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인권의 도시 광주, 사회 약자 인권 ‘외면’

지역내일 2005-05-17 (수정 2005-05-20 오전 7:39:26)
제목: 평화․인권의 도시 광주, 사회 약자 인권 ‘외면’
부제: 외국인 주부 가정 폭력에 시달려 ..... “5․18행사에 외국인 마당도 없어”

#상황1: 광주 모 기계 가공공장에서 일했던 스리랑카 출신 완샤(가명․34)씨는 지난해 6월 오른쪽 손이 절단됐다. 봉합 수술을 받고 10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그동안 모았던 돈 마저 모두 떨어졌다. 하지만 ‘휴업급여’는 한 푼도 못 받았다. 회사가 휴업급여 신청을 돕지 않아서다. 그는 지난 4월이 돼서야 외국인노동자센터 도움으로 휴업급여를 신청한 상태다.

#상황2: 필리핀 출신 외국인 주부 알마(가명․45)씨는 4년째 떠돌이 생활을 한다. 7년 전에 결혼을 했다. 하지만 언어 소통이 안돼 남편에게 폭행당하기 일쑤였다. 심지어 마을 전체가 그를 정신병자로 취급을 했다. 참을 수 없었던 그가 선택한 건 떠돌이 생활이었다.

평화․인권의 도시 광주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5․18 기념재단 한 관계자는
“광주를 평화․인권의 도시로 말하기가 너무 부끄럽다”고 까지 말했다. 그동안 광주시민과 5․18기념재단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공원 및 조형물 조성 등에 매달려 5․18의 미래적 가치인 평화․인권운동을 소홀히 해온 결과다.

◆보호 못 받는 ‘소수자 인권’ = 광주․전남지역 외국인 주부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은 ‘열악함’ 그 자체다. 현재 전남지역엔 외국인 주부 2099명(2005. 2 기준)이 생활한다. 광주 현황 은 파악조차 안 된다. 외국인 주부 한글교육을 실시중인 나주여성상담센터가 지난해 내놓은 상담결과에 따르면 40대 외국인 주부 42%가 언어소통이 안돼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외국인 주부들에게 체계적인 한글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나주여성상담센터 뿐이다. 심지어 광주에는 이런 교육마저 없다고 한다. 오수진 나주여성상담센터 간사는 “5․18기념행사 중 외국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과연 어느 있냐”고 반문했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호 활동도 걸림돌이 많다.
광주시의회 윤난실 의원(민주노동당․비례)은 지난해 9월 외국인 노동자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광주광역시 외국인근로자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를 발의했다가 쓴 맛을 봤다. 이미 수원시와 성남시가 각각 ‘외국인 노동자쉼터 설치 및 운영조례’ ‘외국인 근로자 복지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를 갖춰, 조례 제정을 자신했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부결됐다. 윤 의원은 “다른 지역이 이미 제정한 조례를 평화․인권 도시 광주가 외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았다.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가 지난 2003년 실시한 광주지역 외국인 노동자 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 41.2%가 2회 이상 임금체불을 당했다. 또 8회 이상 임금체불을 당한 사례도 11.8%나 됐다. 장애인 인권 보호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적인 사례가 저상버스 도입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장애인들에게 ‘저상버스 도입’을 약속했지만, 예산확보도 못해 장애인단체의 반발을 샀다. 임경연 광주인권센터 간사는 “광주지하철 장애인 편익시설을 점검한 결과 휠체어로 승차하는데 무려 30분 이상이 걸렸다”며 “광주는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꼬집었다.

◆미래의 가치로 승화 안 된 ‘광주’ = 광주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지 못 한데는 5․18기념사업 한계를 꼽는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광주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에 열중한 나머지 5․18 미래의 가치인 평화․인권을 등한시 했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5․18기념재단이 1999년부터 ‘아시아 민주화희생자 가족 초청행사’ ‘국제인권평화행사’ ‘아시아인권상 시상’ 등을 실시하지만 광주의 인권 의식을 끌어올리는데 역부족이다. 특히 광주시가 2003년 ‘민주인권평화도시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을 만들었지만 △518 전야제 축제 성격 강화 △신, 구 묘역 연결 공사 △민주 종 제작 등에 머물러 있다.
조 사무처장은 “광주가 평화․인권의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행정기관․학교․시민단체․ 시민 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주는 시민적 담론 형성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학은 평화․인권을 가르치고, 시민단체는 사회적 약자 보호에 앞장서고, 행정기관은 이런 활동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광주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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