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근길에 새로운 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사열하듯이 죽 늘어선 사람들 사이를 통과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모두 지하철 신문을 나눠주는 이들이다. 사실은 빈손에 거의 강제로 떠안긴다는 표현이 정확할지 모르겠다. 이러다보니 신문뭉치가 처치 곤란한 짐이 될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예외였다. 신문의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린 기사 하나가 시선을 확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절반 가까이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식당,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등 어디에서든 일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도 의지도 없었던 예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대로다. 아무리 세상이‘쿨’하게 변한들 아르바이트는 여전히‘불우’나 ‘탈선’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아르바이트는 부모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그 어둡고 음침한 이미지가 아니다. 얼마 전 한 청년이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는 책을 냈다. 책의 제목처럼 취업난에 반듯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신문배달, 세차, 식당 종업원 등 온갖 ‘알바’를 통해 자신의 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물론 청년의 얘기를 빌어 말하고픈 것이 요즈음 넘쳐나는 ‘재테크 성공담’은 아니다. 어쩌면 청년의 말처럼 경제적 성공은 아르바이트의 부산물에 불과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아르바이트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끝없이 넓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그가 가진 최고의 재산이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아르바이트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돈과 일의 가치를 체험으로 알게 하고 직업과 세상을 보는 안목까지 키워줄 수 있는 훌륭한 학습도구이기 때문이다.
또 아르바이트는 일찍부터 시장경제의 원리를 체험하게 하는 더없이 좋은 교재이다. 시장경제를 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한마디로‘계약사회’다. 그리고 계약사회의 핵심은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아직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노사분규가 그 단면인지 모른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도 엄연한 계약이다.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받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신이 해야 할 몫은 꼭 해내야 대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아이들은 생활과 공부도 스스로 책임질 줄 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의 이런 장점도 모두 부모의 관심과 지원이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얘기에 무조건 손사래를 치기보다는 아이에게 적합한 일을 부모가 함께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일할 만한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 아르바이트를 단순한 ‘돈벌이’보다는 아이가 직업의 세계와 자신의 적성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선 아이의 희망, 성격, 취미 등을 고려해서 어떤 일이 아이에게 맞을지, 또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생각해보자. 이렇게 해서 일을 찾았다면 아이의 일터를 직접 찾아보자. 고용주를 만나 인사도 나누고 아이가 일을 하는 환경이나 사람들은 어떠한지, 또 보수나 대우는 정당한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아이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이를 충실히 지켜 나가도록 지도해야한다.
힘들지만 노동의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아르바이트의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코앞의 일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드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 경험을 쌓게 하는‘작은 일터’이자 또 다른‘학교’라고 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그런데 오늘 아침은 예외였다. 신문의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린 기사 하나가 시선을 확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절반 가까이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식당, 주유소, 패스트푸드점 등 어디에서든 일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기회도 의지도 없었던 예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대로다. 아무리 세상이‘쿨’하게 변한들 아르바이트는 여전히‘불우’나 ‘탈선’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아르바이트는 부모들의 추억 속에 남아있는 그 어둡고 음침한 이미지가 아니다. 얼마 전 한 청년이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는 책을 냈다. 책의 제목처럼 취업난에 반듯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신문배달, 세차, 식당 종업원 등 온갖 ‘알바’를 통해 자신의 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물론 청년의 얘기를 빌어 말하고픈 것이 요즈음 넘쳐나는 ‘재테크 성공담’은 아니다. 어쩌면 청년의 말처럼 경제적 성공은 아르바이트의 부산물에 불과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아르바이트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끝없이 넓은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였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통해 만난 수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그가 가진 최고의 재산이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아르바이트는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돈과 일의 가치를 체험으로 알게 하고 직업과 세상을 보는 안목까지 키워줄 수 있는 훌륭한 학습도구이기 때문이다.
또 아르바이트는 일찍부터 시장경제의 원리를 체험하게 하는 더없이 좋은 교재이다. 시장경제를 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한마디로‘계약사회’다. 그리고 계약사회의 핵심은 정당한 대가를 주고받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아직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노사분규가 그 단면인지 모른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도 엄연한 계약이다. 어떤 일을 하고, 얼마를 받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신이 해야 할 몫은 꼭 해내야 대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아이들은 생활과 공부도 스스로 책임질 줄 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의 이런 장점도 모두 부모의 관심과 지원이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얘기에 무조건 손사래를 치기보다는 아이에게 적합한 일을 부모가 함께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일할 만한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 아르바이트를 단순한 ‘돈벌이’보다는 아이가 직업의 세계와 자신의 적성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선 아이의 희망, 성격, 취미 등을 고려해서 어떤 일이 아이에게 맞을지, 또 어느 정도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 등을 함께 생각해보자. 이렇게 해서 일을 찾았다면 아이의 일터를 직접 찾아보자. 고용주를 만나 인사도 나누고 아이가 일을 하는 환경이나 사람들은 어떠한지, 또 보수나 대우는 정당한지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아이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이를 충실히 지켜 나가도록 지도해야한다.
힘들지만 노동의 가치를 몸소 느낄 수 있는 아르바이트의 경험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코앞의 일 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에게 드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 경험을 쌓게 하는‘작은 일터’이자 또 다른‘학교’라고 하는 것이다.
/국민은행 연구소 박철 연구위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