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전문통역관 1호 홍지숙 통역사무관

“외국인 피고 진술을 그대로 재판부에”

지역내일 2004-12-16 (수정 2004-12-16 오후 3:28:57)
“새로운 재판을 시작할 때마다 한참 낮은 곳에 내려가 새롭게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법원행정처 국제담당관실 전문통역인 1호 홍지숙(사진) 사무관. 2002년 4월 제1회 법원행정처 전문통역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 그는 전문통역인이라는 새로운 직역을 개척해왔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법정통역 의뢰를 받을 때마다 도전과 긴장의 자세를 늦추지 않는다. 최근에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존 험프리 항소사건을 맡으면서 1심 판결과 사건자료를 모두 다 찾아 읽었을 정도다.
그가 하는 일은 법정에서 영어로 말하는 외국인 피고인이나 증인들 진술내용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 혹은 반대로 재판부나 검사 등의 신문내용을 영어로 동시 통역하는 일을 한다. 두 언어사이를 넘나들며 어려운 법률용어가 섞인 문장들을 즉석에서 자유자재로 소통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첫 사건을 맡은 날을 그는 잊을 수 없다. 재미교포 마약사건을 맡았는데 며칠을 준비했지만 재판정에 선 것도 처음인데다 생소한 용어가 난무하는 증인들의 발언속도는 너무나 빠르기만 했다.
“통역이란 듣자마자 내용을 파악하고 다른 언어로 나가야 되는데 생소한 법률용어가 100% 이해가 안되니까 곧바로 통역이 안되는 거예요. 이해하기 위해서 20초 정도 뜸을 들였는데, 그 짧은 공백기간 동안 등에 식은 땀이 쫘악 나더군요.”
홍 사무관은 세간의 관심을 끄는 굵직굵직한 사안에 많이 관여했다. 지난해 ‘캔지노리스 슈나이더 사건’과 ‘수지 김 사건’과 올해 친어머니가 손가락을 잘라 재판부에 보내면서 유명해진 일명‘단지사건’등에서 외국인 증인신문을 맡기도 했다.
그는 “느끼는 것을 떠나서 증인이나 피고인의 발언을 그대로 재판부에 전달하는 것을 통역의 기본 원칙으로 한다”며 “얼굴에 표정이 나타나면 그 것도 재판부에 전달이 되기 때문에 감정콘트롤에도 주의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호텔경영학으로 석사를 받은 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에서 전임강사 2년을 한 뒤 뒤늦게 통역대학원에 들어가면서 전문통역인의 길을 걷게 됐다.
법원행정처에 출근한 이후 2년여동안 업무를 익히기 위해서 야근을 밥먹듯이 했다. 결혼한 여자의 몸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단련의 과정이었다. 그는 “힘들 때마다 남편과 아이의 든든한 후원이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박정미 기자 pj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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