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당권주자 8인, 그들의 초상] ⑧ 한명숙 후보

오랜 시련 견뎌낸 ‘부드러운 카리스마’

지역내일 2005-03-23 (수정 2005-03-23 오전 10:55:08)
남편 13년 옥살이 중 나눈 ‘러브스토리’ 유명
“여성이 아닌 ‘정치인’으로 평가 받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당신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할 것이다. 그래도 ‘대답하라’고 하면 고심 끝에 한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나의 아내 ‘한명숙’. 이것은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대답이다.”
정치인 한명숙의 남편 박성준 교수(성공회대)는 어느 글에서 아내 한명숙을 가장 존경한다고 고백했다.
아내와 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자신의 아내라고 꼽는 남편이 몇이나 될까. 남편에게 존경 받는 아내는 얼마나 행복할까. 열린우리당 지도부 경선 후보 한명숙 의원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한명숙의 인생을 바꿔놓은 두가지 = 정치인 한명숙의 인생에서 남편 박성준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한 의원은 항상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두가지를 꼽는다. 그 중 하나가 남편이다. 평범한 여성 한명숙이 사회운동가로, 우리나라 최초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행정가로,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커온 데는 남편 박성준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이들 부부의 러브스토리는 꽤 유명하다. 대학시절 ‘경제복지회’라는 기독교 학생운동 단체에서 만나 1967년 결혼한 한명숙 부부는 남편 박성준이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생이별을 했다.
그로부터 무려 13년 동안 남편은 정치범으로 옥살이를 했고 한명숙은 그의 뒷바라지를 하며 여성운동에 전념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를 쓰고, 한달에 한번씩 면회를 가고…. 한 의원은 아직도 그때 주고받았던 편지를 보관하고 있다.
남편이 곁에 없는 동안 그의 인생을 또 한번 바꿔놓은 것이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의 ‘중간집단 교육’이었다. 크리스찬 아카데미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사회운동 기관. 훗날 한 의원은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의 사회운동을 이렇게 술회했다.
“이 곳 교육과정의 하나였던 중간집단교육을 통해 나는 의식화되어 놀랍게 변신했고 여성운동가로서 훈련을 받아 한국사회에서 가장 맹렬한 여성운동가 중 한사람이 되었다.”
남편 박성준의 옥살이가 11년째 되던 해인 1979년. 한명숙도 크리스찬 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돼 2년 6개월 동안 옥살이의 고통을 당했다. 이들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결혼한지 15년여 세월이 흐른 1981년이었다.

◆아들 군대 보내는 어머니 심정으로 = 정치인 한명숙의 카리스마는 그의 미소 속에 배어 있는 따스함에서 나온다. 평범한 아줌마의 얼굴 속에는 부드러움이 묻어 있다. 지난 세월 고된 시련을 견딘 탓인지 한명숙의 모습은 언제나 의연하다.
얼마전, 군대 가는 외아들을 생각하며 블로그에 올린 그의 글 속엔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이 배어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우리 아들 …. 힘들어도 잘 참아 내겠지요. 고단함 속에서도 보람과 기쁨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겠지요. 하나뿐인 아들 박한길을 믿는 마음으로 엄마 한명숙의 약해지는 마음을 추스려야겠지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와 믿음으로 국회의원 한명숙은 더 강해져야겠지요.”
우리당 지도부 경선에 나선 한명숙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다. “우리당을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게 만들겠다”고 외친다. 지난해 집권여당이 보여준 독선적 정치, 모난 정치의 이미지를 벗어내겠다는 각오다.
당의장을 뽑는 전당대회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지금, 한 의원은 ‘여성배제론’이라는 걱정거리를 하나 안고 있다. 유일한 여성후보인 탓에 경선 순위와 상관없이 상임중앙위원에 당선되다보니 ‘한명숙을 찍지 말자’는 여성배제론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능력이 없어 떨어지는 것은 얼마든지 감수하겠지만 8명 후보 중 여성을 미리 재껴 두고 7명만 경쟁시킨다는 것은 불공정하다”면서 “우리 당원들의 소신투표를 믿고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는 여성 당의장이 되는 욕심이 있다”면서 “여성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당당히 평가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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