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살청부 또 발생

20대 여대생 ‘죽여달라’부탁 … 돈받고 목졸라

지역내일 2001-01-17 (수정 2001-01-17 오후 3:37:33)
인터넷을 통한 청부자살 거래가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해말충격을 주었던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매개
로 한 자살촉탁 사건이 한달도 안돼 재발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6일 김 모(부동산텔레마케터·서울 중랑구 묵동)씨가 인터넷 자살사이트 게시
판을 통해 알게 된 여대생 손 모(23·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를 돈을 받고 죽여주기로 한 사실을
밝혀내고 긴급체포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13일 인터넷을 통해 죽여줄 사람을 찾던 손씨를 만났다. 김씨는 죽여주는
대가로 선금 18만원을 받고 자신의 차안에서 2∼3분간 손씨의 목을 조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금년초 손씨가 한 인터넷사이트의 ‘동반자살’이라는 일종의 동호회에 ‘죽여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올리자 매일로 연락해 5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죽여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목조름을 경험한 손씨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1주일만 여유를 달라”며 죽
음을 유보했다. 손씨는 죄책감을 느끼다가 고민 끝에 경찰에 자진 신고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18만원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자살촉탁을 받고 목을 조른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장난이었다며 부인했다.
김씨와 손씨가 죽음을 거래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미 90여명의 네티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
으며, 지난해 11월부터 158건의 자살 관련 글들이 올라와 있다.
지난해말 인터넷을 매개로 한 자살촉탁 사건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후 검찰과 경찰, 정보통신부
는 자살을 미화하고 조장하는 인터넷사이트를 폐쇄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달도 안돼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같은 사건이 발생, 이들 기관의 조치가 형식적이 아니냐
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자살사이트는 아예‘자살을 결심한 분들만 가입해 달라’는 안내문구로 시작,
당국의 단속의지만 있었으면 폐쇄조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상식 기자 ssmu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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