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초대석-해외성매매 사건 해결한 양영구 수사관

“ 관점을 바꾸면 사건의 실체가 보인다”

지역내일 2005-03-04
지난 2월 23일 경찰은 20대 여성들을 해외로 보내 성매매를 하도록 강요한 업주와 브로커를 구속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한국여성 38명을 호주와 뉴질랜드·캐나다 등 현지 마사지업소에 취업시켜 성매매행위를 하고 받은 1억2000여만원을 가로챘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성매매 여성들의 해외진출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비자 위조사건을 조사하던 서울경찰청 외사과 양영구 수사관(사진·경사)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여성들이 해외로 나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것과 자신이 수사중인 미국비자 위조사건은 이들 여성들이 미국으로 성매매을 위해 출국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사실이었다.
양 수사관은 미국비자 위조라는 ‘공문서위조사건’을 성매매특별법 위반 사건으로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한국 여성들을 해외로 보낸 주범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자 ‘행동지침’과 ‘약정서’ ‘근무시 준수사항’ 등 범행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마침 뉴질랜드에서 한국여성들을 관리하던 해외 브로커도 잠시 귀국해있었다. 경찰은 이들을 한꺼번에 신속히 검거해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사건이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양 수사관의 10여년간 특수수사 경험이 바탕이 됐다.
1986년 경찰에 입문한 양 수사관이 특수수사에 발을 디딘 것은 서울지검 남부지청(지금 서울남부지검) 특수부로 파견되면서부터다. 그는 검찰에서 수사력을 인정받으며 특수수사의 경험을 쌓아나갔다.
5년간 검찰에서 근무하고 경찰로 돌아온 양 수사관은 서울경찰청 외사과에 배치돼 발군의 수사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대포폰(소유주와 사용자가 다른 휴대폰)을 이용해 ‘3자통화방식’으로 국제통화요금을 빼돌린 사건은 그가 최초로 적발했다.
지난해에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근무했다. 특수수사과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 간부가 아들 결혼식에 제약회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축의금을 받아 챙긴 사건을 수사해 검찰에 송치하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경찰청 외사과로 다시 돌아와 얼마 되지 않아 이번 ‘해외성매매 사건’을 해결한 것이다.
경찰의 특수수사통 양 수사관은 오늘도 새로운 사건을 찾아 현장을 뛰고 있다.

/정원택 기자 wontae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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