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변화하지 않는 사회’라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지난 10여년 동안 북한사회에도 경제적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국립대학에서 동아시아문제를 가르치고 있는 안드레이 랜코브는 6일자 아시아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북한여성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급신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부간의 가정 내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고 적고있다. 다음은 랜코브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북한 가정에서 남성의 역할은 1997~98년사이에 ‘무용지물’로 변했다. 적어도 경제적 면에서 볼 때 남성들은 더 이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신 여성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북한에서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서서히 붕괴하면서 그 자리에 초기자본주의가 들어서는 과정에 나타난 현상이다.
◆여권 커지면서 부부관계도 변화 = 사실 지난 10년동안 북한사회에서 일어난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급격하게 신장된 것을 들 수 있다.
북한의 시장에서는 길가에 앉아 물건을 파는 사람뿐만 아니라 트럭을 운전하거나 무거운 등짐을 지고 나르는 사람들도 모두 여성이다.
이처럼 북한자본주의경제를 여성들이 주도하게 된 계기는 북한자본주의의 생성과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위로부터의 계획에 의해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북한 자본주의는 아래로부터 시작된 변화이다.
1990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시장은 그 역할이 아주 미미했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생존하는 데는 충분한 물자가 배급제도를 통해 공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 붕괴로 원조물자의 공급이 끊기자 상황은 돌변했다.
배급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곧 이어 찾아온 대기근으로 북한의 배급제도는 그 기능을 완전히 잃었으며 공장도 생산을 멈췄다. 당연히 소득도 없어졌지만 남성들은 직장을 떠날 수 없었다. 상황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북한의 조직화된 생활도 남성들을 직장에 묶어두는 데 일조를 했다.
반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전업주부로서 비교적 자유스러운 입장이었다. 대부분의 공산국가와는 달리 북한여성들은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는 경향이 많았다. 1980년대의 기록을 보면 신의주에 사는 기혼여성 가운데 70%가 전업주부였다.
이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된 시장경제 활동은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몫이 됐다. 그들은 긴요하지 않은 가재도구를 처분하거나 집에서 만든 음식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직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동안 여성들의 상행위는 점차 규모가 커져 사업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북한에서 상업을 한다는 것은 남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붕이 없는 트럭을 타고 먼 길을 가야하고 시멘트바닥에서 밤을 지새기도 한다. 때로는 지방공무원에게 뇌물도 바쳐야 한다. 또 무거운 짐도 직접 등에 지고 날라야 한다.
그래서 이런 상행위에는 중류층과 빈곤층의 여성들이 주로 종사했다. 상위5%의 엘리트계층은 풍족한 배급을 계속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비즈니스에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
◆상류 여성도 영업 나서 = 그러나 최근에는 상류층 여성들도 “싼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다니는 공장 물건을 싼 값에 구입한 다음 되파는 영업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부패에 연루될 것을 우려하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사회현상은 부부 사이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사회에서는 최근까지도 남성들의 가부장적 권위가 강하게 남아있었다. 특히 보수적 성향이 심한 함경도 지방의 남성들은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정 내에서의 경제력의 변화는 집안일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도 바꾸고 있다. 체면을 버리고 가사를 돕는가 하면 아내의 비즈니스를 짬짬이 돕는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또 국경지대의 밀수와 같은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들도 늘어나고 있다.
90년대 북한을 휩쓴 대기근 당시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대기근에서 살아남은 북한의 여성들은 그들의 강인함과 현명함을 스스로 발견하였고 지금은 그들의 가정과 북한자본주의를 이끄는 리더로 자리 잡게 됐다.
/김광호리포터 holhol@naeil.com
호주국립대학에서 동아시아문제를 가르치고 있는 안드레이 랜코브는 6일자 아시아타임즈 기고문을 통해 “북한여성들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급신장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부부간의 가정 내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고 적고있다. 다음은 랜코브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북한 가정에서 남성의 역할은 1997~98년사이에 ‘무용지물’로 변했다. 적어도 경제적 면에서 볼 때 남성들은 더 이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신 여성들이 그 공백을 메우고 있다. 북한에서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서서히 붕괴하면서 그 자리에 초기자본주의가 들어서는 과정에 나타난 현상이다.
◆여권 커지면서 부부관계도 변화 = 사실 지난 10년동안 북한사회에서 일어난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급격하게 신장된 것을 들 수 있다.
북한의 시장에서는 길가에 앉아 물건을 파는 사람뿐만 아니라 트럭을 운전하거나 무거운 등짐을 지고 나르는 사람들도 모두 여성이다.
이처럼 북한자본주의경제를 여성들이 주도하게 된 계기는 북한자본주의의 생성과정과 깊은 연관이 있다. 위로부터의 계획에 의해 자본주의 경제를 도입한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북한 자본주의는 아래로부터 시작된 변화이다.
1990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시장은 그 역할이 아주 미미했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생존하는 데는 충분한 물자가 배급제도를 통해 공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련 붕괴로 원조물자의 공급이 끊기자 상황은 돌변했다.
배급물량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곧 이어 찾아온 대기근으로 북한의 배급제도는 그 기능을 완전히 잃었으며 공장도 생산을 멈췄다. 당연히 소득도 없어졌지만 남성들은 직장을 떠날 수 없었다. 상황이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리고 북한의 조직화된 생활도 남성들을 직장에 묶어두는 데 일조를 했다.
반면 대부분의 여성들은 전업주부로서 비교적 자유스러운 입장이었다. 대부분의 공산국가와는 달리 북한여성들은 결혼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는 경향이 많았다. 1980년대의 기록을 보면 신의주에 사는 기혼여성 가운데 70%가 전업주부였다.
이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된 시장경제 활동은 자연스럽게 여성들의 몫이 됐다. 그들은 긴요하지 않은 가재도구를 처분하거나 집에서 만든 음식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직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동안 여성들의 상행위는 점차 규모가 커져 사업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북한에서 상업을 한다는 것은 남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붕이 없는 트럭을 타고 먼 길을 가야하고 시멘트바닥에서 밤을 지새기도 한다. 때로는 지방공무원에게 뇌물도 바쳐야 한다. 또 무거운 짐도 직접 등에 지고 날라야 한다.
그래서 이런 상행위에는 중류층과 빈곤층의 여성들이 주로 종사했다. 상위5%의 엘리트계층은 풍족한 배급을 계속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비즈니스에 나서지 않아도 되었다.
◆상류 여성도 영업 나서 = 그러나 최근에는 상류층 여성들도 “싼 물건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다니는 공장 물건을 싼 값에 구입한 다음 되파는 영업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부패에 연루될 것을 우려하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사회현상은 부부 사이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북한사회에서는 최근까지도 남성들의 가부장적 권위가 강하게 남아있었다. 특히 보수적 성향이 심한 함경도 지방의 남성들은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정 내에서의 경제력의 변화는 집안일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도 바꾸고 있다. 체면을 버리고 가사를 돕는가 하면 아내의 비즈니스를 짬짬이 돕는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 또 국경지대의 밀수와 같은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들도 늘어나고 있다.
90년대 북한을 휩쓴 대기근 당시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여성이었다. 그러나 대기근에서 살아남은 북한의 여성들은 그들의 강인함과 현명함을 스스로 발견하였고 지금은 그들의 가정과 북한자본주의를 이끄는 리더로 자리 잡게 됐다.
/김광호리포터 holh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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