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바람’이냐 ‘역 박근혜 바람’이냐 -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영천
시내는 열린우리당, 면 단위는 한나라당 … 위기의식으로 각각 세 결집중
지역내일
2005-04-28
(수정 2005-04-28 오후 12:22:15)
27일 1주일만에 다시 찾은 경북 영천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한나라당 찍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었다. 열린우리당 성향의 사람들은 박근혜 바람 때문에 ‘바꾸자’는 바람이 잦아들까봐 긴장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일종의 박근혜 역풍이다. 양쪽 캠프 모두 한 순간도 맘놓을 수 없는 긴장된 선거전을 펼치며 결국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며 밑바닥 훑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영천에는 장이 섰다. 평소에는 한산한 완산시장이지만 이날만은 면 단위에서도 장을 보기 위해, 수확물을 팔기 위해 구부정 길을 나선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북적거렸다.
정치인들이 이 날을 놓칠 리 없다. 시장과 동네에서 가장 큰 예식장 사이의 큰 길에선 오전부터 선거유세가 한창이었다. 영천에 쏠린 관심을 보여주듯 각 당 지도부들의 행차도 이어졌다. 오전엔 그 전날부터 영천에 와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목청이 터져라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소속 의원들이 1시간 30여분 동안 시장도 돌고 유세도 했다.
박 대표와 문 의장이 돌아다닐 때 아줌마 아저씨들이 뱉는 말에서 지역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박 대표가 돌아다닐 때는 “어찌 저리 야뱄나(여위었다는 사투리)”, 문 의장이 돌아다닐 때는 “노 대통령 직속이 여까지 왔네”다. 박 대표에게는 애처로운 감정이 절로 배어나면서도 노 대통령 직속이 ‘깡촌’에 와서 돌아다니는 것이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을 상기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시장 분위기는 어느 쪽에도 만만치 않았다. 한나라당 찍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열린우리당 기세가 꺾인 것도 아니었다. ‘막상막하’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거판이었다.
장도 볼 겸 선거유세도 들을 겸 나왔다는 50대 아저씨에게 선거 분위기를 묻자 입을 가리면서 조용히 검지손가락 하나만 치켜들었다. 1번 찍겠다는 얘기다. 한번 더 묻자 “이번엔 영천 바뀌는 건 확실해요”라고 말했다. 영천에서는 한나라당을 욕하면서도 열린우리당 찍겠다는 사람은 아직 내놓고 말하기보다 ‘수화(?)’로 말하는 사람이 더 눈에 띄었다.
완산시장에서만 벌써 10년째 장사한다는 생선장수 아저씨도 검지 하나만 치켜들었다가 답답한 듯 얘기를 풀어놓았다. “뭘 불어봅니까. 당연히 1번이지요. 내가 장사를 몇 년 했는데 딱 보면 안다 아입니까. 홍일점 한번 만들어볼 거니까요. 여기가 시범케이스니 얼마나 잘해줄거요. 어차피 속고 속이는 세상이니 한번 여당에 속아보자 이거지. 박 대표야 좋아하긴 해도 그냥 올때만 그런 거지 뭐….”
그러나 나이대가 좀 높아지면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70세를 넘겼다는 한 할머니는 선거 얘기가 나오자 대번에 “참… 박근혜 보면 안타깝잖아. 그렇게 한평생 결혼도 안하고.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그래도 우리가 밥먹고 살았는데, 그거 아니었으면 배고파서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박통 생각하니까 눈물이 다 나. 내 주위 할머니들은 그래도 박근혜 안타까워서 한나라당 찍어야지 그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할머니들은 박 대표 3번째 방문만에 마음을 확 줘버렸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있었다. 할머니들이 한나라당에 우호적이라면 할아버지들은 열린우리당에 호의적이었다. 물론 “이번에 우리당 붙여놨다가 잘 못하면 다시는 영천에 발 못붙이게 할 것”이라는 말은 잊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각 당에서 판단하는 판세도 엇갈린다. 각각의 당에서는 자신들이 이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열린우리당은 박근혜 역풍으로 지지세가 더 결집되고 있다는 게 근거이고, 한나라당 쪽에서는 박 대표 영향으로 역전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주목할 것은 영천의 특성이다. 먼저 도시와 농촌이 딱 반반씩 공존하는 특성이 있다. 시내와 면단위를 나누면 비율이 거의 50 대 50이다. 유권자 비율로 보면 60대 이상 유권자가 23%로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감소한 편이다.
양쪽 선거캠프는 막판에는 결국 발로 뛰는 것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구석구석 발로 뛰고 손도 잡으면서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영천 선거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열기가 더욱 세질 듯하다.
/영천 =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이날 영천에는 장이 섰다. 평소에는 한산한 완산시장이지만 이날만은 면 단위에서도 장을 보기 위해, 수확물을 팔기 위해 구부정 길을 나선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북적거렸다.
정치인들이 이 날을 놓칠 리 없다. 시장과 동네에서 가장 큰 예식장 사이의 큰 길에선 오전부터 선거유세가 한창이었다. 영천에 쏠린 관심을 보여주듯 각 당 지도부들의 행차도 이어졌다. 오전엔 그 전날부터 영천에 와있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목청이 터져라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엔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과 소속 의원들이 1시간 30여분 동안 시장도 돌고 유세도 했다.
박 대표와 문 의장이 돌아다닐 때 아줌마 아저씨들이 뱉는 말에서 지역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박 대표가 돌아다닐 때는 “어찌 저리 야뱄나(여위었다는 사투리)”, 문 의장이 돌아다닐 때는 “노 대통령 직속이 여까지 왔네”다. 박 대표에게는 애처로운 감정이 절로 배어나면서도 노 대통령 직속이 ‘깡촌’에 와서 돌아다니는 것이 여당이라는 프리미엄을 상기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시장 분위기는 어느 쪽에도 만만치 않았다. 한나라당 찍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열린우리당 기세가 꺾인 것도 아니었다. ‘막상막하’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거판이었다.
장도 볼 겸 선거유세도 들을 겸 나왔다는 50대 아저씨에게 선거 분위기를 묻자 입을 가리면서 조용히 검지손가락 하나만 치켜들었다. 1번 찍겠다는 얘기다. 한번 더 묻자 “이번엔 영천 바뀌는 건 확실해요”라고 말했다. 영천에서는 한나라당을 욕하면서도 열린우리당 찍겠다는 사람은 아직 내놓고 말하기보다 ‘수화(?)’로 말하는 사람이 더 눈에 띄었다.
완산시장에서만 벌써 10년째 장사한다는 생선장수 아저씨도 검지 하나만 치켜들었다가 답답한 듯 얘기를 풀어놓았다. “뭘 불어봅니까. 당연히 1번이지요. 내가 장사를 몇 년 했는데 딱 보면 안다 아입니까. 홍일점 한번 만들어볼 거니까요. 여기가 시범케이스니 얼마나 잘해줄거요. 어차피 속고 속이는 세상이니 한번 여당에 속아보자 이거지. 박 대표야 좋아하긴 해도 그냥 올때만 그런 거지 뭐….”
그러나 나이대가 좀 높아지면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70세를 넘겼다는 한 할머니는 선거 얘기가 나오자 대번에 “참… 박근혜 보면 안타깝잖아. 그렇게 한평생 결혼도 안하고. 박정희 대통령 때문에 그래도 우리가 밥먹고 살았는데, 그거 아니었으면 배고파서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박통 생각하니까 눈물이 다 나. 내 주위 할머니들은 그래도 박근혜 안타까워서 한나라당 찍어야지 그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할머니들은 박 대표 3번째 방문만에 마음을 확 줘버렸다.
성별에 따른 차이는 있었다. 할머니들이 한나라당에 우호적이라면 할아버지들은 열린우리당에 호의적이었다. 물론 “이번에 우리당 붙여놨다가 잘 못하면 다시는 영천에 발 못붙이게 할 것”이라는 말은 잊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각 당에서 판단하는 판세도 엇갈린다. 각각의 당에서는 자신들이 이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열린우리당은 박근혜 역풍으로 지지세가 더 결집되고 있다는 게 근거이고, 한나라당 쪽에서는 박 대표 영향으로 역전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주목할 것은 영천의 특성이다. 먼저 도시와 농촌이 딱 반반씩 공존하는 특성이 있다. 시내와 면단위를 나누면 비율이 거의 50 대 50이다. 유권자 비율로 보면 60대 이상 유권자가 23%로 몇 년 전에 비해 크게 감소한 편이다.
양쪽 선거캠프는 막판에는 결국 발로 뛰는 것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구석구석 발로 뛰고 손도 잡으면서 마지막 지지를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영천 선거는 마지막으로 갈수록 열기가 더욱 세질 듯하다.
/영천 =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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