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서 한국말 하는 사람이 모두 몇 명이에요?”
조카 종민이 녀석이 엄마에게 종종 묻는 질문이란다. 실은 내년 3월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종민이의 질문 속엔 특별한 뜻이 담겨 있다. 청각 장애인인 아빠를 따라 포이동에 있는 농아교회를 다니는 종민이는 어려서부터 엄마와 아빠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종민이에게 건청인은 ‘한국말 하는 사람’이고 아빠와 같은 장애인은 ‘수화를 하는 사람’이다.
지난 주일엔 <국민 통합을="" 위한="" 차별해소방안=""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통계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심각하게 차별하는 대상은 1위 장애인, 2위 학력 혹은 학벌이 낮은 사람, 3위 외국인 노동자였다.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매우 낮고, 사회적 거리감 또한 크게 느끼고 있어 자녀가 이들과 결혼을 원한다면 절대 불허하겠다는 응답이 매우 높았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의 내용도 다양하다. ‘각급 학교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애인 의무 채용은 지나친 간섭이다’ ‘집 근처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결사반대다’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 한다’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는다’ ‘직장생활에 적합지 않다’ ‘일 처리 속도가 아무래도 떨어진다’ 등등. 장애인 개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물론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 주는 일자리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제한되어야 한다’ ‘언어 및 문화가 다르니 따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국인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를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은 부당하다’ 등 근거 없는 믿음이나 비합리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정부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차별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 내부의 이질화 및 다원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어갈 것이며, 더불어 출산율 감소의 여파로 외국인 노동자와의 공존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와 다르거나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집단에 대해 이토록 뿌리 깊은 편견을 내면화하고 있음은 정말 깊은 반성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우리 모두의 과제다.
조카 종민이가 장애인 아빠와 열심히 수화를 나누며 평화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유치원 다니는 꼬마도 익히 아는 것을, 장애인이든 외국인 노동자든 그저 우리와 ‘차이’가 있을 뿐 ‘차별’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오히려 어른들은 왜 모를까 싶어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의료 인류학자 노라 E. 그로스는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는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줬다. 태어나는 아이들 절반 정도가 청각 장애인인 이 섬에선 건강한 아이들이 자연스레 수화를 배운다는 것이다. 장애인 친구와 함께 놀기 위해서.
굳이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소한 의견의 편차나 인식의 차이조차 포용하지 못한 채 기회만 있으면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움을 일삼곤 하는 우리네 아니던가.
“당신의 경쟁 상대는 누구입니까”를 묻기보다 “우리와 더불어 살 이들은 누구입니까”를 어린 시절부터 가르친다면 ‘차별 정서’는 부끄러움으로 인식되면서 점차 그 모습을 감추어가지 않을까?마서즈>국민>
조카 종민이 녀석이 엄마에게 종종 묻는 질문이란다. 실은 내년 3월이면 초등학생이 되는 종민이의 질문 속엔 특별한 뜻이 담겨 있다. 청각 장애인인 아빠를 따라 포이동에 있는 농아교회를 다니는 종민이는 어려서부터 엄마와 아빠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래서 종민이에게 건청인은 ‘한국말 하는 사람’이고 아빠와 같은 장애인은 ‘수화를 하는 사람’이다.
지난 주일엔 <국민 통합을="" 위한="" 차별해소방안="" 세미나="">에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몇 가지 의미 있는 통계자료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이 가장 심각하게 차별하는 대상은 1위 장애인, 2위 학력 혹은 학벌이 낮은 사람, 3위 외국인 노동자였다.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호감도가 매우 낮고, 사회적 거리감 또한 크게 느끼고 있어 자녀가 이들과 결혼을 원한다면 절대 불허하겠다는 응답이 매우 높았다.
장애인을 향한 편견의 내용도 다양하다. ‘각급 학교에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애인 의무 채용은 지나친 간섭이다’ ‘집 근처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결사반대다’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 한다’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는다’ ‘직장생활에 적합지 않다’ ‘일 처리 속도가 아무래도 떨어진다’ 등등. 장애인 개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물론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비판적 견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에게 주는 일자리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직종에 제한되어야 한다’ ‘언어 및 문화가 다르니 따로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국인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를 동일하게 대우하는 것은 부당하다’ 등 근거 없는 믿음이나 비합리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정부가 국정과제의 하나로 ‘차별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 내부의 이질화 및 다원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어갈 것이며, 더불어 출산율 감소의 여파로 외국인 노동자와의 공존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와 다르거나 우리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집단에 대해 이토록 뿌리 깊은 편견을 내면화하고 있음은 정말 깊은 반성과 철저한 대책이 필요한 우리 모두의 과제다.
조카 종민이가 장애인 아빠와 열심히 수화를 나누며 평화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유치원 다니는 꼬마도 익히 아는 것을, 장애인이든 외국인 노동자든 그저 우리와 ‘차이’가 있을 뿐 ‘차별’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을, 오히려 어른들은 왜 모를까 싶어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미국의 의료 인류학자 노라 E. 그로스는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은="" 수화로="" 말한다="">는 책에서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줬다. 태어나는 아이들 절반 정도가 청각 장애인인 이 섬에선 건강한 아이들이 자연스레 수화를 배운다는 것이다. 장애인 친구와 함께 놀기 위해서.
굳이 장애인이나 외국인 노동자까지 거론할 것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소한 의견의 편차나 인식의 차이조차 포용하지 못한 채 기회만 있으면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움을 일삼곤 하는 우리네 아니던가.
“당신의 경쟁 상대는 누구입니까”를 묻기보다 “우리와 더불어 살 이들은 누구입니까”를 어린 시절부터 가르친다면 ‘차별 정서’는 부끄러움으로 인식되면서 점차 그 모습을 감추어가지 않을까?마서즈>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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