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초대석-항공우주공학과 박사 출신 최규호 변호사

“잘못된 법집행 바꾸려 법조계 선택”

지역내일 2005-03-30
‘인공신경회로망을 이용한 비행체의 비선형적응비행제어기’
최규호(36·사진)변호사가 공학박사학위를 받은 논문 주제다. 일반인에게는 듣기만 해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생소한 분야다.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최 변호사는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박사 논문 준비와 시험 공부를 병행한지 4년만에 그는 4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논문이 영국 SCI 저널에 실리고 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다음해인 지난해 8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 변호사는 주위에서 ‘대학교수 임용 등을 보장받는 전문분야 자리를 놔두고 왜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변호사를 선택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는 “국가보안법 처리 과정 등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아직도 법 집행이 제대로 안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잘못된 법집행 등을 바꾸려고 법조계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판·검사는 조직에 있기 때문에 소신을 펴기 쉽지 않지만 변호사는 공익소송 등을 통해 소수자 보호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 법조계에서도 변호사를 택한 이유다.
지난해말 서울행정법원에 접수돼 진행 중인 수능시험무효소송에 주도적인 힘을 보탠 최 변호사는 고등학교 선배와 함께 무료로 사건을 수행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매향리 사격장 소음피해 소송, 산동네 아파트 재개발로 인한 철거 폭력 등과 같은 공익소송 전문변호사가 되고 싶다”며 “공학 분야의 전문 지식을 살려 지적재산권 전문가로 외국 기업과의 특허 분쟁에서도 활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연수원 수료 후 의료소송과 기업법무를 전문으로 하는 대외법률사무소(대표 전현희 변호사)에 합류에 일하고 있어 의료분쟁에도 관심이 높다. 친척 중 한명이 의료사고를 당했는데 당시 사건을 맡은 전현희 변호사와 인연이 됐다. 그는 가해자인 대형병원보다 피해자인 일반서민의 입장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전 변호사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시절부터 사진찍기에 관심이 많았던 최 변호사는 친구들의 결혼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어주는 등 여가활동에도 열정적이다.
이제 막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딛는 그가 ‘열정과 포부’를 앞세워 어떤 성과를 이뤄낼지 자못 기대가 크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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