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신장에 구미가 당기는데…”

지역내일 2005-06-16
“당신 신장에 구미가 당기는데…”

전 세계 장기 밀매시장 확대 … 마피아 조직과 병원 연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장기거래 합법화 해야”



전 세계 장기 밀매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범죄 조직들에 의해 주도 되고 있다. 독일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저소득 국가에서는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의 장기를 파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병원과 마피아 조직이 연계해 장기를 거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기증 신장 기다리다 죽느니 암시장 신장이라도 사겠다= 로디세이아 크리스티나 드 실바는 최근 주치의로부터 끔찍한 진단 결과를 들었다. 신장 중 하나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 브라질 상파울루의 젊은 여성은 순간 국립병원에서 복부낭종 수술을 받을 것을 떠올렸다. 수술과 관련한 경찰의 질문을 받은 병원 의사들은 “낭종이 신장을 뒤덮고 있어서 종양과 함께 신장을 덜어냈다. 단순한 의료 실수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 하지만 로디세이아의 신장은 국제 장기암시장에 팔렸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장기 절도나 거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돼 있지만 그 규모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마피아 조직의 장기밀매에 속수 무책이다. 어떤 이를 저지할 어떤 국제적 규제도 없기 때문이다.

“장기 암시장을 통해 장기를 얻고자 하는 ‘고객’들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장기밀매문제를 다루고 있는 니콜라 빌러-안도르노는 밝혔다.

현재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유럽에서만 4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평균 3년을 기다려야 하며 장기 기증자 부족으로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보통 심부전증 환자들은 그 전에 죽는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신장을 기다리는 것 보다 장기 암시장을 통해 신장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장기 밀매 시장, 마피아 조직들에 의해 통제돼 = “장기 암시장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신장이나 간 뿐 이 아니다. 망막, 눈알 전체, 판막, 뇌 일부 등 거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다”고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낸시 쉐퍼-휴스 인류학 교수는 단언한다. 쉐퍼-휴스 교수는 장기밀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장기의 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신장을 이식받는 데 드는 비용은 최대 20만달러 정도지만 개도국 종합병원에서는 몇 천 달러면 된다. 사담 후세인 몰락 이전 이라크 바그다드는 인기 있는 장기이식 관광지였다.

WHO의 빌러 안도르노는 “전 세계 장기 밀매의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마피아 조직들이 이 시장을 관리하고 있으며 사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체로부터의 장기 축출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아공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라고 말했다.

남아공 구굴레투에서 17세의 앤드류 시체체는 패거리간 총격전으로 사망했다. 사망직후 그의 사체는 영안실에 안치됐다. 그런데 그의 부모가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영안실을 찾은 그의 부모는 아들의 눈알이 통째로 사라진 것에 아연실색했다. 사망 직후의 사체에서 이식 가능한 장기를 꺼내기 위해서는 부패가 진행되기 전인 사망직후 20~30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축출을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베를린 대학부속병원의 라스 로터문트 박사는 “쓰나미 희생자들이 마피아들의 장기밀매의 피해자가 됐을 확률은 없다. 열대지방에서 시체는 아주 빨리 부패하기 때문이다”라고 쓰나미 사망자들의 장기밀매설을 일축했다.

사망자들로부터 장기 절도하는 이들은 엄청난 정보력이 있음이 분명하며 브라질과 같은 국가에서는 아예 병원과 연계해 일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쉐퍼-휴스 교수는 “범죄조직들은 병원 원장, 응급실 의사, 앰뷸런스 운전사들과 함께 연계해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여성들 지참금 마련위해 수술대 위에 올라 = 한편, 장기밀매는 제 3세계의 대도시들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다른 점이라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나 인도 뉴델리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받고 범죄조직들에 장기를 판다는 것이다. 최근 남아공 더반의 한 병원에서 한 국제 범죄조직단이 가난한 브라질인들의 장기를 팔다가 적발됐다.

인도의 빈민촌도 새 장기를 필요로 하는 유럽, 아랍, 아시아 환자들의 ‘엘도라도’다. 특히 젊은 인도여성들은 결혼 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 축출 수술대에 오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인도에서는 자신의 신장을 파는 일이 많은 지역들에 ‘신장 벨트’란 이름이 붙었을 정도로 돈을 목적으로 장기를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동유럽의 가난한 나라들도 예외가 아니다. 몰도바에서는 자신의 장기를 팔려 내 놓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신장을 판 대가로 이들이 받는 돈은 3000유로(370만원)이지만 이들의 신장은 터키에서 10배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팔리게 된다. 벨기에 경찰에 따르면 터키는 국제 장기 밀매의 요충지로 자리잡고 있다.

◆몇번 클릭이면 밀매 장기 찾을 수 있어 = 인터넷도 장기 밀매 확대를 가속화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몇번의 클릭이면 신장이나 췌장을 찾을 수 있다. 1999년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eBay에 나온 신장이 570만 달러에 팔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이버 장기 거래에 속수무책이다. 프랑스 리용의 한 인터폴 관계자는 “장기 밀매는 각 나라마다 법이 달라 규제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WHO는 계속해서 장기 밀매 규제와 관련한 국제법을 제정하기를 바래왔지만 아직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거래자나 고객들의 침묵도 규제를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구매자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장기를 얻고 기증자는 큰 돈을 만질 수 있으며 중간 판매자는 마진을 챙길 수 있어 좋다. 이런 상황에서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할 리가 만무하다.

◆일부 경제학자, “장기 거래 합법화 해야” 주장 = 경제학 노벨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처럼 아예 장기 시장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베커는 모든 사람은 자신 신체에 대해 무엇이든 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사람들의 자유의지로 장기 기증을 하도록 설득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면서 “장기 거래 합법화는 불법 장기밀매 조직의 싹을 송두리째 뽑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WHO는 이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자신들의 장기를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장기 축출 후 적절한 사후 치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빌러-안도르노 WHO 관계자는 말했다. 또 장기 축출 시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사진캡션

빚을 갚기 위해 170만원을 받고 신장을 떼다 판 파키스탄 술탄 푸르의 4명의 남성들이 수술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신장을 도려낸 후 건강이 악화돼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출처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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