째 근무한 김씨는 지난 1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김씨는 자신이 퇴직 전부터 맡고 있던 업무를 신분만 바뀐 상태에서 계속 맡고 있다. 월급은 퇴직 직전에 받던 금액의 80%수준으로 정해졌다. 김씨의 월급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조금씩 하향 조정된다.
“은행을 그만둔 동기들 중에 절반은 사장이지만 나머지는 실업자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나가서 창업할 자신이 없었다.”
물론 현재 대학에 재학 중인 두 아들의 결혼문제도 작용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의 직업은 결혼할 때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학 졸업후 고시를 준비하던 김씨는 지난 77년 대학동기들보다 늦게 이 은행에 입사했다. 김씨는 30여년의 회사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전직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은행생활 30여년 하면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어렵다. 이곳이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김씨도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기까지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가족과 주위의 시선도 신경이 쓰였다. 그러나 김씨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친구들한테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모두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라고 하더라. 아내와 자식들도 이해를 해줬다.”
김씨는 현재 지원업무인 여신심사업무를 맡고 있다.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행정부장직을 맡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은행에서 배운 것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여신심사나 프로젝트 지원, 각 부서 전문위원 등 다양한 형태로 은행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김씨는 정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나이 때문에 밀려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만 늘어난다. 계약직으로 바뀌는 것은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일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물론 김씨도 나이를 기준으로 한 임금피크제도는 앞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일은 쉬워도 조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가 있다.”
김씨는 선진국처럼 우리 금융기관도 한 분야의 전문은행 키우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양성을 통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나이에 상관없이 근무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개인금융서비스(PB), 여신업무 등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를 육성하고 한다면 나이에 따라 획일적으로 자르는 현상은 극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씨는 최근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외국어 공부를 통해 퇴직후 직업 선택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4개 외국어 정도 능통하면 퇴직후에 먹고사는 문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위에 보면 법정관리인이나 부동산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
기획특집2팀 = 신명식 윤영철 김진명 김은광 기자 msshin@naeil.com
박스기사
어깨:70대에 제2의 인생 개척한 엄원섭·석규관씨
엄원섭 - 71세에 해외에서 창업
석규관 - 71세에 학원강사에 도전
사오정(45세 정년)이나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라는 말이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데 70세가 넘어서 새 인생을 개척한 사람들이 있다. 국내도 아니고 해외창업을 통해 국위선양과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엄원섭씨와 40대만 되도 환갑이 지난 것으로 평가받는 학원가에 강사로 나선 석규관씨가 그들이다.
엄원섭(72) 몽골현대씨티대형써비스공장 사장은 5년전에 몽골에 처음 갔다. 엄 사장은 5년 전까지 국내에서 서울경기양돈축협조합장을 지냈다.
“몽골은 잠재력이 많은 나라다. 땅도 비옥해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게는 중요한 농산물 교역상대국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이곳에 진출했다.”
엄 사장은 농업쪽의 전망을 보고 몽골에 진출했지만 이미 몽골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아들의 권유로 자동차 정비회사인 몽골현대씨티대형서비스공장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차령이 오래된 버스나 포클레인, 화물차 등 각종 차량부품 정비 등을 맡고 있다.
“몽골에는 오래된 차량이 많이 매연문제가 심각하다. 시장수요도 많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면 사업성공은 물론이고 한국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다.”
몽골에는 러시아에서 무상공급하는 자동차를 제외하고는 현대·기아차가 신차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차 일색이다.
엄 사장은 지난해 아들이 근무하는 몽골현대기아자동차 등이 인수한 울란바트로 제2버스회사 사장을 맡았다. 우리 나이로 71세에 사장에 오른 것이다. 몽골의 평균수명이 65세인데 70세가 넘은 엄 사장의 도전은 현지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엄 사장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쉬지 말고 새로운 직업을 찾을 것을 권했다.
“무슨 일이든 일에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더라도 쉬지 말고 일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좋다.”
40세만 넘으면 원장으로 물러나거나 은퇴하는 학원가에서 70대의 강사로 복귀하는 사람이 있다. 석규관(71)씨는 오는 9월부터 서울YMCA에서 중국어 강좌를 진행한다. 40대 초반이었던 지난 75년 이곳에서 강의를 했다고 하니 30년 만에 같은 자리에 서는 셈이다.
석씨 강의를 맡기까지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력서를 들고 종로바닥을 돌아다녔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여러 번 퇴짜를 맞았다. 서울YMCA에서도 이사회를 거쳐 어렵게 강의를 맡았다.
“강의실을 꽉 채울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젊은 사람들과 경쟁해도 자신있다고 하니 강의로 채용하더라.”
석씨는 중국어 전공자가 아니다. 대학(고대)도 정외과를 나왔다. 그러나 석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손문의 삼민주의에 심취해 중국어를 독학했다. 중국어를 배울 데가 마땅치 않아 중국집 주인에게서도 단어를 배웠다.
그는 지난 79년에야 45세의 나이에 대만 유학을 떠났다. 우리나라의 대학원격인 대만대학교 삼민주의연구소를 졸업한 후 귀국해 본격적으로 유명 입시학원과 단과학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중국어를 가르쳤다.
이 시기에 석씨는 수업시간에 당시 군부정권을 비판하다 수사기관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 석씨는 최근까지 신문사 문화센터 등에서 중국어 강의를 계속했다.
석씨는 퇴직후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외국어공부를 권했다.
“위험부담이 큰 창업보다 어학공부를 통해 취업기회를 넓히는 것이 좋다.”
해외사례-정년제도 없애는 선진국
도요타 “월급 절반만 받아도 일하겠다”
매년 1200명 퇴직자 대상 … 미국 “연령차별 금지를 법으로 명시”
지난 2월 중순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자동차가 내년부터 60세 정년을 넘긴 사원들을 재고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를 위해 도요타 노사간 전문위원회를 만들어 임금 수준과 후생연금 지급 연령 등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요타의 정년퇴직자는 매년 1200여명 수준으로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하는 2008년 전후가 되면 18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연장되는 정년도 현재 63세에서 65세로 늘어나고 장기적으로는 65세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도요타는 현재도 현장기술자를 중심으로 매년 100여명 정도를 1년 단위로 63세까지 재계약하고 있다.
재고용되는 직원들이 받을 급여와 연금은 정년퇴직 당시의 절반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가 정년사원 재고용 방침을 결정한 데에는 일본내 수요증가로 인한 생산과 개발부문 인력 부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내 직원만 6만4000여명으로 최대 제조업체로 도요타가 정년사원 재고용을 실시할 경우 일본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는 도요타 외에도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인 닛산이나 혼다 등이 정년퇴직사원의 일부를 재고용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의 경우 정년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나이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6년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한데 이어 86년에는 ‘정년제도’를 폐지했다.
호주의 경우 기업이 노인을 채용할 때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있고 나이를 이유로 해고할 때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어께:고령자 고용에 대한 정부·정치권 대응
주제목:노동부, 정년낮은 업체에 ‘시정 권고’ 수준
부제목:정치권, 공무원 정년연장·임금피크제 법안 추진
지난달 노동부는 300인 이상 고용 기업 1660개의 ‘고령자 고용 및 정년현황’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체의 단일정년을 채택하고 있는 1177개의 평균 정년은 56.8세로 지난 2000년보다 0.4세나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우리 국민 평균수명이 남성 73.3세, 여성 80.4세임을 고려하면 평균 정년 56.8세는 평균 수명과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
단일 정년 채택 기업중 55세를 정년으로 정한 기업이 43.6%인 513개로 가장 많고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정한 기업은 15.2%(179개)에 불과했다.
정부차원의 노령자 고용대책은 정년연장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정년이 54세 미만이 업체 대해서 정년연장계획서를 요구하는 수준이다.
지난 90년 정부는 정년을 60세로 권고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IMF를 겪으면서 이 법은 사문화된 상태다.
정치권에서 공무원 정년연장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이 공무원 정년연령을 60세로 통일하는 국가 및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제출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공무원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을 골자로 한 ‘지방공무원법’ 재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60세인 공무원 정년(현재 )을 2018년까지 65세로 늘리고 55세 이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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