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의정부교도소 김건휘 소장

인간중심 행형이 올바른 교정

지역내일 2005-03-18
“사회가 진심으로 그들을 받아들여주고 일자리를 줘야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의정부교도소 김건휘 소장의 말이다. 김 소장은 사회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줄곧 교정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온 베테랑이다. 교정직 공무원들이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하는 ‘반죄수’ 생활이 30년이 넘은 것이다. 누구보다 일선 교정현실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일제시대에 지은 낡은 건물에 빈대와 이가 득실거리는 열악한 환경을 실제로 겪었다. 또 당시 반찬은 모두 소금으로 절인(염장) 것이었고, 난방까지 형편없었다. 열악한 환경에 보리밥을 주식으로 하면서 영양이 결핍해져 수용자들 얼굴은 대부분 누렇게 떠 보이는 부황현상이 유행했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도입한 것이 ‘콩밥’ 공급이다. 제대로 영양을 맞춰줄 수 없으니까 ‘콩밥’을 통해 부족한 영양을 대신 채워준 것이다.
감옥살이 하는 것을 두고 ‘콩밥 먹는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라고 한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교정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는 것이 김 소장 평가다.
세월만큼이나 사연도 많다. 기억에 남는 일로는 오래전 한 젊은 친구가 옥살이를 하는데 늙으신 노모가 어렵게 옥바라지를 해 안타까운 마음에 잘 돌봐준 적이 있다. 그 인연은 출소한 뒤에도 이어졌다. 나중에는 김 소장이 중매까지 서게 됐고, 다행히 결혼이 성사돼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대학입학을 눈앞에 두고 3년형을 받아 들어온 젊은 친구가 의정부교도소에서 영어반을 수료하고 각종 자격증까지 취득한 뒤 지난 2월 가석방을 받아 대학에 다시 입학한 경우를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이 학생은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워드 자격증 1급을 땄고, 외부에서 개최하는 외국어 웅변대회에서 3등을 차지했다.
당시 김 소장은 학생의 가석방을 위해 직접 의견서를 작성해 줘 3년형 가운데 2년 6개월을 살고 가석방 되는 행운을 얻었다.
얼마 전에 학생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와 “교도소에 가면 자식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성숙해지고 사람이 달라져서 너무 기쁘고 고맙다”면서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하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뿌듯하다.
김 소장은 “사람을 사람답게 취급하는 것이 바로 교정”이라며 “인간존중의 행형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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