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왕이 강태공에게 물었다
“왕 되는 자는 무엇을 위에 두어야 하고 무엇을 아래에 두어야 합니까. 또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물리쳐야
하며 무엇을 금지해야 합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강태공은 말했다.
“왕에게는 항상 주의하지 않으면 안될 육적(六賊)과 칠해(七害)가 있습니다. 육적은 도덕적 해이, 불법행
위, 부화뇌동, 직무유기, 복지부동, 권력남용이요, 칠해는 정실인사, 허장성세, 표리부동, 불평불만, 중상모
략, 사행심, 혹세무민을 말함입니다. 왕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지만 잘라야 할 때 자르
지 않으면 간신이 득세하고, 죽여야 할 때 죽이지 않으면 큰 적이 나타납니다.”
문왕과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의 기틀을 세운 중국 태공망의 육도(六韜)와 황석공(黃石
公)의 삼략(三略)에 나오는 대화다. 육도삼략은 병서(兵書)이긴 하지만 지도자의 덕목과 치세의 도를 담고
있어 당정쇄신을 앞둔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한번쯤 되짚어 볼만한 대목이다.
김 대통령의 시국인식, 문제 없는가
민주당의 당정쇄신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가는 결국 김 대통령 손에 달려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 2일
민주당 최고위원들을 만난 데 이어 4일에는 대부분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14명의 총재 특보들을 만났다. 김
대통령을 만난 민주당 지도부나 의원들은 서로 쉬쉬해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세간의 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이들을 왜 만났는가. 이들로부터
‘굴절되지 않은 민심의 현주소’를 전달받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나온 내용을 종합
해 볼 때 ‘심각한 민심’에 대해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듯한 김 대통령의 시국인식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시점에서 개각은 적절하지 못하다거나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필요하다고 느끼면 할 것이라든지 당
정개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들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은 총체적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꼬리를 무는 권력형 비리의혹에 정부의 도덕성
은 신뢰를 잃고 있다. 중남미형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위기는 IMF 보다 혹독한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환율은 오르는데도 수출은 갈수록 줄고 있다. 경기침체로 실업자는 늘어나고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이익집단
의 거센 요구 앞에 정부는 ‘영(令)’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역감정의 골은 갈수록 악화되고 국회는 당리
당략을 앞세운 정쟁에 하루가 멀다고 파행을 반복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뿌려진 공적자
금은 몰염치한 기업주의 ‘쌈지돈’처럼 흥청망청 쓰여져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지역에서 지금까지 DJ를 지지해온 사람 가운데
40%가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DJ로 돌아선 이유는 경제난 다음으로 여론을 무시한 통치스타일을
꼽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런 여론의 결과를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김 대통령은 집권당시의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좌고우면(左雇右眄)하면서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
다. 남북화해를 열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으면서도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기 위해서는 뼈를 깍는
아픔이 필요하다.
등돌린 민심 되돌릴 마지막 기회
지난 8.30 전당대회를 전후에서 여권내부에서 논의돼온 당정개편론 이상의 국정전반에 걸친 쇄신책이 필요
한 때다. 이른바 몇몇 동교동계로 이뤄진 인의 장막을 떨치고 혁신적인 인물을 과감히 등용해야 한다. 대표
와 당3역을 포함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새로운 개혁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청와대는 물론 현재 문
제가 되고 있는 일부 각료의 교체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중요한 국정현안 등을 감안해 개각은 적절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정당국이나 경제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한
계를 넘어섰다. 이들에 대한 수술 없이는 민심은 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또다시 물을 것이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계파를 초월하고 지연 학연을 뛰어넘어 위기를 극복할 능력 있고 개혁적인 인재
를 찾아내야 한다. 야당에 대한 자세를 바꿔 국정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김 대
통령이 마음만 비운다면 얽히고 설킨 정국의 실타래를 푸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伯樂: 말의 좋고 나쁨을 잘 감정했던 사람)은 드물다는 중국의 명문장가 한퇴지의 말이 새삼스
럽게 떠오르는 시점이다.
왕길남/정치담당 편집위원
“왕 되는 자는 무엇을 위에 두어야 하고 무엇을 아래에 두어야 합니까. 또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물리쳐야
하며 무엇을 금지해야 합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강태공은 말했다.
“왕에게는 항상 주의하지 않으면 안될 육적(六賊)과 칠해(七害)가 있습니다. 육적은 도덕적 해이, 불법행
위, 부화뇌동, 직무유기, 복지부동, 권력남용이요, 칠해는 정실인사, 허장성세, 표리부동, 불평불만, 중상모
략, 사행심, 혹세무민을 말함입니다. 왕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지만 잘라야 할 때 자르
지 않으면 간신이 득세하고, 죽여야 할 때 죽이지 않으면 큰 적이 나타납니다.”
문왕과 무왕을 도와 은나라를 무너뜨리고 주나라의 기틀을 세운 중국 태공망의 육도(六韜)와 황석공(黃石
公)의 삼략(三略)에 나오는 대화다. 육도삼략은 병서(兵書)이긴 하지만 지도자의 덕목과 치세의 도를 담고
있어 당정쇄신을 앞둔 김대중 대통령으로서는 한번쯤 되짚어 볼만한 대목이다.
김 대통령의 시국인식, 문제 없는가
민주당의 당정쇄신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가는 결국 김 대통령 손에 달려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 2일
민주당 최고위원들을 만난 데 이어 4일에는 대부분 초선의원들로 구성된 14명의 총재 특보들을 만났다. 김
대통령을 만난 민주당 지도부나 의원들은 서로 쉬쉬해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세간의 민심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은 이들을 왜 만났는가. 이들로부터
‘굴절되지 않은 민심의 현주소’를 전달받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러 경로를 통해 흘러나온 내용을 종합
해 볼 때 ‘심각한 민심’에 대해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듯한 김 대통령의 시국인식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시점에서 개각은 적절하지 못하다거나 청와대 비서실 개편은 필요하다고 느끼면 할 것이라든지 당
정개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들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은 총체적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꼬리를 무는 권력형 비리의혹에 정부의 도덕성
은 신뢰를 잃고 있다. 중남미형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위기는 IMF 보다 혹독한 추운 겨울을 예고하고 있다.
환율은 오르는데도 수출은 갈수록 줄고 있다. 경기침체로 실업자는 늘어나고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이익집단
의 거센 요구 앞에 정부는 ‘영(令)’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역감정의 골은 갈수록 악화되고 국회는 당리
당략을 앞세운 정쟁에 하루가 멀다고 파행을 반복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뿌려진 공적자
금은 몰염치한 기업주의 ‘쌈지돈’처럼 흥청망청 쓰여져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최근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지역에서 지금까지 DJ를 지지해온 사람 가운데
40%가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DJ로 돌아선 이유는 경제난 다음으로 여론을 무시한 통치스타일을
꼽고 있다. 김 대통령은 이런 여론의 결과를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김 대통령은 집권당시의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좌고우면(左雇右眄)하면서 더 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
다. 남북화해를 열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으면서도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기 위해서는 뼈를 깍는
아픔이 필요하다.
등돌린 민심 되돌릴 마지막 기회
지난 8.30 전당대회를 전후에서 여권내부에서 논의돼온 당정개편론 이상의 국정전반에 걸친 쇄신책이 필요
한 때다. 이른바 몇몇 동교동계로 이뤄진 인의 장막을 떨치고 혁신적인 인물을 과감히 등용해야 한다. 대표
와 당3역을 포함한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새로운 개혁정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청와대는 물론 현재 문
제가 되고 있는 일부 각료의 교체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 중요한 국정현안 등을 감안해 개각은 적절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오히려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정당국이나 경제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한
계를 넘어섰다. 이들에 대한 수술 없이는 민심은 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또다시 물을 것이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계파를 초월하고 지연 학연을 뛰어넘어 위기를 극복할 능력 있고 개혁적인 인재
를 찾아내야 한다. 야당에 대한 자세를 바꿔 국정을 논의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원하고 있다. 김 대
통령이 마음만 비운다면 얽히고 설킨 정국의 실타래를 푸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伯樂: 말의 좋고 나쁨을 잘 감정했던 사람)은 드물다는 중국의 명문장가 한퇴지의 말이 새삼스
럽게 떠오르는 시점이다.
왕길남/정치담당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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