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선 건설, 지하화 요구로 진통

안산·수원, “주거환경 악화 초래하는 지상화 반대”…건교부, 수천억원 추가 부담에 전체 지하화 힘들어

지역내일 2005-07-20 (수정 2005-07-20 오후 12:09:34)
수원과 인천을 연결하는 수인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계획 된지 10년이 지나도록 지역주민들의 노선 지하화와 차량정비창 위치 변경 요구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94년 운행이 중단된 수인선 협궤 열차는 오는 2008년까지 1조8246억을 들여 수인선 구간 52.4㎞를 복선화하여 전동차와 화물열차를 운행한다는 계획 하에 수원역∼안산 한대역, 시흥 오이도역∼인천역 구간을 1∼6공구로 나눠 노반공사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상 노선으로 인한 소음 발생과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안산 및 수원지역 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로 안산과 수원 구간은 착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철 4호선이 고가 형태로 지상을 통과하는 안산시는 수인선 안산 구간 5㎞마저 지상으로 통과하면 도시가 십자형태로 단절돼 도시구조가 기형화되고 주거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우려, 노선의 지하화와 화물전용 노선 신설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수원지역은 노선 지하화와 함께 차량정비창 위치 문제가 쟁점이다. 수원 구간 4.9㎞ 중 수원역 인근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가 형태로 건설되는데 이 지상 구간이 서수원권의 중심지를 통과, 도시환경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고색역 인근에 건설되는 차량정비창은 권선구 행정타운이 들어서고 개발예정지로 지정된 곳과 바로 인접해 도시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안산 구간만 지하화 검토 = 그러나 건교부의 답변은 항상 예산 문제로 귀착됐다. 예산이 부족하여 지하화도 화물전용 노선 신설도 힘들다는 것이다. 또 민원 문제로 변경한 차량정비창 위치를 다시금 조정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단지, 일부 안산 구간에 대해 지하화 형태의 노선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안산시 및 시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서 사리역 지상화와 나머지 구간에 대한 지하화 검토를 합의했다”며 “현재 역사를 지상으로 하면서도 지하화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와 얼마만큼의 비용이 더 드는지를 산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의원들이 캡슐을 씌워 지하화 하는 것을 제시했는데 이는 철도 역사상 한번도 시도해 본적이 없는 건설방식으로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며 “역사를 제외한 모든 구간을 캡슐 형태로 지하화 하는 것은 지형이나 지반 문제로 인해 가능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건교부는 지상으로 건설하는 것이 투자효율성 측면에서 낫다는 입장이다. 노선 양옆으로 40m의 녹지가 조성돼 있고 바로 그 옆으로 도로가 있어 철도로부터 주택까지 100m 이상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또 기획예산처와의 협의가 남아 있지만 애초 예산에서 큰 폭의 변경은 어려워 1000억원의 추가 부담을 과연 안산시가 부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안산 구간에 대한 융통성에 비해 수원 구간의 지하화와 차량정비창 위치 변경은 거의 수용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미 차량정비창을 포함한 1공구는 착공한 상태라 계획 변경에 따른 비용 산출도 어렵다.
건교부 관계자는 “30년 후의 도시발달을 감안, 도시화가 안되어 있는 지역을 지하화로 해달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특히 민원 때문에 순방향으로 되어 있던 차량정비창을 고색역 역방향으로 변경했는데 이를 또 다시 조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사업 자체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정부 부담 전제된 지하화 요구 = 결국, 돈 문제가 핵심이다. 안산과 수원시는 정부 부담을 전제로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에 따라 경기도와 분담, 25% 범위에서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만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애초 시의 요구는 전 구간에 대한 지하화였는데 비용과 기술적인 사항 때문에 역사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 대한 지하화를 주장했다”며 “그것도 굴착하는 형태가 아닌 현지의 골짜기를 살릴 수 있는 개착식 터널인 캡슐 형태의 지하화를 제안했다면서 이는 300억∼400억원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안산시의회 이문종 의원(사2동)은 “지난 회의 때 건교부도 시의회가 주장한 개착식 터널 형태의 지하화를 검토해보기로 약속했다”며 “골짜기 형태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하화 한다면 비용도 많이 들지 않고 공사기간도 짧아져 예정대로 2008년까지 완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의회 차긍호 의원(평동)은 “도시화가 아직 안됐다고 하지만 이미 고색역 인근에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지하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인구가 3000명 밖에 되지 않던 지난 92년도의 타당성 조사를 가지고 현재 4만명이나 되는 지역에 차량정비창을 설치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선상원 기자 w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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