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엔 뷰>여풍당당, 그러나 뒤처지는 사회

김 삼 화 변호사

지역내일 2005-02-23
요즘은 어디를 둘러봐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다. 대학 진학이나 고시 합격에서도 남성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하는 게 맞을 듯하다.

1985년 11월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 여성 합격자는 나를 포함하여 모두 6명이었다. 최초의 여성 사법고시 합격자인 이태영 박사에서 시작하여 그때까지 사법시험에 합격한 여성의 수는 우리 동기 합격자를 포함해 모두 30명이라고 하였다. 그해 합격한 6명이 사상최대 여성 합격이라고 언론에서 야단이었다. 그후 매년 여성 합격자수가 늘더니 20년이 조금 지난 이제는 200명을 훨씬 넘는 여성 합격자가 나온다.
때문에 법원과 검찰에서는 새로운 고민(?)을 한다. 법원과 보직 등에서도 여성의 성적이 월등히 좋다 보니 성적순으로 배치하다 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여성 판사가 너무 많아져 각 법원에 순차적으로 배치한다는 말까지 들릴 정도다.
어디 사법시험뿐인가. 대학에서 전통적으로 남학생들이 선호하는 의대와 법대도 이미 50% 가까이 여학생들로 채워진다고 한다. 예전에 내가 대학에 갈 때만 해도 여학생들은 주로 인문대, 간호대, 사범대 등 전통적인 여학생 선호학과를 택했고 법대, 의대, 공대 등에 진학하는 여학생은 아주 극소수였다. 그 무렵 법정대의 여학생 수는 한 학년에 한두 명에 불과했다. 물론 아예 여학생이 없는 학번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막는 걸림돌들이 많이 남아 있다.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학교 성적이 좋아도 취직을 할 때는 더 어려움을 겪는다. 취직을 한 후에도 결혼과 출산을 하게 되면 육아의 책임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다.
어린아이를 두고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에게는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데 따른 아쉬움과 미안함 그리고 직장 생활과의 갈등이 늘 존재한다. 더구나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에 비해 아직도 기혼 여성이 출산 후 직장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국가적인 보육정책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그나마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족이 있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이 있어 상주 도우미를 둘 수 있는 가정이 아닌 경우 갈등을 하다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아직도 많다.
결국 아이 양육을 가정에만 맡기는 사회 시스템은 여성들의 결혼 기피는 물론이고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 요즘 문제가 되는 출산율 저하는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진 데도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는 만큼 보육정책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도 한몫을 차지할 것이다.

최근 국가에서는 여성들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하여 셋째를 출산하면 육아비용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출산 장려책을 쓰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조금 주는 것으로 셋째를 낳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지 의문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그에 따른 보육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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