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아직 인권 최말단”
‘양공주’가 필리핀 여성으로 바뀐 것 뿐
”기지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다만 피해여성의 국적이 바뀌고 있을 뿐이죠.”
미군주둔지 인근 유흥가 일대를 일컫는 ‘기지촌’. 한때 이 곳에서 일하는 여성을 일컫던 속칭 ‘양공주’는 여전히 있다. 한국 양공주를 러시아, 필리핀 여성이 자리바꿈하고 있어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기지촌 여성 인권보호 단체인 두레방 상담실장인 김동심씨는 “2004년 11월 현재 기지촌 여성의 87%가 외국 여성”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생계대책 없이 공공근로 등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클럽여성들의 노동형태는 사실상 ‘인신매매’라고 불렀다. 업주들이 △클럽여성의 지속적 관리를 통해 이윤을 얻고 △계약 내용을 속일 목적이 애초에 있었으며 △여성들이 계약에 묶여 있는 한 이탈은 물론 고발 당할 위험도 적기 때문이다. 사법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클럽여성은 불법체류자로 강제출국되게 된다.
◆고용주·미군에게 2중 착취 = 클럽 여성들이 인권 사각 지대에 방치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국제결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체류자격’ 때문이다. 주로 연예인 비자(E-6)로 입국하는 이들은 비자갱신을 위해 고용주와의 계약관계를 증명해야만 한다. 계약연장을 위해 업주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무단이탈로 곧장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 월급을 떼이거나 여권을 빼앗기고 2차 성매매를 강요당해도 변변히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면서 미군의 강력범죄는 줄었다지만 여전히 클럽여성을 상대로 한 피해는 줄을 잇고 있다.
미군 당국은 클럽여성의 인신매매가 의심되는 업소에 대해 클럽출입금지(zero-tolerance) 조치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오히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인권 침해는 동거매춘이나 미군이 가족수당을 받기 위해 벌이는 결혼사기”라고 말했다. 한국 근무 동안 1000달러 안팎의 수당을 받기 위해 클럽여성과 결혼한 후 여성에게는 미국 이민비자를 수속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 주지 않는 수법이 주로 쓰인다. 심지어 오늘 결혼하고 내일 출국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남편의 정확한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클럽여성들은 한국에서는 마음대로 이혼마저 할 수도 없다.
한번의 인신매매가 장기적이고 연쇄적인 여성들의 피해사슬을 만든 결과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여권을 뺏긴 여성은 성매매에 시달려도 탈출하지 못하며 클럽을 탈출해도 강제출국 대상자가 된다. 또 결혼사기라도 당하면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생계까지 막막해져 본국에 돌아갈 수도, 한국에 남아있을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단 1건도 고발할 수 없는 현실 =김 실장은 클럽여성 인권 침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둔군을 위해 사실상 공창인 외국인 전용클럽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연예 흥행사증(E-6)이 본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관리감독하는 일도 필요하다. 현재 E-6비자는 사실상 전적으로 2차 성매매용으로 악용되고 있다.
최소한 피해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합법적 체류자격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현재로서는 피해가 생겨도 강제출국 위험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도망다니는 실정이다. 한국 검찰도 인정하듯 지금까지 클럽 여성 스스로가 업주를 고발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체계적인 구체책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볼 부분이다. 현재 여성부에서 피해 클럽여성 쉼터인 ‘벗들의 집’을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은 물론 재활 프로그램이 없이 단순 숙식제공 역할에만 머무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양공주’가 필리핀 여성으로 바뀐 것 뿐
”기지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다만 피해여성의 국적이 바뀌고 있을 뿐이죠.”
미군주둔지 인근 유흥가 일대를 일컫는 ‘기지촌’. 한때 이 곳에서 일하는 여성을 일컫던 속칭 ‘양공주’는 여전히 있다. 한국 양공주를 러시아, 필리핀 여성이 자리바꿈하고 있어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기지촌 여성 인권보호 단체인 두레방 상담실장인 김동심씨는 “2004년 11월 현재 기지촌 여성의 87%가 외국 여성”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생계대책 없이 공공근로 등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클럽여성들의 노동형태는 사실상 ‘인신매매’라고 불렀다. 업주들이 △클럽여성의 지속적 관리를 통해 이윤을 얻고 △계약 내용을 속일 목적이 애초에 있었으며 △여성들이 계약에 묶여 있는 한 이탈은 물론 고발 당할 위험도 적기 때문이다. 사법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클럽여성은 불법체류자로 강제출국되게 된다.
◆고용주·미군에게 2중 착취 = 클럽 여성들이 인권 사각 지대에 방치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국제결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체류자격’ 때문이다. 주로 연예인 비자(E-6)로 입국하는 이들은 비자갱신을 위해 고용주와의 계약관계를 증명해야만 한다. 계약연장을 위해 업주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무단이탈로 곧장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 월급을 떼이거나 여권을 빼앗기고 2차 성매매를 강요당해도 변변히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면서 미군의 강력범죄는 줄었다지만 여전히 클럽여성을 상대로 한 피해는 줄을 잇고 있다.
미군 당국은 클럽여성의 인신매매가 의심되는 업소에 대해 클럽출입금지(zero-tolerance) 조치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오히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인권 침해는 동거매춘이나 미군이 가족수당을 받기 위해 벌이는 결혼사기”라고 말했다. 한국 근무 동안 1000달러 안팎의 수당을 받기 위해 클럽여성과 결혼한 후 여성에게는 미국 이민비자를 수속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해 주지 않는 수법이 주로 쓰인다. 심지어 오늘 결혼하고 내일 출국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남편의 정확한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클럽여성들은 한국에서는 마음대로 이혼마저 할 수도 없다.
한번의 인신매매가 장기적이고 연쇄적인 여성들의 피해사슬을 만든 결과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여권을 뺏긴 여성은 성매매에 시달려도 탈출하지 못하며 클럽을 탈출해도 강제출국 대상자가 된다. 또 결혼사기라도 당하면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생계까지 막막해져 본국에 돌아갈 수도, 한국에 남아있을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단 1건도 고발할 수 없는 현실 =김 실장은 클럽여성 인권 침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둔군을 위해 사실상 공창인 외국인 전용클럽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연예 흥행사증(E-6)이 본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관리감독하는 일도 필요하다. 현재 E-6비자는 사실상 전적으로 2차 성매매용으로 악용되고 있다.
최소한 피해여성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합법적 체류자격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현재로서는 피해가 생겨도 강제출국 위험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가 도망다니는 실정이다. 한국 검찰도 인정하듯 지금까지 클럽 여성 스스로가 업주를 고발한 사례는 단 1건도 없었다.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체계적인 구체책을 마련하는 것도 검토해볼 부분이다. 현재 여성부에서 피해 클럽여성 쉼터인 ‘벗들의 집’을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예산부족은 물론 재활 프로그램이 없이 단순 숙식제공 역할에만 머무르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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