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PC방 르포
주제- 가상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부제- "게임 한 판 하고 나면 스트레스 확 풀려요"
부제2- 청소년들만의 문화 찾기에 어른들 관심 필요
일단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쾌적하고 향긋한 공기가 당신을 감싼다. 넓고 아늑한 공간과 나른한 조명불빛에 눈을 비비다 푹신한 소파에 엉덩이를 파묻는다. 잡지를 뒤적이다가 혹은 대형 텔레비전을 보다 자리가 나면 스낵 몇 개를 집어들고 모니터 앞으로 걸어간다. 가상세계로의 여행이 이렇게 시작된다.
꾀죄죄한 칸막이와 쾌쾌하고 폐쇄된 공간으로 인식되었던 PC방이 달라지고 있다. 대형화가 그 바람이다. 어둑한 동네 오락실에서 보다 아늑한 휴식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한 해 동안 의정부에 들어선 PC방은 70여 개에서 150여 개로 두 배로 늘었다.
고객 갈라먹기 장사이니 어쩔 수 없이 이용요금도 3000원에서 현재는 시간당 1000원이다. 용돈 궁한 청소년들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바로 PC방인 셈이다. 가정마다 전용선이 깔린다지만 그래도 방과후에 또래들과 어울려 PC방을 찾는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청소년층이 주고객이다 보니 흡연, 출입시간제한, 음란물 방조 등 불거져 나오는 문제들이 있게 마련이다.
"뻑뻑대고 담배 피워대는 녀석들, 조용히 타일러요. 계도하는 차원이죠. 학교 선생님들도 두 손놓는 마당에 저희라고 무슨 방법이 있나요. 차라리 올바른 흡연문화교육이 시급합니다" 모 PC방 사장 김 모씨의 말이다. 무책임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벌금 천 만원이 말해주듯 청소년 흡연 문제는 이미 심각한 현실이다.
오후 10시 이후 오전 9시까지 밤 시간대에는 청소년들의 PC방 출입은 제한되어있다. 보호자가 동반할 경우는 예외이다. 첫 위반 시 70만원의 벌금이 내려지는데, 재 적발되면 일주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돼 치명적이다.
하지만 심야에도 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리니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게임만이 아니더라도 인터넷 PC방은 게임 제공의 이유로 인터넷 멀티컨텐츠 제공업이 아닌 전자 오락실같은 게임 제공업으로 분류되어 출입시간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게임만이 아닌 인터넷을 통한 정보검색과 상호교환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시간제약은 시대착오적이다. 현재 청소년의 출입시간규제철폐 법안이 국회에 상정중이다.
대형 PC방이 아닌 다음에야 음란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이 설치된 PC방은 드물다.
"누가 PC방에서 그런걸 봐요. 남들 다 있는데." 의정부공고 전기과 1학년 아무개군의 말이다. 오히려 공개장소이기 때문에 음란물에의 유혹은 위험수위를 넘지 않는다. 은밀한 엿보기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이루어질 때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
음란물 중독은 성에 대한 왜곡된 의식을 갖게 하며 성 충동을 증가시킨다. 현실과 가상의 혼란, 폭력성의 노출 등 게임중독의 폐해만큼 음란물 중독 역시 청소년들의 정신을 황폐화시킨다.
"학교 끝나면 거의 매일 와요. 친구들끼리 게임 한 판 하고 나면 스트레스 확 풀리죠."
의정부공고 1학년인 아무개는 머리를 식힐 정도로 게임을 즐기는 편이다. 공부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어서 어머니도 PC방 가는 것을 염려하지 않는다.
"PC방을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입니다. 주부인터넷 교육이나 홈페이지 제작 경진대회, 정보검색대회 주최, 공부방 등이죠. 앞으로 시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대회를 주최할 생각입니다." 한국인터넷멀티문화협회 의정부 지부장 이진천씨의 말이다.
실제로 중, 고등학교의 특별활동 시간에 특별활동의 일환으로 당구장 출입이 허락 된 이래 학생들 단체로 PC방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PC활용능력에 남다른 관심갖고 있는 교사들은 인터넷 관련 과제를 제출해주거나 아예 개인 홈페이지 제작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교육적 활용가치만이 아니라 오락적 요소를 좀 더 갖춰서 멀티 문화 공간으로 단장할 겁니다. 지역 PC방과의 연결 망을 구축하고 벤처 쇼핑몰과의 제휴도 추진중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10대들의 권리 찾기 운동, 사이버 연좌 시위, 청소년 통신작가 활동 등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족되지 못 했던 자유에의 욕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 규제들이 '그들만의 문화 찾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어른들의 관심이 요구된다.
강미선 리포터 all36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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