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민주화 고귀한 가치, 온 국민이 공유해야”

지역내일 2005-01-28
과거사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하다. 일제시대와 해방후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남은 유산을 청산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그중에서도 6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 역사와 그 과정을 함께 했던 이들의 삶과 정신을 되새기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2대 이사장으로 부임한 함세웅 신부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해 소개해달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지난 2001년 여야합의에 의한 법률에 근거해 설립됐다. 그동안 몇몇 뜻있는 분들이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이를 좀 더 체계화하고 국민들의 합의를 얻으면서 진행하기 위해 국가차원에서 만든 단체다.
사업회의 중요한 내용은 ‘기억과 계승’이라고 할 수 있다. 단체명에도 ‘기념’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이는 과거 60~70년대와 80년대 민주와 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희생했던 분들의 고귀한 삶을 기억하자는 것과 그 삶을 현재화해 미래로 이어주는 계승작업을 하자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다. 민주화운동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 또 그 과정에서 희생되거나 몸바친 의인과 열사들, 이름없이 사라져간 민중들의 발자취를 찾아 민족정신을 이룩할 수 있는 기념탑을 세우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어떤 사업을 해왔나
기념사업은 작게는 민주화운동, 넓게는 그 과정에서 희생됐던 모든 의인들과 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국민들의 삶 전체를 포괄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민주화운동 역사를 알리기 위한 전국 순회 역사전시회,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연구 및 교육사업, ‘역사 다시읽기 시리즈’, ‘역사다시보기 시리즈’, ‘시대불꽃’ 등 교재 발간, 민주화운동 유적지 발굴조사사업 등을 해왔다. 또 민주화 운동사를 영어로 번역해 해외로 알리는 한편, 민주화운동에 도움을 주신 해외 인사 초청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기념회 사업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앞으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참여형’ 기념사업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특히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분들, 특히 6·10항쟁때 이른바 ‘넥타이부대’라 불리웠던 민주시민들까지 다시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 생각이다.

기념관 건립사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또 기념관 건립의 의미는 무엇인지 말해달라.
아직 계획단계로 전문가들 중심으로 자료는 정리된 상태다. 3~4월부터 실무자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그동안 민주화를 위해 애쓰셨던 여러 분야의 원로와 중진 또 젊은층까지 포함하는 범국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하려 한다. 또 여러 위원회를 만들어 이들이 각자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물론 기념관 건립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국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부지선정 문제, 포괄해야하는 민주화운동 개념 설정 문제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기념관 건립에 대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4·19 민주혁명투사들, 그리고 5·16 이후 민주화운동에서 애쓰신 분들의 정신이 가시화될 수 있는 기념관을 만들어 살아있는 역사체험장이 되도록 하겠다.
기억이란 시공간을 넘어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농축을 의미한다. 기념관 건립은 체험을 통해 과거를 현재화시키고 이를 통해 아름다운 미래를 선취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사료정리작업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사실 70~80년대까지만 해도 오늘날 사료라고 판단될 수 있는 내용들을 가지고 있는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자료를 갖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도 많은 개인과 단체들이 기증 해주어 지난해말까지 기증 건수는 개인이 해외 거주자 32명을 포함해 257명, 단체 63곳 등 총 320건에 달했다. 수집된 사료도 총 43만건, 900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사업회는 이렇게 모아진 자료를 효율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사료보전시스템 구축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11일부터 1차로 민주화운동 자료 원문을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60~80년대 민주화운동에서 나온 각종 성명서, 단체 활동 기록을 중심으로 한 회의록, 고문서 등으로 8만3000여건 116만쪽에 달하고 있다. 김상진 열사, 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 결성, YH노동조합, YWCA위장 결혼 사건, 사북광산노동자투쟁 등 국내민주화운동 관련 자료 뿐 아니라 재미한인구국동지회의 유신반대 성명서 등 당시 해외에서의 벌어진 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자료들까지 망라하고 있다.

사업회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시대의 어려움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한쪽에서는 민주화 보상이 이뤄지고 대통령 직속 의문사 진상위원회가 설치되는 등 과거사 정리운동이 진행되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화 인사를 탄압했던 당사자들이 정치권과 사법부, 검찰, 경찰 등 각 영역에 엄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게 보수언론이다. 일제와 독재시대 권력 앞잡이 노릇을 했던 보수언론들이 오히려 민주화 세력을 공격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와 자유를 보수언론이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도 마찬가지다. 한쪽에는 긍정적인 동력이 있는 반면 이를 방해하는 세력도 엄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편으로 설득하고 교육하고 꾸짖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유민주화운동을 함께 했던 분들이 힘을 모아가면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그동안 민주화운동에 대해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남은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나
연단위로 보면 당위적 진전이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10년 단위로 본다면 기적에 가까운 변화가 있었다.
단적인 예로 70~80년대만 해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만으로도 불법으로 몰렸는데 지금은 대통령이나 공직자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비판할 정도로 자유가 보장돼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책임을 동반한다. 때로 방종과 남용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과거 정권과 함께 했던 사람들은 역사 앞에서 반성해야한다.
민주화 운동도 과거 초심이 잊혀지면서 지나치게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 중심으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90년대 이후 청년들이 너무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다. 희생 헌신 공익의 가치를 망각하고 있다.
과거 어려울 때 가졌던 순수한 마음과 열정을 끊임없이 일깨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했던 순국선열은 물론 4·19 희생자들, 60년대 이후 민주화를 위해 애쓰셨던 선배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되새겼으면 한다.
민주화운동 기념사업도 이분들의 고귀한 가치가 생생하게 기억되고 현실에 뿌리내려 미래의 더 큰 창조적 가치로 승화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민주화라는 고귀한 삶의 가치와 열매를 모든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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