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예방 의외로 간단해요”

휴대폰 112 단축키 저장·집 비울 때 전등 켜놓기 등

지역내일 2005-02-11
80년대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영구미제 사건도 간혹 발생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강력범죄가 발생해도 해결하는 경찰관들이 있다. 이들은 대개 일선서 강력계 수사계 등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사생활을 포기하고 사건에 올인 하는 이들에게 사건 해결과 이에 따른 특별진급(특진)만이 보람이다. 난제를 해결하고 특진한 형사들의 사례와 이들이 말하는 강력범죄 대처방안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베테랑 경찰들이 말하는 강력 범죄 대처 요령은 의외로 간단하다.
혼자 있지 말고 자신의 위치를 가족이나 주위사람들에게 말하고 범죄자들의 눈에 띄게 행동하지 말 것 등이다. 또 초기에 범죄에 노출됐을 때 경찰에 빨리 신고하기가 추가된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을 보통 무시하거나 지나치기 마련이다.
경찰은 사람들의 무관심하고 소흘한 태도에서 강력 범죄가 키워진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강력범죄 예방 지름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며 기본에 충실할 것을 조언했다.

◆조폭범죄, 신고만이 예방법 = ‘조폭 잡는 형사’라 불리는 경기도 화성경찰서 정일수 경위는 국민들이 조직폭력배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조폭을 떠올려 혹시나 보복을 당할까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그는 “실제 사례에서 조폭이 신고자를 보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신고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신변보호를 철저하게 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경찰에 신고를 해달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조폭 예방법’은 ‘신고하는 용기’인 것이다.

◆인질 강도, 어두운 주차장은 피할 것 = 서울 양천경찰서 박미옥 마약반장은 강력계 여형사로서의 화려한 경력에 맞게 ‘범인 검거의 추억’도 다양하다.
그렇다보니 그가 말하는 범죄 예방법에는 특히 여성들이 주목할 만한 내용이 많다. 우선 소매치기(가방따기)에 대해서는 “범인들 대부분은 피해자의 뒤를 따르면서 스텝을 맞춰 걸음이 엇갈리지 않도록 한 뒤 피해자가 계단을 오르거나 다른 행동을 취하는 순간을 노린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항상 가방을 앞으로 메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인질강도의 경우는 피해자의 약점을 노리거나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나오는 부녀를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적한 곳에 주차하는 것을 피하고 늦은 시간에 주차장에 주차할 경우에도 가급적 어두운 빈자리를 피하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결혼 사기 우습게 여기다 큰 피해 = 또 박 경위는 최근 피해자가 늘고 있는 결혼 사기도 우습게 생각하면 큰 피해를 당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결혼 사기범들의 경우 대부분 자금 회전력이 좋은 은행, 보험회사, 증권회사 등에 근무하는 여자를 택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노처녀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뛰어난 화술과 외모, 화려한 직업으로 속인 뒤 인사문제나 친구간 의리 등을 내세우며 급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한다”며 “‘내가 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언제 이런 조건의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집착하는 순간 이미 사기를 당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사기범은 한 두번 돈을 갈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 여성의 모든 것을 빼앗고 나서야 놔주기 때문에 다른 강력범죄와 다르면서도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고층 아파트라도 반드시 방범창 설치해야 = 특진 경찰관들은 이밖에도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절도사건의 경우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일수 경위는 “빈집털이범은 대부분 불이 꺼진 집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다”며 “연휴 등으로 며칠씩 집을 비울 경우에는 반드시 등을 켜놓을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미옥 반장도 “최근에는 방범창도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며 “이음새나 나사부분에는 실리콘으로 밀봉해 나사를 풀 수 없도록 해 놓아야 범인들이 들어올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스배관이 밖으로 설치된 아파트에서는 아무리 고층에 살더라도 반드시 창문을 잠그고 창문이 조금 외지고 어두우면 작은 전구를 달아 켜놓는 것이 좋다”며 “고층아파트라도 방범창 설치는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택시 강도, 늦어도 합승 피해야 = 택시를 이용할 때도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이때를 대비해 휴대폰 단축기 특정번호에 112를 입력시켜 놓고 긴급상황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형 호루라기를 휴대폰에 부착했다가 위급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야간·심야시간대에 외출을 삼가고, 불가피할 경우 가족이 마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귀가가 늦더라도 합승은 자제하고, 운전석 옆좌석보다는 뒷좌석에 탑승하는 것이 좋다.
또 전문가들은 “택시 탑승 전 차량번호를 외우고, 탑승 후 부모 등에게 차량번호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학원폭력 조폭 환상 없애야 = 학원 폭력은 상당 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폭력 사례를 모방하는 데서 비롯된다. 아이들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조폭을 영웅시하며 동경한다는 것. 그러나 실제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멋진 조폭은 없다는 것을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일수 경위는 “실제 조폭은 되기도 어려울뿐더러 되더라도 그 결과가 비참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교육해야 한다”며 “청소년범죄예방교실 등을 통해 조폭의 실상과 말로를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영등포서 강력반 방진원 경장도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조폭이나 깡패들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이 학원폭력을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장환 기자 polkj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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