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부시가 재선된 다음 날(임재경 2004.11.10)

지역내일 2004-11-09 (수정 2004-11-30 오후 2:51:25)
부시가 재선된 다음 날
임재경 언론인

전자 신문이 보급되면서 인쇄 신문보다 전자신문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컴퓨터 초기 화면에 아예 국내외 전자신문 몇 개를 아이 콘으로 띄워 놓았을 정도다. 최신 뉴스를 빨리 접하려는 욕심에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고 싶어서인데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다음날에는 물론 전자판 <뉴욕타임스>에 먼저 들어갔다.
미국의 주류 미디어를 대표하고 전통적으로 민주당 색깔이 짙은 <뉴욕타임스>의 반응이 궁금해서였다.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기 3주전에 이미 존 케리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나섰지만 정작 보도는 냉랭하다는 것이 어울릴 만큼 중립적인 것이 <뉴욕타임스>의 특징이다. 편파적이고 또 과장을 일삼는 신문은 상품으로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철저한 미국 자본주의 경험을 신조로 삼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정 논평자들의 정치적 입장은 우리가 입에 담는 ‘사시(社是)’라는 것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 듯, 한마디로 매우 다양하다.

뉴욕타임스의 다양한 논평
이를테면 부시 대통령을 추켜세우는 보수 우익의 윌리엄 새파이어(William Safire)가 20년 이상 이 신문의 간판 칼럼니스트로 건재하는가 하면 부시 재선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재앙이라 공격하는 급진적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수년 내 건필을 휘두르고 있다.
나는 양극단을 피하여 중도 리버럴(liberal)로 꼽히는 토마스 프리드만(Thomas Friedman)의 칼럼을 찾았다. 그의 칼럼 제목은 ‘한 하느님 아래 두 국민’(Two Natoins Under God)이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전에서 미국의 유권자들은 정책을 놓고 후보자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란 무엇인가”하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정체성의 편가르기 시합을 벌였다는 것이다. 미국이 당면한 난제들, 예를 들자면 이라크 전쟁, 증가하는 실업자, 재정적자 누증과 같은 문제는 제쳐놓고 미국의 기독교 세력은 동성애자들의 결혼이나 낙태의 합법화 반대와 같은 주변적 쟁점을 중요 이슈로 삼는데 성공함으로써 이제까지의 정치 무관심 계층을 자기편으로 삼아 투표장으로 유인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아무튼 칼럼니스트 프리드만은 부시가 당선한 다음 날 아침 매우 언짢은 기분으로 잠자리에서 일어선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 다음 날 아침의 기분’, 한국 시민들은 어떠했을까.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한국 국민의 반응을 알아본 여론조사를 접하지 못한 터라 객관적으로 짚어보기는 힘들지만 내 주변을 살피면 씁쓸한 표정의 얼굴들이 확실히 더 많다. 미국 대통령에 부시가 되던, 케리가 되던 우리가 상관할 위치는 아니나 오기에 가득 찬 부시가 다시 4년 동안 전 세계를 무대로 위세를 부릴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 다음날 밤, 50대 후반의 친구와 저녁을 같이하는 자리에서 부시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답변을 듣기보다는 언짢은 내 기분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던지는, 일종의 편법이었다. 농조의 내 물음에 그는 기다리기나 했듯이 아주 진지하게 “미국이 우리 종주국이 아닌 바에야 아무나 잡고 푸념할 수도 없고…. 오늘 아침 기분은 정말 더럽습디다”라고 말했다. 나는 그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시건, 케리건 그들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국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쟁을 통해서 국익을 추구하는 정책에 우리는 지지를 보낼 수 없으며 더구나 한반도에서 미국이 전쟁을 통해 그들의 세계 패권을 추구하는데 우리는 반대하는 것이다. 아무리 조그마한 차이라도 부시와 케리 사이에 있다면 우리가 그것을 주목하는 것은 국민 된 도리이고 더구나 공공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의무이기도하다.

‘전쟁 통한 국익 추구’ 반대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라는 서유럽 여러 나라들이 부시 재선에 찜찜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슬람의 극단적 원리주의와 특히 그 일부 분파들의 테러리즘에 반대하는 방법으로서의 일방주의적 무력행동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는가 라는 데 패권주의의 원조(元祖)라 할 서구 강대국들이 회의를 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다 말고 다시 전자판 <뉴욕타임스>에 들어가 보았다. 이라크 팔루자 시에 대한 미군의 대공세가 얼마만한 인명피해를 내는가를 알아야할 것만 같았다. 수일간의 공중 폭격에 이어 6천5백명의 미군이 30만의 인구(70-90%는 도시 탈출로 추정됨)의 팔루자에 탱크를 앞세우고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이 도시에 남아있는 민간인 사상자는 1년9개월의 이라크 전쟁이후 최고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케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어도 럼즈펠드가 팔루자의 대공세를 명령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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