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칼럼>‘포스트 386’을 이끌려면…(2005.03.28)

지역내일 2005-03-28 (수정 2005-03-28 오후 12:56:14)
‘포스트 386’을 이끌려면…
성 한 표 언론인

1955년 요절한 천재 배우 제임스 딘이 주연한 미국 영화 ‘이유 없는 반항’. 사회와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결국은 목숨까지 잃고 마는 청소년들의 비극을 그린 이 영화는 당시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린 명화였다. 만일 이 영화를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보여주면, 그들은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세대갈등’, ‘가치관의 충돌’…. 시대의 흐름을 뛰어 넘어 항상 듣는 말들이다. “요즘 젊은이들은…”하는 어른들의 불평은 어느 시대이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가치관의 충돌은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비극의 주인공은 이제 젊은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다.
젊은이들이 사회의 주요 의제 설정과 토론, 그리고 해결의 중심세력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수단은 인터넷이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 통로를 장악함으로써 ‘이유 없는 반항’이 아니라, ‘이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잇따라 일어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의 낙마사태다.

‘이기는 싸움’하는 젊은이들
교육부총리로 임명되었다가 ‘3일천하’로 끝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 경제위기의 해결사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던 이헌재 경제부총리, 참여연대 공동대표까지 지냈던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그리고 정통관료 출신으로 인천국제공항 건설의 주역이었던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등으로 이어지는 별들의 추락은 한결같이 ‘가치관의 충돌’을 드러내고 있다.
비판대상이 된 이들의 ‘비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권력형 부정부패가 아니다. 과거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해 왔고, 지금도 ‘보통 사람들’의 재테크 수단으로서, 그리고 생활방식으로서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있는 잘못들이다. 이들에 대한 인사검증을 실시한 청와대가 이들의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이 이와 같은 사정을 말해 준다.
이기준 교육부총리의 경우 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외이사 겸직, 판공비 유용, 아들 국적문제 등을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사전에 다 알고 있었으며 이런 흠결에도 불구하고 결정하신 것”이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경우 부인의 위장전입은 공소시효가 지나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웠던 것이며, 부동산 매매도 이 부총리 스스로는 “투기목적 부동산 매매는 없었다”고 주장했었다. 그의 사표 수리를 미룬 이유에 대해 노 대통령은 “밝혀진 것은 26년전의 일이다. 그 시기 그의 신분은 민간인이었고, 그것도 본인이 아닌 부인의 문제였다. 좋은 일은 아니지만, 전투중인 장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 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시민단체들의 사퇴압력을 받고 결국 사퇴하자,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 위원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미 검증과정에서 사실 확인을 했다. 그러나 위장전입 시기가 1982년으로 아주 오래된 일이고, 그 이후 헌신적인 사회봉사 활동을 해 왔기 때문에 발탁대상에서 배제할만한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동석 건교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 인천국제공항 사장 시절의 부동산 투기 혐의와 아들의 취직 청탁 의혹과 관련된 것이었다.

도덕성의 회복이 최우선
그런데 청와대 당국은 왜 인사검증을 하고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가 나중에야 여론에 밀려 이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단행하게 되는가? 여기서 우리는 가치관의 충돌, 구체적으로는 ‘포스트 386’이라고 불리는 1970년대 출생의 젊은이들과 기성세대간의 가치관의 충돌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주의적 개방세대’, 또는 ‘감성세대’로 불리기도 하는 이 젊은이들은 일상생활의 허위와 기존의 권위를 벗기고, 이에 맞선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익숙해진, 적당한 편법과 적당한 부도덕이라는 윤활유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바로 윗세대인 60년대 출생의 386세대보다도 훨씬 더 비타협적이다.
이들 젊은이들이 미래의 이 나라를 이끌 재목으로만 자라고 있다고 본다면 너무 안이한 현실인식이다. 이들은 바로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들의 지배력이 앞으로 4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우리는 일정 정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나라의 경영이 이들의 의견에 좌우된다는 것은 최선의 상태는 아니다. 경륜이 풍부한 기성세대가 이들을 지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