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의 함정

지역내일 2001-01-05
국민의 정부의 올 한해 거시경제 정책기조가 확정됐다.
정부는 급격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올해 세출 예산의 36%인 58조 1000억원을 1분기인 1
월∼3월 안에 푸는 것을 비롯 올 상반기에 모두 63%에 해당하는 101조원을 배정한다는 방
침이다. 또 공공기관이 1분기 13조원 등 상반기에 26조원어치의 중소기업 제품을 사기로 했
으며 1월∼3월에 당초 계획보다 4만 1000천명 늘어난 일 평균 18만 1000명을 공공근로사업
에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거시경제에 대한 예측 결과 올 상반기에는 경기가 침체하
나 하반기에는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재정을 쏟아 부어 상반기의 급격한 경기침
체를 막자”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재정정책의 성격을 놓고 진 념 장관은‘경기부양이 아닌 제한적 경기조절’
정책이라고 발표했다. 즉 예산 조기집행은 제정을 통해 경기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세율인하
나 대폭적인 세출증가로 재정적자 확대가 수반되는 경기부양과는 차별되는 제한적 경기조절
책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경제가 안 좋아지면 만병통치약처럼 써먹곤하
던 ‘경기부양’이라는 용어를 피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결국은 국민들을 헷갈리
게 하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물리학에 흔히 쓰이는 ‘가속도의 원리’라는 게 있다. 정부가 발표한대로 일반회계기준으
로 올 한해 예산과 맞먹는 규모의 돈을 짧게는 1월∼3월, 길게 잡아 1월∼6월 안에 집중적
으로 투하하면 평상시의 투하속도에 비해 배 이상의 가속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가속
도는 당연히 압력에 의해‘팽창’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흔히 말하는 경기부양책과 다를 게
아무것도 없다. 정상적이지 않은 속도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경기가 너무 빠르게 팽
창하거나 수축하면 무리가 따른다. 비유적으로 자동차가 시속 120km를 달리면서 가속페달
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으면 차안에 탄 승객들의 고통이 어쩌겠는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현재의 가파른 경기침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정책 당국으로서 예산을 증액하거나 조기 확
대 집행을 할 수밖에 없다는 고심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다만 우리 경제에 있어서 재정팽창
과 주 요 경제지표의 상관관계를 전혀 검토해보지 않은 발상이 아닌가 우려된다.
흔히 이야기하듯 경제학 원론에는 재정지출의 증가가 소득 증가 즉 경제성장률의 상승을 의
미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최근까지 그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년간 재정증가율과 성장률, 그리고 국제수지와 물가 등의 주요지표를 살펴보면 다음
과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즉 “재정이 팽창하면 성정의 질도 나빠지고 국제수지와
물가 등에서도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80년대 초반이래 87년까지의 재정증가율은 10% 내외로 비교적 낮았는데 이 때는 경제가 견
실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국제수지가 이 기간 꾸준히 개선되어 88년에는 142억 달러 흑자라
는 신기록까지 세웠다. 소비자 물가도 석유파동을 벗어난 83년 이래 2∼3의 상승이라는 안
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88년부터 재정지출이 급팽창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크게 떨어지고 경
제의 건강성도 나빠지게 됐다. 국제수지가 악화되고 물가도 급등했다. 86년 이래 연속 3년간
11%의 성장률을 기록해 오다가 89년에는 6.4%로 떨어졌고 물가도 88년에는 7.1%가 상승하
는 등 크게 뛰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만 90년과 91년에는 재정팽창률이 30%를 넘었는데도 성장률이 9%를 상회했는데 이것은
당시 200만호 주택건설사업과 그에 따른 부동산 투기열풍에 따른 거품 경기 현상이었던 것
으로 분석된다.
성장잠재력을 넘어선 과속성장을 했던 것이고 이 바람에 국제수지는 더욱 악화돼 91년에
83.2억 달러 라는 당시까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로 반전됐다. 물가도 90년에 8.5% 그리고
91년에는 9.3%가 상승했으며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도 크게 잠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95년에는 재정이 무려 42.5%나 팽창했으며 96에도 17.8%나 증가했다. 그래서 초과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에 따라 국제수지가 악화되면서 96년에는 적자규모가 23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 그만큼 국내소득이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빚었으며 그래서 국내 경
기의 급강하를 불러왔고 기업경영수지가 악화되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도 쌓여만 갔다. 그
결과가 바로 97년 IMF 환란으로 연결돼 국민을 고통속으로 몰아넣었다. 이처럼 과거의 경
험상 재정팽창은 경기를 호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고 물가상승과 국제수지 악화라는 부작용도 낳을 우려가 높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