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재 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1945년 광복 기억을 되새기고 지난 60년을 돌아보기 위한 여러 가지 기념행사가 국내에서 기획되고 있지만 눈을 해외로 돌려보면 광복60주년과 국권상실 100주년을 바라보는 해외동포사회는 다소 차분한 느낌이다. 따지고 보면 한반도 이외의 전 세계에 600만명으로 추산되는 해외동포사회의 기원은 1905년의 국권상실 무렵일 것이다.
1905년 국권상실의 시점을 전후하여 많은 이들이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하여 정착하기도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이주하기도 하였다. 이 후 식민지 지배의 와중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과 중앙아시아, 사할린, 그리고 일본 등지로 이주하여 흩어져 사는 삶의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원래 고향을 떠난 유대인들의 이산을 일컫는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지난 100년 동안 한민족의 흩어져 사는 삶은 한민족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로 부를 수 있다. 지금은 한국기업 지사, 한국인 유학생 그리고 한국에서 온 여행객을 전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세계화를 외치기 이전에 디아스포라의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살았던 미주지역의 한 작은 도시에서도 한국인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와이 사탕수수 이민자의 3세, 한국전쟁이후 정착한 교민, 60년대 말과 70년대에 기술이민으로 정착한 이들, 외국가정에 입양된 후 장성한 한인들, 국제결혼으로 낯선 땅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룬 사람들, 타국에서 사업으로 자수성가하여 기반을 이룬 이들, 그리고 1.5세와 2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역사속으로 물러나는 1,2세대
미주지역은 그나마 나은 편일 것이다. 다른 지역에 이주한 동포들은 러시아혁명, 중국혁명,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등 세계사의 거센 소용돌이속에서 매서운 시련을 겪고도 광복이후 한민족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디아스포라의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 경우도 있다. 이제 길게는 1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1세대, 2세대는 흩어져 살았던 삶의 기억을 안고 역사속으로 물러나는 시점에 있고 3세대, 4세대는 한민족의 일원이라는 정체성과 소수민족출신의 이민자로서 적응해야 하는 현실적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세대가 되었다.
우여곡절끝에 세계화의 경쟁에서 그나마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한 우리가 한민족 디아스포라 100주년을 맞이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해외동포사회의 흩어져 사는 삶의 기억들이 소리없이 사라지기 전에 한민족 역사의 소중한 기록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오사카와 연해주, 그리고 사할린이든 또는 비교적 최근에 이주한 독일과 아르헨티나이든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기억을 기록에 담자는 것이다. 비록 연로하긴 하지만 디아스포라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1세대, 2세대의 일기와 편지 그리고 비망록과 같은 자료와 흩어져 사는 삶의 생생한 체험을 담은 생애사(life history)와 구술사(oral history)를 채록하여 보존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이 사업을 전 세계에 있는 한민족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단체가 한민족 디아스포라 기록사업의 기금을 조성하여 현지 한민족 공동체의 3세대, 4세대의 청년들이 연로한 1세대, 2세대의 기억을 채록하고 풀어 쓰는 프로젝트를 실행할 것을 제안한다.
1세대 등의 삶 채록·보존해야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생성되는 기억과 기록의 외형적 산출물도 역사적 가치가 있지만, 더 나아가서는 한민족 공동체의 새로운 세대가 앞서간 세대의 삶을 되새기고 소수민족으로서의 당당한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의 출처와 내용을 둘러싼 의혹과 공방으로 광복 60년, 국권상실 100년의 여름이 어수선하기만 한 요즈음, 어떤 디지털 카메라의 광고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역설적으로 ‘기억은 기록의 어머니이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지난 100년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기억이 더 이상 역사의 흔적으로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서 보존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1945년 광복 기억을 되새기고 지난 60년을 돌아보기 위한 여러 가지 기념행사가 국내에서 기획되고 있지만 눈을 해외로 돌려보면 광복60주년과 국권상실 100주년을 바라보는 해외동포사회는 다소 차분한 느낌이다. 따지고 보면 한반도 이외의 전 세계에 600만명으로 추산되는 해외동포사회의 기원은 1905년의 국권상실 무렵일 것이다.
1905년 국권상실의 시점을 전후하여 많은 이들이 만주와 연해주로 이주하여 정착하기도 하였고 다른 사람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노동자로 이주하기도 하였다. 이 후 식민지 지배의 와중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중국과 중앙아시아, 사할린, 그리고 일본 등지로 이주하여 흩어져 사는 삶의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원래 고향을 떠난 유대인들의 이산을 일컫는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 지난 100년 동안 한민족의 흩어져 사는 삶은 한민족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로 부를 수 있다. 지금은 한국기업 지사, 한국인 유학생 그리고 한국에서 온 여행객을 전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가 세계화를 외치기 이전에 디아스포라의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살았던 미주지역의 한 작은 도시에서도 한국인의 수는 많지 않았지만 하와이 사탕수수 이민자의 3세, 한국전쟁이후 정착한 교민, 60년대 말과 70년대에 기술이민으로 정착한 이들, 외국가정에 입양된 후 장성한 한인들, 국제결혼으로 낯선 땅에서 새로운 가정을 이룬 사람들, 타국에서 사업으로 자수성가하여 기반을 이룬 이들, 그리고 1.5세와 2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역사속으로 물러나는 1,2세대
미주지역은 그나마 나은 편일 것이다. 다른 지역에 이주한 동포들은 러시아혁명, 중국혁명, 그리고 2차 세계 대전 등 세계사의 거센 소용돌이속에서 매서운 시련을 겪고도 광복이후 한민족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디아스포라의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된 경우도 있다. 이제 길게는 1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1세대, 2세대는 흩어져 살았던 삶의 기억을 안고 역사속으로 물러나는 시점에 있고 3세대, 4세대는 한민족의 일원이라는 정체성과 소수민족출신의 이민자로서 적응해야 하는 현실적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세대가 되었다.
우여곡절끝에 세계화의 경쟁에서 그나마 기반을 구축하기 시작한 우리가 한민족 디아스포라 100주년을 맞이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필자는 무엇보다도 해외동포사회의 흩어져 사는 삶의 기억들이 소리없이 사라지기 전에 한민족 역사의 소중한 기록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오사카와 연해주, 그리고 사할린이든 또는 비교적 최근에 이주한 독일과 아르헨티나이든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기억을 기록에 담자는 것이다. 비록 연로하긴 하지만 디아스포라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1세대, 2세대의 일기와 편지 그리고 비망록과 같은 자료와 흩어져 사는 삶의 생생한 체험을 담은 생애사(life history)와 구술사(oral history)를 채록하여 보존하자는 것이다.
필자는 이 사업을 전 세계에 있는 한민족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단체가 한민족 디아스포라 기록사업의 기금을 조성하여 현지 한민족 공동체의 3세대, 4세대의 청년들이 연로한 1세대, 2세대의 기억을 채록하고 풀어 쓰는 프로젝트를 실행할 것을 제안한다.
1세대 등의 삶 채록·보존해야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생성되는 기억과 기록의 외형적 산출물도 역사적 가치가 있지만, 더 나아가서는 한민족 공동체의 새로운 세대가 앞서간 세대의 삶을 되새기고 소수민족으로서의 당당한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의 출처와 내용을 둘러싼 의혹과 공방으로 광복 60년, 국권상실 100년의 여름이 어수선하기만 한 요즈음, 어떤 디지털 카메라의 광고는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역설적으로 ‘기억은 기록의 어머니이다’라고 주장하고 싶다. 지난 100년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기억이 더 이상 역사의 흔적으로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가 나서서 보존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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