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초대석-장애인과 더불어사는 ‘나눔의 집’ 박창진 목사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행복”

지역내일 2004-12-16 (수정 2004-12-16 오전 11:07:44)
경기도 포천의 한 야산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장애인 시설인 ‘나눔의 집’.
밖에서 볼 때는 분명 축사(畜舍)다.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방주인들이 고개를 내민다.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나 경계의 눈빛은 찾아볼 수 없다. 축사지만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돌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전해졌다. 내부 구조를 살펴보니 이 집 주인이 소(牛)였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장애인과 함께 할 운명
천정과 벽 사이는 비닐로 여러번 둘러 차가운 겨울바람에 대비했다. 방은 외양간 벽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곳 장애인들은 지도교사가 없으면 생활이 어렵다. 특히 중증 장애인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옆에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 이곳의 짱(?)은 박 창진(47) 목사. 박 목사 역시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다.
박 목사는 2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난 후 두 다리를 못 쓴다. 5살에는 팔까지 못쓰게 됐고, 얼마 안가 입도 돌아갔다. 그러다 6살 때 손이 조금씩 움직였고, 7살에는 혼자 밥도 먹었다. 박 목사는 두 손을 돌려준 하느님께 감사했다.
우연한 기회에 중증 장애인을 만났고, 돌보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난후 매일 이 장애인을 찾아 정성을 다했다. 식사부터 대소변을 받아내는 모든 일이 박 목사 몫이었다.
박 목사는 “심한 악취에 등을 살펴보니 욕창이 심해 구더기가 등을 다 파먹었더라고요. 끝내 그해 여름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죠. 혼자 힘으로는 불가항력 이었습니다” 잠시 박 목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 목사는 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깊어갔고, 사회의 따뜻한 정성과 관심만이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92년에 방배동 신학교를 다녔고 96년 목사안수도 받았다.

“외양간이 보금자리”
88년도에 구로동 직업재활센터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을 했다. 박목사는 “혼자만 잘 사는 것 같고, 양심의 가책이 들었다”며 “다시 장애인들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90년 4월 20일 장애인의날을 시작으로 ‘나눔의 집’이 문을 열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 하천변에 움막을 세웠다. 버린 원두막을 합판으로 막고 비닐을 쳐 숙소로 사용했다.
이곳에서 8개월 된 자식과 아내, 장애인 3명과 함께 고난의 길이 시작됐다. 전기도 없고 물은 하천에서 길어다 먹었다.
“이상한 것은 식구가 자꾸 늘어나는 것입니다. 움막을 좀 더 넓혀 비닐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장애인 시설로 소문이 났고, 자고나면 비닐천막 앞에 장애인이 뒹굴고 있는 겁니다. 몰래 놓고 가버린 거죠. 식구가 30명 넘게 늘어났죠.”
박 목사는 “94,96,98년도에 큰 물난리로 집이 떠내려갔다. 특히 96년에는 하루에 500mm가 넘는 큰 홍수로 하천 둑이 무너져 집을 덮쳤다. 비닐하우스와 식구들이 물에 떠내려갔고, 소방헬기와 구조대 덕분에 겨우 목숨을 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목사 식구들은 재건축(?)에 나섰다. 주인이 떠내려간 빈집(돼지우리)에 비닐로 하늘을 가렸다.
그러나 안식처를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뿐.
2000년에 남양주시로부터 철거하라며 경고장이 날아왔다. 이유는 불법건축물이라는 것. 관에서는 이곳이 그린벨트 지역에다 정부와 군부대 소유의 땅이라며 박 목사 등을 떠밀었다.
갈 곳 없는 이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났다. 나눔의 집 식구들은 “감리교회에서 경기도 현리 용두동에 있는 수양관을 빌려줬다. 너무 고마워서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해 10월까지 수양관에서 생활한 이들은 한 중소기업 사장의 도움으로 지금 나눔의 집인 포천에 둥지를 틀었다. 박 목사는 “우린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도 했지요. 짐승처럼 살면서 용하게도 겨울을 네 번이나 넘겼습니다. 애완견도 우리보다 잘먹고 잘살지 않습니까?” “그래도 세상은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다”며 웃음을 보였다.

명절에도 발길 끊겨
지금 이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은 소가 주인으로 있었던 외양간이다.
박 목사는 이곳에서 32명의 장애인과 함께 생활한다. 박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관심은 사회복지쪽에 더 많다. 문제는 지금도 이곳에 들어오려는 장애인들이 줄을 선다. 매일 문의전화나 가족이 직접 방문한다. 박 목사의 웃음 뒤에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
“사실 버틸 힘이 없다. 겨울나기가 겁난다. 여름은 그렇다 해도 겨울 난방비와 식량이 문제다. 아파도 돈 없으면 병원에 못간다. 김장철이 지난 후 밭에 버려진 야채도 주워다 먹기도 했다(쓴 웃음)”
다행인 것은 전남 목포에 있는 동아인재대학에서 강의를 해 버는 수입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한다. 요즘은 이곳 나눔의 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어려운 경제현실이 이곳까지 영향을 미친것일까.
지난 추석 연휴 3일 동안 찾아오는 손님(?)이 단 한명도 없었다. 자원봉사활동 나오는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거의 없다. 비 인가시설이다 보니 확인서 인정을 안해주기 때문이다.
박 목사는 정부정책의 불합리한 내용을 조목조목 열거한다.

까다로운 규제와 조건이 벼랑끝으로 내몰아
사회복지 법인 인가를 받으려면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신규건물일 경우 블록이나 조립식 건물조차도 대상에서 제외다. 비닐하우스는 아예 꿈도 못 꾼다. 벽돌로 지어야 하고, 규모는 한 사람당 6.8평에 건축비도 평당 300만원 이상 되어야 한다.
나눔의 집이 이러한 조건을 갖추려면 6억원이 넘는 돈이 있어야 사회복지 법인 신청이 가능하다.
외양간을 고친 이곳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2년 전 충남 천안의 비인가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비인가 시설에 대해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7월까지 규정을 갖춰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러한 요구는 하루하루 연명하는 영세한 장애인시설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나눔의 집 식구들도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내년 7월에 불편한 몸뚱이를 끌고 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정부의 지원과 시설 양성화, 까다로운 행정규제를 푸는 것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식 욕심이 많은 박 목사는 자식을 5명이나 두었다. 아들 둘에 딸이 셋이다. 고 3과 2학년인 두 딸은 5살에 입양했다.
“외양간이면 어떻습니까. ?겨나지 않고 이곳에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는 게 꿈입니다”
<나눔의 집="" 031-532-1111,="" 011-9773-0191="">

/포천 전호성기자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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