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자신을 찾아야 진정한 주부

주부·아내·엄마들이여, 출장을 떠나라

지역내일 2004-10-25 (수정 2004-10-25 오후 1:03:23)
결혼한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
세릴 자비스 지음 /김희정 옮김
/여성신문사 /1만2000원

“남편이 허락하지 않을 거에요.”
남편이 몇 달간 출장을 다녀온다는 얘기는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나 아내가 몇 달간 출장을 다녀온다고 한다면 남편들, 자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대부분 가정에서 ‘아내의 출장’은 가족구성원 모두의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밥은 어떻게 해결하나? 빨래는? 아이들 준비물은 누가 챙기지?’
물론 요즘 이른바 ‘쿨’한 부부들 사이에서는 아내를 유학보내는 남편들 얘기도 들리지만 아직 우리에게 아내의 출장은 낯설기만 하다.
‘결혼한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 결혼안식년’은 결혼한 아내가 주부·아내·엄마·동료로서 분주한 일생을 사느라 잊어버리고 살았던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결혼한 여자가 자기 꿈을 키워갈 때 자아가 강해지고 가정생활 및 모든 관계에서 에너지가 넘치며 오랜 세월 여성의 헌신적 의무감이 강요돼온 결혼이란 제도를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한 번 집을 떠나본 적이 있는 여자들이 깨닫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들은 ‘결혼한 여자들을 붙잡고 있던 것은 결혼이 아니라 자유에 대한 여자들 내부의 두려움 혹은 남편에 대한 의존성이었다’는 점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한국 여성들이 쉽게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결혼관계의 폭을 넓혀간 여성 55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모험을 결심하고 실행한 여자들이다. 물론 저자를 포함해 이들은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없이 고민하고 주저하고 두려워했다. 그러나 이같은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이 ‘용기있는’ 여성들은 자기 내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믿음이 어떻게 더 커지는 지 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성들의 나날은 온통 의무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잡다한 의무사항들 속에 허우적대는 생활을 하는 가운데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들은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이고 딸이고 또 동료이지만 그같은 삶의 꼬리표들을 떼어낸다면 도대체 그들은 어떤 사람인가?”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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