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국제무대의 새로운 조류, 적도 아니고 동지도 아닌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대
어느 나라든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권익을 늘이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런 노력의 가장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외교이며, 외교관계 가운데서도 군사동맹과 정치적 통합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새로운 외교관계 즉 전략적 파트너십이 국익과 국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강력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역학관계연구소(PINR)의 페데리코 보도나로는 보고서를 통해 “소련의 붕괴 이후 나타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는 전통적인 외교관계만으로는 국력을 증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파트너십의 본질 역시 다른 외교적 수단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힘과 위상을 증진시키기 위한 외교관계이다. 그러나 기존의 외교시스템 즉 안보를 위한 동맹관계나 EU와 같은 정치적•경제적 통합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군사적 동맹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에 대한 힘의 균형을 추구하는데 그 근본목적이 있다. 그러나 전략적 파트너십은 국익 증진을 통해 국력을 신장시키려는 전략이므로 반드시 공동의 군사적 적을 상정할 필요는 없다.
또 EU의 목적은 안보 금융 재정 등 정치와 경제정책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이행하는데 있기 때문에 대외적 영향력은 키울 수 있지만 국가의 독립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반면 전략적 파트너십의 목적은 서로의 힘과 독립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주권을 초국가적인 기관에게 이관 할 필요가 없다.
전략적 파트너십의 사례들
지난 4월11일 인도 만모한 싱 총리는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하고 수십 년간 끌어오던 국경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IT 문화 관광 항공분야의 협력과 함께 FTA도 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회담에서 원자바오가 “인도의 소프트웨어와 중국의 하드웨어가 ‘결혼’하면 IT산업의 아시아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만모한 싱은 “인도와 중국이 함께 세계질서를 재편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사실 인도는 이미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부시대통령도 “인도가 21세기의 중요한 강대국이 되도록 돕겠다”고 밝힐 정도로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1962년 인도령 카시미르를 침공한 이후로 숙적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는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중국함대가 포진해있다.
이런 기묘한 삼각관계에 대해 싱가포르 ‘국방과 전략연구소’의 만짓트 싱 파르데시는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면서 “미국 인도 중국의 전략적 3각관계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21세기 역사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와 미국국가안보위원회(NIC)도 “앞으로 30년 이내에 미국 인도 중국이 3대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같은 날 독일 하노버에서도 또 하나의 중요한 외교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독일과 러시아가 첨단기술 교육 에너지 등 8개 분야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였다.
독일의 이런 행보는 EU통합과는 별개의 새로운 외교정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러시아 역시 점점 위축되는 지정학적 위상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서유럽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일본도 첨단기술과 환경 에너지분야의 상호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전략적 파트너십은 강대국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진국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란, 인도네시아도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으며 남미국가들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
이런 양자협상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나타난 새로운 조류다. 일극체제의 수퍼파워란 군사 기술 외교 문화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군사적 위험이 되는 나라가 없을 때라야 얻을 수 있는 국제적 지위다.
소련이 붕괴할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이 “21세기에는 다극체제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아직까지는 미국의 수퍼파워에 견줄 나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 외교수단 즉 군사동맹이나 정치적•경제적 통합에 의해서는 미국과 맞설 힘을 얻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이처럼 어떤 강대국(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도 미국에 정면으로 맞설 힘이 없을 뿐 아니라 기존의 외교적 수단도 한계가 있는 일극체제 아래에서 강대국와 중진국들이 수퍼파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키워가기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이 부상되고 있다.
과연 강대국들(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이 군사동맹을 통해 미국과 맞설 수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답은 “희박하다”이다.
이 강대국들은 모두 아시아와 유럽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들 중 2~3개국이 정치적 패권을 추구하는 군사동맹을 맺을 경우 인근의 강대국들이 경계를 하게 될 것이고, 그런 분위기는 결국 미국이 견제세력을 키우는 것을 돕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강대국들과 중진국들이 그들의 영향력과 권익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포용과 균형의 조화가 필요하다. 즉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은 피하면서 양국간 협력관계를 확대하여 국력을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다.
또 많은 정치전문가들이 EU식 정치적 통합이야말로 미국의 수퍼파워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서도 EU식 통합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한가지 중대한 사실을 잊고 있다. 즉 유럽의 통합은 독일을 미국-유럽동맹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전략과 유럽국가들 이익이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역사는 결코 압축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EU가 창설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협력뿐만 아니라 유럽의 오랜 역사가 그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EU의 정치적 경제적 통합은 수퍼파워와의 협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매우 특수한 지정학적 전개였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략적 파트너십이 강대국과 중진국의 외교적 돌파구로 부상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모든 양자관계처럼 전략적 파트너십도 매우 역동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영원히 지속되거나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협력관계가 경쟁관계로 반전될 수도 있다. 다만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유지되는 한 당분간 전략적 파트너십은 국력증진의 중대한 외교적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다.
국제역학관계연구소(PINR) 아시아타임즈
/ 김광호리포터 holhol@naeil.com
어느 나라든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권익을 늘이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런 노력의 가장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외교이며, 외교관계 가운데서도 군사동맹과 정치적 통합은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새로운 외교관계 즉 전략적 파트너십이 국익과 국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강력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역학관계연구소(PINR)의 페데리코 보도나로는 보고서를 통해 “소련의 붕괴 이후 나타난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는 전통적인 외교관계만으로는 국력을 증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외교적 수단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파트너십의 본질 역시 다른 외교적 수단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힘과 위상을 증진시키기 위한 외교관계이다. 그러나 기존의 외교시스템 즉 안보를 위한 동맹관계나 EU와 같은 정치적•경제적 통합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군사적 동맹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에 대한 힘의 균형을 추구하는데 그 근본목적이 있다. 그러나 전략적 파트너십은 국익 증진을 통해 국력을 신장시키려는 전략이므로 반드시 공동의 군사적 적을 상정할 필요는 없다.
또 EU의 목적은 안보 금융 재정 등 정치와 경제정책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이행하는데 있기 때문에 대외적 영향력은 키울 수 있지만 국가의 독립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반면 전략적 파트너십의 목적은 서로의 힘과 독립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주권을 초국가적인 기관에게 이관 할 필요가 없다.
전략적 파트너십의 사례들
지난 4월11일 인도 만모한 싱 총리는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하고 수십 년간 끌어오던 국경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한편, IT 문화 관광 항공분야의 협력과 함께 FTA도 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회담에서 원자바오가 “인도의 소프트웨어와 중국의 하드웨어가 ‘결혼’하면 IT산업의 아시아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만모한 싱은 “인도와 중국이 함께 세계질서를 재편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사실 인도는 이미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유지해오고 있었다. 부시대통령도 “인도가 21세기의 중요한 강대국이 되도록 돕겠다”고 밝힐 정도로 인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1962년 인도령 카시미르를 침공한 이후로 숙적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는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중국함대가 포진해있다.
이런 기묘한 삼각관계에 대해 싱가포르 ‘국방과 전략연구소’의 만짓트 싱 파르데시는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면서 “미국 인도 중국의 전략적 3각관계는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21세기 역사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와 미국국가안보위원회(NIC)도 “앞으로 30년 이내에 미국 인도 중국이 3대 경제강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같은 날 독일 하노버에서도 또 하나의 중요한 외교적 합의가 이루어졌다. 독일과 러시아가 첨단기술 교육 에너지 등 8개 분야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였다.
독일의 이런 행보는 EU통합과는 별개의 새로운 외교정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러시아 역시 점점 위축되는 지정학적 위상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서유럽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일본도 첨단기술과 환경 에너지분야의 상호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전략적 파트너십은 강대국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진국들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란, 인도네시아도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으며 남미국가들도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
이런 양자협상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나타난 새로운 조류다. 일극체제의 수퍼파워란 군사 기술 외교 문화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 군사적 위험이 되는 나라가 없을 때라야 얻을 수 있는 국제적 지위다.
소련이 붕괴할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이 “21세기에는 다극체제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아직까지는 미국의 수퍼파워에 견줄 나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 외교수단 즉 군사동맹이나 정치적•경제적 통합에 의해서는 미국과 맞설 힘을 얻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이처럼 어떤 강대국(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도 미국에 정면으로 맞설 힘이 없을 뿐 아니라 기존의 외교적 수단도 한계가 있는 일극체제 아래에서 강대국와 중진국들이 수퍼파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키워가기 위한 외교적 수단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이 부상되고 있다.
과연 강대국들(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이 군사동맹을 통해 미국과 맞설 수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답은 “희박하다”이다.
이 강대국들은 모두 아시아와 유럽에 집중되어 있어서 이들 중 2~3개국이 정치적 패권을 추구하는 군사동맹을 맺을 경우 인근의 강대국들이 경계를 하게 될 것이고, 그런 분위기는 결국 미국이 견제세력을 키우는 것을 돕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따라서 강대국들과 중진국들이 그들의 영향력과 권익을 유지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포용과 균형의 조화가 필요하다. 즉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결은 피하면서 양국간 협력관계를 확대하여 국력을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다.
또 많은 정치전문가들이 EU식 정치적 통합이야말로 미국의 수퍼파워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에서도 EU식 통합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한가지 중대한 사실을 잊고 있다. 즉 유럽의 통합은 독일을 미국-유럽동맹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전략과 유럽국가들 이익이 일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은 “역사는 결코 압축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EU가 창설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협력뿐만 아니라 유럽의 오랜 역사가 그 바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EU의 정치적 경제적 통합은 수퍼파워와의 협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었던 매우 특수한 지정학적 전개였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략적 파트너십이 강대국과 중진국의 외교적 돌파구로 부상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모든 양자관계처럼 전략적 파트너십도 매우 역동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영원히 지속되거나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협력관계가 경쟁관계로 반전될 수도 있다. 다만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유지되는 한 당분간 전략적 파트너십은 국력증진의 중대한 외교적 수단으로 이용될 것이다.
국제역학관계연구소(PINR) 아시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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