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리모델링 열기 후끈

대형사들도 앞다퉈 전담팀 구성 … 정부도 지원책 준비중

지역내일 2001-01-17 (수정 2001-01-18 오후 3:04:07)
최근 리모델링 시장이 대형건설업체들의 잇단 참여로 활기에 넘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의 최
대 격전지가 재건축시장에서 리모델링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업계는 2년전부터 관련 부서를 설치해 운영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
나 최근 리모델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등 사업여건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리모델링은 주
택의 내부 인테리어나 외장을 바꾸는 소규모 공사에서부터 건물의 일부를 고치거나 편의시설을 갖추
는 등 구조자체를 바꾸는 작업까지를 의미한다.
특히 재건축에 비해 건축 폐기물 분진 진동 소음 등의 발생을 줄인 환경친화적 사업으로 선진국에서
는 각광받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재건축 재개발사업을 통해 큰 추가비용 부담없이 새집을 마련할 수 있는 분위
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특히 공동주택 소유자들의 경우, 리모델링과 관련된 복잡하고
불리한 제도·세제상의 문제로 기피해왔다.
최근 선진국들은 대도시 슬럼화로 골치를 앓고 있다. 그러나 리모델링(건물성능 개선공사) 사업이 확
산되면서 도심 슬럼화 현상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현재 미국은 전체 주택시장의 29%
가량, 그리고 유럽은 40% 가량이 리모델링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국내 리모델링시장은 99년 기준 전체 건설시장의 4.7% 수준이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리모델
링 사업의 확산을 이미 대세로 판단하고 있다. 94년 15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규모가 매년 60∼70%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70년대 이후 개발붐을 타고 대거 신축된 대형빌딩들의 리모델링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
고 있다.
◇업계 동향=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올 들어 LG건설이 건축사업부내에 4명으로 구성된 리모델링
팀을 발족시켰다. 올해 LG건설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오피스 빌딩과 호텔, 공공건물에 대한 리모델
링에 역량을 집중하고 앞으로 아파트, 연립주택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금호건
설도 ‘양진석 디자인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문 리모델링팀을 발족시켰다.
삼성물산은 이 분야에 있어서는 선구자적 입장. 삼성물산은 98년 이미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99년부
터는 이사급 팀장을 배치하는 등 많은 공을 들여왔다. 또 삼성은 현재 영업 전담인력 7명, 기술연
구소 내 노후건물 성능진단 전문인력 6명을 포함해 20명으로 구성된 ‘빌딩 크리닉 센터’를 중심
으로 사업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지난 98년부터 리모델링사업을 전담하는 ‘성능개선팀’을 운영해온 현대건설은 최근 이 팀을 현
대리모델링(주)로 분사시켰다. 이 회사는 자본금 15억원, 직원 15명으로 구성돼 있고 미국의 리모
델링 전문업체인 지앤지(G&G)와 포괄적 제휴를 맺을 계획이다. 또 현대리모델링은 올해 수주 1000
억원, 매출 265억원, 경상이익 38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도 리모델링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주공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오산 외인임대아파
트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참여를 선언했다. 또 주공은 올해 민간아파트 단지 중
1개 단지를 공모, 리모델링사업을 벌이기로 하는 등 사업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도 최근 쌍용건설이 사내에 ‘FM(건물관리팀)’과 스위닷컴(www.ssyapt.co.kr)이라는 인터
넷 크리닉을 통해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했고 풍림산업, 삼성에버랜드, 한신공영 등도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원인=이같이 대형 업체들까지 리모델링사업에 뛰어드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국내 건설경기는 주택사업, 특히 수도권일대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그러나 수도권의 과밀화·난개발을 막기 위해 용적률 기준이 강화되는 등 사실상 사업여건은
최악이 됐다. 또 속칭 ‘돈 되는 사업’이었던 대규모 저층 아파트단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대안
이 필요하게 됐다.
이 때문에 수주량이 증가하고 있는 리모델링사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격히 부상했다. 실제로 삼성
물산은 99년 50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 풍림산업은 같은 기간에 5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각각 수
주량이 늘었다. 쌍용건설과 대림산업은 영업 첫 해인 지난해에 각각 200억원과 100억원의 수주실적
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리모델링시장이 올해 8조2000억원 정도에서 2005년 11조7000억원, 2010년 17조5000억원 등
꾸준히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리모델링은 분양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관심을 끄는 매력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
방도시들의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거나 육박하고 있어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한편 정부도 노후 아파트의 개·보수 등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이 마련
하고 있다.
지난해 건교부는 수도권 일대 신도시 등의 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지원을 위한 연구기관 용역 중간시
안이 마련되는 대로 1차 공청회를 개최하고 올해 6∼7월께 최종안을 확정짓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정부방침이 확정되면 업계가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시장이 성장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 리모델링사업은 초기 단계”라며 “법적 제도, 세제지원 등이 이뤄지면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버금가는 황금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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