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서 노후 설계 서비스 받아보니

필요자금·투자방법 ‘한 눈에 쏙’

지역내일 2005-01-18 (수정 2005-01-18 오전 11:42:59)
보험 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노후설계 서비스가 증권업계에서도 본격 출범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등 시중 증권사들이 고객의 현재 자산과 저축액, 노후에 필요한 자금 규모 등을 바탕으로 고객이 매달 얼마를 어떤 상품에 투자하면 될지를 알기쉽게 설명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 공적연금이나 사적연금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 대책에 불안할 수 밖에 없는 고객들에게는 귀가 번뜩일 소식이다.
17일 오후 기자는 한투증권 여의도지점을 방문, 금융자산관리사 전윤정 대리의 도움을 받아 30대와 40대 초반인 실제 직장남성의 노후 설계를 받아봤다. /편집자 주

사례 1

첫 번째 상담에 나선 41살 양 모씨는 교사인 부인과 맞벌이를 하는 부부. 양씨 부부는 현재 5000만원의 금융자산과 3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양씨는 매달 200만원 정도의 저축(투자)를 하고 있고, 57세부터 80세까지 23년간 월 300만원(현재 화폐가치 수준)의 연금을 받기를 원한다. 전 대리가 양씨의 자산실태와 연금 수요를 한투증권이 개발한 ‘골드플랜 노후자금 설계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양씨의 노후를 위한 자금내역이 순식간에 화면을 채웠다.
프로그램이 쏟아낸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양씨가 57세부터 80세까지 월 300만원씩 쓰는데 필요한 자금은 8억2800만원이다. 다만 연금이 개시되는 57세까지 양씨가 실제 모아야하는 돈은 4억8559만원이면 된다. 현재 41세인 양씨가 57세까지 이 돈을 모아야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는 것이다.
일단 양씨가 보유 중인 5000만원의 금융자산을 연 5.0% 수익률로 불린다고 가정했을 때 57세가 되면 이 돈은 1억914만원이 된다. 매달 200만원씩을 연 5.0% 수익률을 추구하는 주식편입 비중이 비교적 낮은 펀드를 구입할 경우 목표 수익은 5억8304만원이 된다. 두가지를 합치면 양씨가 57세일 때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6억9219만원. 목표액 4억8559만원보다 2억660만원 초과한 액수다. 따라서 양씨는 57세부터 받기를 원하는 매달 300만원보다 훨씬 많은 418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전 대리는 두가지 경우의 수를 더 제안했다. 양씨가 현재 보유 중인 3억원 짜리 아파트를 연금을 받는 시점에 절반 규모로 줄일 경우를 가정한 것. 전 대리는 “자녀들이 출가하고 부부만 살게되면 현재 부동산 규모가 굳이 필요없기 때문에 이를 줄여서 생활비로 충당하거나 조만간 모기지론이 보편화되는 추세를 반영한 설계안”이라고 말했다. 양씨의 경우 이를 고려 57세일 때 현재 소유 아파트를 절반 이상 줄이면 2억6010만원의 잉여자금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럴 경우 양씨는 부동산(2억6010만원)+금융자산(1억914만원)+월 200만원씩 불입한 자산(5억8304만원)을 합쳐 57세에는 9억5228만원을 손에 쥐게된다. 목표액 4억8559만원보다 4억6670만원이 초과한 액수다. 노후가 한층 여유있게 되는 것이다.
전 대리는 양씨가 안정적인 수익추구를 위해 금융기관에 적립하는 월 200만원을 증권사 상품에 ‘올인’하지 않고 분산투자할 경우도 따져봤다. 양씨가 연 3.5% 확정수익률이 보장되는 은행상품에 월 100만원을 적립하면 57세에 쥘 수 있는 자금은 2억5600만원. 나머지 100만원을 투자해 여유있는 노후자금을 만들기 위해선 다소 주식편입 비중이 높은 혼합형 상품이 필요하다고 전 대리는 조언했다. 주식편입비율이 18.94%이고 목표수익률 6.4% 수준인 상품이 적임으로 선정했다. 또는 100만원 가운데 20만원을 주식형펀드(주식편입비율 60%이상)에 넣고 나머지는 채권형펀드에 적립하는 분산적립방식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전 대리는 “양씨 노후설계의 경우 자녀 결혼자금이나 교육자금 등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잉여자금이 넉넉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례 2

두 번째 설계에 나선 김 모씨는 31세 새내기 직장인. 양씨에 비해 보유자산이나 수입이 훨씬 뒤떨어지는 상담사례다. 김씨는 소유부동산이 전혀 없고 3000만원의 금융자산만 보유한 상태다. 월 50만원 정도의 저축만 가능하고 57세부터 80세까지 월 250만원대 수준의 연금생활을 원한다.
역시 한투증권 골드플랜 노후자금 설계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김씨가 57세부터 80세까지 필요한 총 금액은 6억9000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57세까지 모아야되는 자금은 4억6861만원. 하지만 김씨가 현재 보유한 금융자산을 연 3.5%로 불려서 얻을 수 있는 액수는 7338만원이고, 월 50만원씩 57세까지 26년간 적립한 돈은 2억5255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두가지를 합치면 3억2593만원. 희망연금을 위해 필요한 4억6861만원보다 1억4268만원이나 부족한 액수다.
전 대리는 대안으로 적립액수를 대폭 늘이는 방식을 권유했다. 하지만 김씨는 현재 월 50만원 수준에서 급격히 불입액을 늘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만 10만원 정도 추가 적립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 대리는 “월 60만원을 적립해서 희망연금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목표수익률을 현 3.5%보다 높은 4.5% 수준으로 높여야한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주식편입비중이 다소 높은 상품이 선택됐다. 이 경우 김씨가 57세까지 모을 수 있는 자금은 금융자산(9422만원)과 월 60만원 적립한 자산(3억5080만원)을 합쳐 4억4502만원이 됐고 이는 안정된 연금을 위해 필요한 자금(4억2443만원)보다 2059만원이 많게 됐다.
최근 40대 중년남성 고객의 노후설계상담을 주로 했다는 전 대리는 “한국에서는 공적영역이든 사적영역이든 안정적인 노후설계가 어려운게 현실”이라며 “한투증권의 골드플랜 서비스가 노후설계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노후설계 시스템에 참여한 고객에게는 세무와 건강관리, 보험, 문화이벤트 등의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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